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3월 23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홍콩의 카이닥 공항으로 향하던 민항 항공기 '
아에로 플로트 항공 593편'이 이륙한지 4시간 후인 새벽 00:40 분경 교신이 끊기고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아에로 플로트 항공 593편
이윽고 시베리아의 케메로보(Kemerovo) 지역에서 큰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뒷산에
추락했다는 동네 주민들의 제보가 들어왔고, 구조대와 조사단을 급파하였다.
사건 현장에는 산산조각난 비행기의 잔해와 수많은 시체들이 있었고, 일부 살아있는 탑승자가
있었으나 부상이 너무 심해 숨만 붙어 있는 상태여서 이들도 이내 사망하였다. 결국 승무원과
승객 포함 탑승자 75명이 모두 사망하였다.
조사단은 잔해를 수색하여 블랙박스를 수거 할 수 있었으며, 이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593편이 사고가 나기 전까지 관제소에 그 어떤 항공기 이상 증후에 대한 무전도,
구조 신호도 일체 보내지 않았기에 러시아 언론과 사람들 사이에선 여러가지 추측과 이상한 상상까지 돌기 시작하였다.
급작스런 기체 결함설, 테러설, 심지어 UFO 충돌설까지 나돌았으며, 적대국가의 항고기 납치 테러 행위에 비중이 높아지면서 위기사항에서도 끝까지 항공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영웅들이라는 기사도 나왔었다.
하지만 블랙박스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 사건 경위 -
1994 년 3월 22일 22:00 기장 야로슬라프 쿠드린스키는 593편에 자신의 아들 엘다르(15세) 와 딸 야나(13세)를 동승하여 이륙하였다.
쿠드린스키는 총비행시간 9675시간인 베태랑 기장이었다.
그리고 기장의 두 자녀는 첫 해외 여행이자 장거리 비행이었고, 들 뜬 마음이었다.
기장 쿠드린스키와 가족들
항공기는 이륙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항로를 설정하여 자동조종모드(auto pilot)로 전환하였고, 쿠드린스키 기장은 승객석에 있던 아이들을 조종석으로 데려와 구경시켜 주었다.
기장, 부기장 외에 조종석 출입은 원래 금지 되어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리 엄격하진 않았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 항공사들이 그러했으며 특히 암묵적인 가족, 애인 출입은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593편 (에어버스)의 조종석 내부
쿠드린스키 기장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자녀들에게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한명씩 조정석에 앉아보게 하였다.
어차피 비행기는 자동조동모드여서 특수한 버튼을 조작해 해제하지 않는한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먼저 딸 야나가 조정석에 앉아 조정간을 잡고 있다가 내려 왔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음으로 아들 엘다르가 앉은 이후 문제가 발생하였다.
엘다르는 조종간을 잡아보았다.
물론 자동조동모드여서 어지간한 전문적인 조작 없이 수동모드로 풀려 조종간이 움직이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쿠드린스키는 아들을 앉혀 놓고, 조종석에서 나와 승객실 쪽으로 갔다.
조종석에는 부기장 2명이 있었다.
정상 경로로 비행하던 593편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먼저 엘다르가 이상징후를 느껴 부기장에게 얘기 하였다.
마치 항공기가 움직이는거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기장들은 이 얘기를 무시하였다. 엘다르는 계속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
사실 이때 이미 자동항법장치는 풀려 수동으로 전환되었고,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왜 한번 설정되고 나면 전문지식 없이는 뭔짓을 해도 풀리지 않는 자동조종모드가 풀려버렸던 것일까?
에어버스 기종은 자동조동모드를 해도 조종간에 30초 이상 일정한 힘을 가하면 수동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이 있었다.
이것은 위급 또는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가 본인 의지로 조종을 하려할때 일정시간 힘을 가하면 기기가 인식하고 자동항법에서 수동으로 전환하는 기능이었던 것이었다.
