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6. 흙날. 날씨: 남쪽은 중부지방보다 더 따듯해 봄 날 한 가운데에 있다.
[자연속학교 답사]
교사 셋이서 급하게 따듯한 남쪽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두 분은 3.16에너지전환대회에 가고, 한 분은 사정이 생겨 가지 못했다. 이예지 선생님과 노학섭 선생님이랑 셋이서 화순으로 떠나는데, 화순에 답사 간 때가 떠올랐다.
화순으로 10년째 자연속학교를 여는데 잠집이 꾸준히 바뀐 곳이다. 수만리 들국화마을 4년, 이서커뮤니티센터 2년, 운주골문화체험학교 1년, 숲소리마을 2년이다. 화순과 광주 지역은 우리 어린이들을 반겨주는 마을 어른들이 있고,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공원과 국립5.18민주묘지가 있어 근현대사를 두루 공부할 수 있고, 무등산 서석대 입석대처럼 산에서 퇴적층을 만날 수 있어 꾸준히 가고 있다. 잠집이 바뀌게 된 까닭은 전라남도와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한 농촌유학센터 사업 때문이다. 우리가 묵었던 마을이 농촌유학센터로 지정을 받아 마을회관들을 농촌유학생들이 지내는 곳으로 쓰다 보니 자꾸 옮겨 다녀야 했는데 그때마다 그분들이 다시 좋은 곳을 소개해줘 꾸준히 갈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농촌유학센터 정책 사업이 후퇴하고 시들해지면서 많은 곳을 다시 쓸 수는 있게 됐는데 마을마다 사정이 생겨 예전 인연을 맺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좋은 곳을 소개받아 가는데 우리가 늘 가던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공원 앞마을이다. 걸어서 고인돌공원과 유적지를 날마다 오갈 수 있는 곳이다.
하루 일정이라 왕복 8시간 운전을 번갈아 했는데 올라올 때는 노학섭 선생님이 줄곧 했다. 남쪽은 중부지방보다 확실히 따듯했다. 모산마을 사무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커피도 내려주셨다. 마을회관과 한옥체험관, 홍남순 변호사 생가, 세 곳을 모두 잠집으로 쓸 수 있는데, 마을회관이 한옥체험관을 나눠 써도 충분하겠다. 마을 들머리에 있는 200년된 느티나무 옆 마을 정자에서 아침열기를 해도 좋겠다. 마을회관과 생가는 바로 붙어있는데 체험관은 조금 떨어져 있다. 예전 수만리들국화마을에서 지낼 때 마을회관과 이장님 집을 같이 쓸 때와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집 규모가 넉넉하고 오갈 때 거리도 여유롭고 적당한 거리다. 부엌시설이 진도와 하동 잠집처럼 큰 부엌시설과 견주어볼 때 설거지대가 넉넉하지 않아 조금 불편해보이지만 살기에는 괜찮다. 두 곳 다 남녀로 나눠 쓸 수 있는 방이 충분하고, 자원교사들이 내려왔을 때 묵을 곳도 넉넉하다. 부족하거나 불편한 것들은 언제나 있으나 다 함께 자고 먹고 씻을 수 있으니 그만하면 됐다 싶지만 어린이들이 잘 지내도록 하나하나 채비해가면 되겠다. 부엌살림들은 마을에서 중간에 점검할 때 잘 채비하시겠다 하고, 지금껏 그래왔듯이 부족한 것은 우리가 가져가면 되겠다.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공원은 날마다 걸어서 오가며 놀 수 있는 곳이고, 천불천탑 운주사와 국립5.18민주묘지를 오갈 때에도 이전보다 위치가 편하고 이동시간이 가깝다. 올해 일 년 또 살아보고 평가를 해서 줄곧 갈지 예전 갔던 곳으로 갈지도 정하는 것도 재미나겠다.
당일 일정이라 몸은 피곤하지만 시골 마을 좋은 분들과 알맞은 잠집을 찾아 다행이다. 5월에는 따듯한 마을 어른들이 반겨주는 예쁜 한옥에서 자연 속 학교를 열겠다. 학교에 닿으니 어린이글을 읽는 모임을 하고 계신 학부모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2년 전 답사를 다녀와서 우리가 자연속학교로 열 곳을 찾을 때 눈여겨보는 것들을 정리했던 글이 있어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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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11. 쇠날- 3. 12 흙날
아침열기-몸자람표-점심-후쿠시마11주기 공부-청소-다 함께 마침회
[답사]
급하게 출장을 간다, 봄 자연속학교에서 지낼 곳을 새로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묵었던 곳이 농촌유학센터로 지정되어 5월에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긴급한 사안이라 지난주에 빠르게 논의를 한 결과 노학섭 선생과 둘이서 다녀오기로 했다. 보통 교사회 전체가 같이 답사를 가는데, 4월 1일 여름 자연속학교 답사가 이미 잡혀있어 긴급하게 일정 잡기가 어려운 탓이다. 긴급한 사안이라도 다 함께 움직이기 어려운 때가 됐다. 화순에서 후보로 꼽는 곳을 미리 알아보고, 새로 화순 옆 곡성도 들려보기로 했다. 곡성평화학교 최기철 교장과 인연이 있어 연락을 했더니 하룻밤 묵는 것도 반갑게 허락해주셨다.
