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연상 남편 연하 커플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아니고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나누며 사는 사람들은 그리 흔치 않을 거다.
사람을 좋아하는 관계로 주변에 늘 사람들이 들끓는 울 산적.
산적을 따라 살다보니 나 또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살아오고 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극히 개인적인 신상 문제까지 접하게 되는데 의외로
아내 연상, 남편 연하 커플이 많다는 거.
키키~ 나 역시 그런 커플 중의 하나다.
인간극장에서 나이를 밝혀버리는 바람에 울 산적의 농담이 백일하에 들통나 버렸는데,
"내가 25살 때 14살 짜리 아가씨를 업어 왔지요~" 라는 농담.
큭~ 인천에서 화순에 처음 내려왔을 땐 그 농담이 제대로 먹혀 들었었는데~
지금은 내가 쪼구랑망탱이가 돼 버리는 통에 믿지도 않을뿐더러 결정적으로
들통나버린 농담이라는 것.
헌데,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연하의 남편을 만나 이렇게 살고 있는데 다른 커플들은 어떨까? 라는...
나보다 2살 연하인 울 산적.
이 양반, 구렛나루 수염은 근엄하기까지 한데 장난끼가 골목대장 수준인지라
거기에 논높이를 맞추며 살아야 하는 나.
어디 장난끼 뿐이랴~
탐구심에 모험심에 실험 정신까지 실험맨이 따로 없는 울 털보.
다른 연하 남편들은 아마 그런 점은 덜 할 거다.
헌데 이놈의 무등산 털보는 웬 탐구심이 그리도 많은지~
하기사, 그런 탐구심이 자신을 전설의 프로그래머로 만든 측면도
없잖아 있지만서두~
그 뒤치다꺼리에 백의종군하고 사는 나는 또 뭐냔 말여~
그날도 그랬다.
변덕스런 산골 날씨가 그날따라 조용하더라구~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밥 해 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
언니 누나 모여 앉아 맛있게도 냠냠~'
헤~
햇볕 쨍쨍 조용한 날이면 우리 내외는 모래알로 밥 하는 게 아니라
복주머니 회원들에게 보낼 채소 기르느라 죽을둥 살둥 일에 전념한다.
추운날은 일 하고 싶어도 못하니깐~
나는 돌 천지인 밭뙤기를 밭답게 만드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울 산적, 닭밥 주는 일 끝내더니 뭔가 부산스러웠다.
요리 갔다 조리 갔다 아주 열심히.
그러더니 해가 뉘엿뉘엿 할 즈음 휘이익~ 휘파람으로 날 부르는 거였다.
(평소에 농장이 워낙 넓어서 말 대신 휘파람으로 날 불러대던 습관도 있었지만~ㅎ~)
("또 뭣 땜시 그런다냐~")
하며 베이스 다랑치로 내려가보니 희색이 만면한 울 산적.
"어때?" 하며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작품을 내게 보여 준다.
캠핑카에 요즘 미쳐 돌아가는 울 산적.
1톤 짜리 트럭 적재함에 편백나무로 바닥을 짜 맞추더니 적재함 호로 속에
군용 모포며 군용 A텐트 2개를 동원하여 임시 막사를 만들어 놨다.
바닥에는 또 아이디어를 짜내어 만든 보일러 호스까지 깔아 놓고~
(휴대용 부탄가스로 물을 덥혀 순환시키는 휴대용 보일러.)
들어가보니 그런대로 침실 역할은 할 듯~
"그런대로 괜찮네~" 라던 내 반응.
그러자 즉각, "어때? 오늘밤 여기서 잘까?" 라는 산적의 반격.
싫다 좋다 딱 부러지지 않은 내 반응에 그날밤 축사 한켠 트럭 적재함에서
밤을 지새게 됐겠다~
어디서 자건 밥은 먹고 자야 됭께, 미 군용 텐트에서 김치찌개에 한잔 걸치고
밥까지 착실히 챙겨 먹고 적재함 임시막사에서 잠을 청했겠다~
거~ 누가 오늘따라 변덕스럽지 않은 산골날씨라 했어~
초저녁엔 미풍처럼 살랑살랑 불던 바람이 자정 무렵이 되자 휭~ 윙~
거세게 불어제끼더니만 밤새 우지끈 뚝딱~ 생 난리를 치는거여~
뭔가를 날리고 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면서~
드센 산바람에 걸쳐 놓은 모포는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지고 군용 침낭 안으로
시베리아 벌판의 초특급 강풍이 들어오는데 두터운 파카를 입고 잤어도
시린 어깨는 어이할꼬~
꼬 끝은 그런대로 견디겠는데 내 어깨 동상 걸릴 지경이니 이거야 원~
어쩔 것이여 잉~
탐구심도 아무에게나 있는 게 아닌데 잉~
바늘 가는데 실 따라 가는 것이고 잉~
아고아고~
나는 그날 산적 대신 바람을 안고 잤다~
ㅋㅋㅋ~
2009.12.08.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
첫댓글 음... 제가 사진을 보아하니 특허를 낼만한게 여러개이더이다... 그런데서 자보는 사람 드뭅니다. 머.. 잘못하면 테스트 당하는 사람이 되긴 하지만... ㅎㅎ
아이디어는 제가 낼테니 약산님이 특허 내시지요?
ㅎㅎㅎㅎㅎㅎ 인간 교보재가 거기에도... 이시대에도 존재하는군요~~~! 제목을 실험극장으로 변경 하심이~~!
ㅎㅎ재미있게 웃고 갑니다.
사시는 생활 절반 이상은 웃고 사시는 분들로 보입니다. 온돌 순환은 뭘로 하셨는지요?
12V용 순환 펌프를 6V에 연결하고 가스 버너로 물을 덥히는 구조입니다. 어제밤에 피아골에서 자고 왔는데 바닥이 뜨거워서 땀을 흘리고 잤다는...
등산용 가스 230g 하나면 하루밤 거뜬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잘하셨습니다. 두분이 함께 저희집에 오시면 나머지 20프로를 책임질수 있을듯,,,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