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이지악(好而知惡)
좋아하면서도 그 나쁨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좋은 것에도 나쁨이 있고 나쁜 것에도 좋은 것이 있다는 의미이다.
好 : 좋을 호(女/3)
而 : 말 이을 이(而/0)
知 : 알 지(矢/3)
惡 : 악할 악(心/8)
출전 : 대학(大學) 수신제가(修身齊家)
대학(大學) 수신제가(修身齊家) 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른바 자기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 함은 ‘자신의 몸을 닦는데 있다’고 말하는데, 사람은 그의 친한 바를 아끼기 때문에 그것에서 피하고, 그의 천한 바를 미워하기 때문에 그것에서 피하며, 그의 두려워하는 바를 공경하기 때문에 그것에서 피하고, 그의 슬퍼하는 바를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그것에서 피하하고, 그의 거만한 바가 나태하기 때문에 그것에서 피한다.
그러므로 좋아하면서도 그 싫어함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 아름다음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드물다. 그러므로 속담에 말하기를 ‘모든 사람이 그 자식의 미운 점을 알지 못하며 그 싹의 큼을 알지 못한다.’ 고 한다.
이를 일러 몸을 닦지 않으면 그의 집을 가지런히 못한다라고 말한다.
所謂齊其家在脩其身者,人之其所親愛而辟焉,之其所賤惡而辟焉,之其所畏敬而辟焉,之其所哀矜而辟焉,之其所敖惰而辟焉。故好而知其惡,惡而知其美者,天下鮮矣!故諺有之曰:「人莫知其子之惡,莫知其苗之碩。」此謂身不脩不可以齊其家。
⏹ 호이지악(好而知惡)
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者 天下鮮矣.
호이지기악 오이지기미자 천하선의.
좋아하면서도 그 나쁨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아는 자가 천하에 드물다.
‘대학’의 수신제가(修身齊家) 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수신제가’라는 말은 매우 익숙한 구절이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장은 제가의 근본은 수신에 있음을 강조하고, 보통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해 친애하는 마음, 천시하고 미워하는 마음,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등 감정이 일어날 때 그 감정에 치우치게 된다고 말한다. 이어 좋아하면서도 그 나쁨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아는 자가 천하에 드물다고 탄식한다.
속담에 미운 며느리는 발뒤꿈치도 밉다는 말이 있다. 이는 속 좁은 시어머니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스스로 지성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게 모르게 감정에 치우쳐 사물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올바른 판단은 참으로 소중한 미덕이고, 특히 공적 장에서는 더더욱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수신에 여러 항목이 있겠지만 유가에서 이 덕목을 든 것은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이 덕목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은 냉철한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있는 편이다. 정치의 장에 있는 공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또한 그런 경향이 농후하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무조건 찬성하고, 싫어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서 좋아하는 정당에도 단점을 지적할 줄 알고 미워하는 정당에도 장점을 인정할 줄 아는 수신의 미덕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날 때 우리나라의 정치는 더욱 성숙되고 사회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好(좋을 호)는 ❶회의문자로 女(녀; 사람, 나중엔 여자를 나타냄)와 子(자; 아이)의 합자(合字)이다. 어머니와 아들 혹은 여자와 남자의 두터운 애정이라는 데서 좋아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好자는 '좋다'나 '아름답다', '사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好자는 女(여자 여)자와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있으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好자는 보통 이런 식으로 풀이를 하곤 한다. 