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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의 사실상 통치자 : '복지 민족주의'
# 2022년 9월 선거는 스웨덴 역사에서 획을 긋는 분기점이었다. 그 선거에서 처음으로 소위 '극우파' 성향의 '스웨덴인 민주당'(SD)이 사실상 집권 연정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역할을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2025년 2월 현재 스웨덴을 통치하는 제1당은 극우파 성향의 SD이고, 이 우파-극우파 정권은 차기 선거(2026년 9월)까지 계속된다. 구체적으로 2022년 9월 선거 투표에서 1위(30.3%)를 차지한 것은 사회민주노동자당(스웨덴 사회민주당)이었다. 그런데 그 선거에서 2위(20.5%)로 급부상한 정당이 SD였다.
사회민주당이 1위를 했으므로 '좌파 연정'이 집권하는게 자연스러운 걸로 언듯 보이지만, 문제는 좌파 4당 연정(진보 연정)에 참여할 나머지 3개 정당인 좌파당(6.8%), 녹색당(5.1%), 중앙당-농민당(6.7%)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48.9%로 '우파 4당 연정'(SD, 온건당, 기독교민주당, 자유당)의 49.7%에 아슬아슬하게 (의석수 차이 1석) 모자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파 4당 연정이 2022년 9월 결성되었는데, 다만 SD는 극우파라는 이유로 공식 연정에는 포함되지 않고, 그러나 실질적으로 매번 사안별 국회(의회) 본회의 투표에서 SD가 집권 연정 법안-정책의 캐스팅 보드 역할을 함으로써 사실상 집권 우파 연립정부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SD(영어 명칭 Sweden Democrat)는 오리지널 스웨덴인에게는 복지를 유지-확대하되 외국인 난민과 이민은 엄격하게 제한-배제하고 추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복지 민족주의'의 깃발을 내걸고 있다. 비백인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인종주의적 배척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복지 쇼비니즘'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 복지 민족주의와 충돌하는 것은 비단 비백인 난민과 이민(주로 시리아, 아프카니스탄 등의 전쟁 지역에서 몰려오는)만이 아니다. EU(유럽연합) 역시 충돌하는데, 왜냐하면 (1) EU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국가별 난민 할당제(의무적 난민 수용)이 예컨대 스웨덴과 독일 등 EU 가맹국들의 복지 예산의 일부를 난민들에게 의무적으로 돌리게끔 한다는 점에서 복지 민족주의와 부딧히며, 또한 (2) 더욱 일반적으로는, 민족국가를 넘어 '유럽 통합연방국가'를 지향하는 EU의 존재 그 자체가 '민족주의를 넘어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복지 민족주의와 충돌한다. 스웨덴의 SD와 독일의 AfD는 EU의 약화 또는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 유럽에서 성장하는 '복지 민족주의'는 바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미래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농촌과 산업공단, 건설 현장에서는 싼 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반발하는 가난한 한국인 노동자 계층의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아랍 예멘에서 발생한 내전으로 인한 전쟁 난민의 유입을 MZ청년 세대가 일제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즉 우리나라에서도 '복지 민족주의의 정치'가 성장할 씨앗이 사회 곳곳에서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서구에서 민족국가의 태동 및 형성기였던 18-19세기에는 민족주의가 진보와 좌파의 깃발이었던 것과 달리 20-21세기에는 그것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패권주의의 형태를 취하면서 보수-우파의 깃발로 변환된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민족주의'(민족통일, 민족자주의 가치 포함)가 진보의 가치로 통용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보수-우파가 '민족보다는 자유', '민족경제(국민경제)보다는 자유경제'를 더욱 앞세우는 철두철미 (신) 자유주의 또는 자유지상주의, 즉 뉴라이트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에 맞서는 한국의 진보적 가치가 여전히 민족과 민족국가, 민족경제 등을 담론적 가치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다만,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의 민족주의 진보-좌파 진영은 '복지'와 '복지국가'를 본격적인 최우선-최고의 아젠다로 내세운 적이 없다. 그것보다는 자주와 통일, 민주(경제민주화)를 가장 앞선 아젠다로 내세우면서 상대적으로 상위 중산층(고학력 고소득, 고임금 계층 .. 노동조합원 포함)의 경제사회적 이해관계에 주력해왔다. '민족주의'는 강하게 발달하되 '복지' 없는 민족주의며 따라서 '복지 민족주의 정치'라고 할 만한 모습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 그러나 매우 주의해야 할 지점이 있다. 민족주의는 언제든지 쇼비니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약소국의 민족주의가 강대국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와 맞서 싸우는 깃발이었다면, 그 약소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한 조건에서는 그 동일한 민족주의가 약자에 대한 쇼비니즘으로 변화한다 - 그것이 지난 150년간 서구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며, 이는 이제는 선진국 초입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세계 최악의 저출산 현상에 따라 인구와 노동력이 앞으로 수십 년간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한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력과 이민의 수용은 일정하게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매 10년마다 4-5백만 명씩 줄어들 노동가능 인구를 고려할 때, 매 20년마다 외국인 인구와 노동력이 1천만명 씩 증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1/3 또는 절반까지 외국 이민자들이 차지하여 인종과 출신이 다른 외국인들과 오리지널 한국인이 동거동락하는 일은 앞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럴 수록 유럽에서 일어나는 다종다양한 문화적-인종적-종교적 갈등과 복지 혜택 및 조세 부담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은 불가피하다. 요즘 보수 세력이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의 건강보험 쇼핑' 문제 역시 가짜뉴스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이미 그런 '복지 민족주의'의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유럽의 진보 정당들이 '복지 민족주의 정치'의 성장 앞에서 갈 길을 못찾고 갈팡질팡 하다가 당세가 급격히 줄어거나 또는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요즘 풍경을 보면서, 다시 한번 복지국가와 민족국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