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중 제16주일이며, 농민주일 입니다. 하느님을 모시게 된 아브라함에 관한 제1독서의 이야기와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신 마르타와 마리아에 관한 복음의 이야기는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손님에게 행한 대접과 환대가 곧 하느님께 해드리는 것임을 암시해 주며,
나아가 형제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농민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오늘 성서의 이런 이야기들은 사람을 찾아오시는 하느님, 사람과 함께 하시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래전 어느 성당에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성당 신축을 앞두고 구역별로 가정방문을 할 때인데, 첫날이 그 본당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구역이었습니다. 구역장이 점심준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걱정을 하기에 간단히 하라고 했더니 만두 좋아하시느냐고 물어와 좋다고 했습니다. 점심에 만두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소문이 퍼져서 3개월간 가정 방문하며 매일 만두를 먹어야 했습니다. 신부님을 극진히 대접하고자 하는 큰 사랑의 소치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찾아오는 나그네, 손님들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오늘 성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1독세에서 아브라함은 낮선 사람 셋을 자기 집에 정중히 모시고 극진한 대접을 합니다. 낮선 길손들에게 송아지까지 잡아 대접합니다. “가장 미소한 형제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푼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을 기억케 합니다. 실로 아브라함은 주님께 하듯이 극진히 대접합니다. 그러기에 큰 축복을 받게 됩니다. “내년 봄 새싹이 돋아날 무렵, 내가 틀림없이 너를 찾아오리라. 그때 네 아내 사라는 이미 아들을 낳았을 것이다.” 90이 넘은 할머니 사라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나그네를, 이웃을 주님께 하듯이 극진히 대접할 때 영원한 생명에 대한 축복을 받는 것입니다.(마태오25,31-46참조)
오늘 복음에서는 마르타와 마리아가 예수님을 영접하는 내용입니다. 이들이 살던 곳은 베타니아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가시며 자주 들르셔서 음식도 드시고 쉬셨던 곳이며 예수님은 마르타와 마리아 그들의 오빠 라자로를 특별하게 사랑하셨습니다. 그런데 두 자매가 주님을 모시는 태도가 아주 대조적입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위한 음식 준비에 바빴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편히 쉬실 수 있는 분위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예수님은 긴 여행에 분명히 피곤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먹는 것보다 우선 마음의 편안함 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정신이 복잡하면 밥알이 모래알 일 수 있습니다. “마르타,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 말씀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구원에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주시고 계십니다. 즉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의 말씀에,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열심히 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앞서서 주님과 사랑의 관계가 더 중요하며, 모든 것을 주님의 말씀에 따라, 주님 뜻에 따라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많은 일을 하기에 앞서 주님과 사랑의 관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자들이 바가지를 자주 긁으면 남자들이 밖으로 돌게 됩니다. 집에 일찍 들어가 봤자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일을 하고, 외적으로 잘해주는 것보다 그 마음을 헤아리고 사랑으로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사랑하는 것이 마음에 평화와 기쁨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남자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서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에게 편안함을 주고 행복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사랑의 일치 가운데 예수님이 현존하게 되어(마태오 18,19-20 참조) 참된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 우리 집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오셨습니다. 마을에 사시는 분들이 찾아오시어 담소를 나누셨고, 고모부를 비롯하여 친척 분들도 자주 오시어 며칠씩 묵어가시곤 했습니다. 가난했기에 진수성찬의 음식은 없었지만 오가는 정이 있고, 마음을 주고받는 사랑의 관계가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편한 마음으로 많이 찾을 수 있는 가정이 주님을 진정으로 모시는 가정일 것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하시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겸손 하게 받아들이시어 예수님을 잉태하셨던 마리아처럼 우리도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영접하고 그 말씀을 귀담아 들어 그 말씀을 살고, 일에 앞서 사랑의 일치를 통하여 우리 가운데 주님을 모시고 행할 것을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는 많은 일에 다 아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한 주간 동안 이 말씀을 마음속에 새겨, 일에 앞서 먼저 관계를, 즉 사랑의 일치를 이룰 때 주님의 뜻에 따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우리 가정이 주님께서, 나그네가, 이웃이 격의 없이 찾아 올 수 있는 따뜻하고 평화 넘치는 곳이 되도록 주님의 은총을 청하며 미사를 봉헌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