러시아에 에어버스 도입 이후 운항한지 얼마 안된 쿠드린스키와 부기장들은 이러한 기능을 모르고 있었으며, 솔직히 평상시면 사용 할 확률이 굉장히 희박한 기능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정시간 조종간에 힘을 가한 아드 엘다르 탓에 조종간은 수동으로 풀렸고, 부기장과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행기는 기장의 아들 손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윽고 비행기가 항로를 벗어나 크게 선회하기 시작하였다. 부기장들은 크게 당황하였고, 승객석에서 이상징후를 느낀 기장은 조정석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이내 급격한 기체 이동과 회전 그로인해 # G-LOC 이 발생하여 부기장과 기장은 조종석에 엘다르를 내리고 자신이 앉을 수가 없었고, 조종관을 잡고 있는 아들에게 구두로 지시 할 수 밖에 없었다.
# G-LOC : 비행기가 선회할때 발생하는 원심력에 의해 의식을 상실하는 현상.
아마 파일럿들의 이런 테스트 TV에서 보셨을걸로 생각됩니다. 예능에서 나왔기도 했구요.
조종사들은 엘다르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계속 지시하였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엘다르는 이를 수행할 수가 없었고, 비행기는 계속 추락하였습니다.
공황상태가 발생한지 1분 정도 경과 후 쿠드린스키의 지시에 의해 비행기는 비정상적으로 수직으로 위로 솟구치는 형태가 되었고, 이때 잠시 G-LOC 가 감소하여 조종사들은 이때 잽싸게 제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비행기는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상태였고, 기장과 부기장은 추락을 막기 위해 안간 힘을 썼지만 조종간을 잡은지 1분여 후에 결국 추락하고 맙니다.
- 사건 이후-
추락지점이 외딴 산악지대이고 -20도를 육박해 구조에 어려움이 있었다. (러시아가 다 그렇겠지만)
지역 주민들은 섬광과 굉음을 듣고 신고하였고, 구조대 보다도 주민들이 제일 먼저 뛰어 갔지만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은 극소수 당시까지 살아 있던 승객들이 심각한 부상으로 자신 곁에서 죽었던걸 기억하고 아직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
사고 이후 블랙박스 해독에 따른 최종보고서가 무려 1년뒤에 발표된다.
이 바람에 앞서 기술한것 처럼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였고, 이에 항공사는 테러 납치 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포장하고, 승무원들이 끝까지 비행기를 구조하려 고군분투 했다는 식으로 흘려 승무원들이 영웅시 되기도 하였다.
사실 사고 이후 8개월이 지난 11월에 중간발표가 있었고, 이때는 자녀들이 조종석에 있었다는 말이 흘러 나왔었는데, 항공사는 어느 정도 블랙박스 해독 결과를 알고 있었음에도 승무원들과는 무관한것 처럼 얘기하였으며, 기장의 자녀들이 조종석에 출입하였다것마저 초반에는 부인하였다.
게다가 항공사는 테러 의혹은 물이 건너가자 이번에는 기체 결함쪽으로 몰아 자사의 에어버스를 일시적으로 운항중지를 시키기도 하였다.
물론 모든게 밝혀지고 난 후에는 엄청나게 까였다.
게다가 거액의 보상비와 이런저런 소송을 엄청나게 당했었다.
기장은 피소되었지만 이미 사망한지라 별다른 법적 처벌은 없었다.
자동조종모드에 대한 얘기가 화두가 되었는데, 왜 이게 쉽게 풀려버렸나? 기기 결함 아닌가?로 말이 있었지만,
앞서 말한바처럼 위급상황에서 복잡한 자동모드를 풀기 힘들때 조종사의 의지대로 몰게 하기 위해 제조사가 설정한 장치이니 깔게 없다.
아쉬운 점은 재조사 말로는 이렇게 수동모드로 전환 되었을 경우는 조종간을 놓아버리면 다시 자동모드로 치환된다고 한다.
(즉 아들이 이상징후와 선회 상태일때 아예 조종간에서 손을 놔버렸으면 다시 설정대로 날아갔을거란 소리 ㅜㅜ)
이 사건 이후 러시아 정부는 비행기 조종석에 허가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한 출입을 엄격하게 규제 하였다.
우리나라는 남북상황도 그렇고, 민항기 폭탄 테러 사건도 경험 한지라 애당초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었으며,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엄격하게 규제하게 되었다.
593편 사망자 추모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