12시 30분에 떠나서 4시 30분쯤 곡성에 닿았다. 첫 후보지인 곡성평화학교는 몇 년 전 문을 닫은 곳인데 농촌유학센터로도 운영하고 있다. 최기철 교장이 비닐집에서 일하다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깻잎 농사를 주로 짓는데 설비를 고치는 바쁘신 틈에 나와주셔서 더 고마웠다. 기숙사와 식당, 운동장 곳곳을 둘러보았다. 몇 해 쓰지 않으니 학교 운동장 쪽은 한 눈에 봐도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기숙사는 정말 좋다. 어린이들이 지내기에 알맞고 충분하다. 다만 우리들이 지내려면 정리정돈이 한참 필요하겠다 싶다. 최기철 교장과 같이 깻잎 내는 곳에 따라갔다 장도 보고 들어왔다. 하룻밤 재워주셔서 저녁은 우리가 대접해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밥을 채비하고 계시다 한다. 덕분에 식당으로 쓰고 있는 곳에서 밥을 먹으며 더 자세히 식당을 보게 됐다. 다 함께 먹고 지내기 충분하다. 맛있는 밥을 먹고 곡차를 마시며 곡성평화학교의 역사와 귀한 말씀을 들었다. 문을 닫은 기숙형 대안학교의 현실과 처지, 18년째 곡성에서 아이들 삶을 가꿔온 흔적과 역사를 들으니 마음이 착잡하다. 더욱이 내년쯤에는 기숙사 부지가 도로로 수용되어 철거해야 되는 처지에 놓인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이제 곡성평화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교육 현장이 되겠다. 그렇게 곡성의 밤이 깊어갔다.
새벽에 잠이 깨서 기숙사 거실에서 곡성미래교육재단에서 펴낸 곡성의 역사책을 읽었다. 김삿갓, 충무공 이순신이 걸은 길, 곡성의 지리와 역사를 알게 됐다. 다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떠날 채비를 하는데 아침도 채비하셨단다. 맛있는 아침과 커피를 먹고 화순으로 떠났다. 30분이 채 안 돼 화순에 닿아 고향 인연으로 예약한 커뮤니티센터 사무장을 만났다. 시설이 정말 깔끔하고 모든 공간이 충분하다. 큰 운동장이 없는 게 안타깝지만 아이들이 놀기에 충분한 공간은 곳곳에 있고, 옆쪽으로 걸어가니 멋진 강과 개천이 펼쳐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곳이다 싶었다. 나머지 확인할 것도 모두 맞아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답사를 마치게 됐다.
답사를 할 때 우리가 눈여겨보는 것이 있다. 첫째, 우리 아이들을 품어줄 마을과 어른들이 있는가이다. 그래서 선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향, 인연이 있는 곳을 찾아 줄곧 다녔고, 우리 아이들은 행복했다. 하동, 주문진, 화순, 진도, 덕적도, 고성, 괴산, 원주, 해남, 보길도, 청산도, 남해, 인제, 속초, 그동안 다닌 곳들이 모두 그렇다. 둘째, 잘 곳과 먹을 곳이 충분한가에 대한 시설 보기다. 오래전에는 마을회관에서 주로 묵었고, 일부러 불편한 곳을 찾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들 수가 삼십 명이 넘고서 부터는 수련관 같은 큰 규모의 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알맞은 식당, 편안하고 깨끗한 잠집, 화장실과 씻는 곳까지 두루 살필 게 많다. 식당만 보더라도 밥하기에 적당한지, 아이들이 설거지하기에 충분한지, 그릇과 부엌 도구는 넉넉한지, 어린이들의 동선을 고려한 구조까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잠집도 방 안과 방 밖의 화장실과 잘 수 있는 공간을 잘 봐야 한다, 셋째, 둘레 역사 유적지와 둘레 자연 환경이다. 호연지기를 기르고 자연속학교에서 담는 지리, 역사, 문화 공부 거리들을 같이 살핀다. 근현대사와 고대사까지 공부할 게 많은 곳에서도 차를 쓸 경우 이동 시간, 이동 경로도 중요하고, 반나절 활동 시간이 가능한 곳들이 있어야 교육활동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세 가지가 후보지를 보는 눈이 되겠다.
하루 밤 이틀 낮 긴급한 답사였지만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답사도 답사지만 활짝 핀 매화와 쑥 올라온 쑥을 보니 남쪽의 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귀한 말씀과 소중한 인연이 고마운 답사였다. 다음 답사는 다 함께 가는 거라 또 재미날 듯하다.
첫댓글 아이들을 품어줄 마을과 어른,
출분한 잘 곳, 먹을 것,
역사 유적지와 자연환경!
멋진 강과 개천~
벌써 설렙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