하지만 好자는 본래 엄마가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왜 母(어미 모)자가 아닌 女자가 엄마를 뜻하는지에 대한 반론 때문이었는지 母자가 들어간 㝀(좋을 호)자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지만 쓰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好(호)는 성(姓)의 하나로 ①좋다 ②사이좋다 ③아름답다 ④좋아하다 ⑤사랑하다 ⑥구멍 ⑦우의, 정분, 교분(交分) ⑧친선의 정 ⑨곧잘, 자주, 걸핏하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미워할 오(惡)이다. 용례로는 썩 좋은 상황을 호황(好況), 무슨 일이 잘 되어 가기 시작함을 호전(好轉), 사물의 사정이나 상태나 경기 등이 좋음 또는 잘 되어감을 호조(好調), 좋아함과 미워함을 호오(好惡),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는 마음을 호의(好意), 좋은 평가나 좋은 평판을 호평(好評), 좋은 값을 호가(好價), 좋은 감정을 호감(好感), 좋은 일이나 일을 벌이기를 좋아함을 호사(好事), 여럿 중에서 가려서 좋아함을 선호(選好), 어떤 사물을 즐기고 좋아함을 기호(嗜好), 벗으로 사귐을 우호(友好), 사랑하고 좋아함을 애호(愛好), 성적이나 성질이나 품질 따위가 주로 질적인 면에서 대단히 좋음을 양호(良好), 더할 수 없이 좋음을 절호(絶好), 좋아하지 아니함이나 좋지 아니함을 불호(不好), 사이 좋게 지냄을 수호(修好),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옷과 좋은 음식 또는 잘 입고 잘 먹음을 이르는 말을 호의호식(好衣好食),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함을 이르는 말을 호생오사(好生惡死), 남과 겨루어서 꼭 이기기를 즐기는 성벽을 일컫는 말을 호승지벽(好勝之癖), 학문을 좋아하여 책 읽기에 게으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호학불권(好學不倦)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등에 쓰인다.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를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등에 쓰인다.
▶️ 惡(악할 악, 미워할 오)은 ❶형성문자로 悪(악)의 본자(本字), 僫(악, 오), 悪(악, 오)은 통자(通字), 恶(악, 오)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亞(아, 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亞(아, 악)은 고대 중국의 집의 토대나 무덤을 위에서 본 모양으로, 나중에 곱사등이의 모양으로 잘 못보아 보기 흉하다, 나쁘다의 뜻에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惡자는 ‘미워하다’나 ‘악하다’, ‘나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惡자는 ‘악하다’라고 할 때는 ‘악’이라고 하지만 ‘미워하다’라고 말할 때는 ‘오’라고 발음을 한다. 惡자는 亞(버금 아)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亞자는 사면이 요새처럼 지어진 집을 그린 것이다. 惡자는 이렇게 사방이 꽉 막힌 집을 그린 亞자에 心자를 결합한 것으로 ‘갇혀있는 마음’이라는 의미에서 ‘악하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惡(악할 악)은 (1)도덕적(道德的) 기준에 맞지 않는 의지(意志)나 나쁜 행위 (2)인간에게 해로운 자연 및 사회 현상. 부정(不正), 부패(腐敗), 병, 천재(天災), 또는 나쁜 제도나 풍속(風俗) 따위 (3)삼성(三性)의 하나. 남이나 자기에게 대하여, 현세(現世)나 내세(來世)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성질을 지닌 바탕. 오악(五惡), 십악(十惡) 따위 등의 뜻으로 ①악하다 ②나쁘다 ③더럽다 ④추하다 ⑤못생기다 ⑥흉년 들다 ⑦병들다, 앓다 ⑧죄인을 형벌로써 죽이다 ⑨더러움, 추악(醜惡)함 ⑩똥, 대변(大便) ⑪병(病), 질병(疾病) ⑫재난(災難), 화액 ⑬잘못, 바르지 아니한 일 ⑭악인, 나쁜 사람 ⑮위세(位勢), 권위(權威) 그리고 ⓐ미워하다(오) ⓑ헐뜯다(오) ⒞부끄러워하다(오) ⓓ기피하다(오) ⓔ두려워하다(오) ⓕ불길하다(오) ⓖ불화하다(오) ⓗ비방하다(오) ⓘ싫어하다(오) ⓙ어찌(오) ⓚ어찌하여(오) ⓛ어느(오) ⓜ어디(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흉할 흉(凶), 사특할 특(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착할 선(善)이다. 용례로는 나쁘게 됨을 악화(惡化), 나쁘게 이용함을 악용(惡用), 불쾌한 냄새를 악취(惡臭), 남이 못 되도록 하는 나쁜 말을 악담(惡談), 나쁜 버릇을 악습(惡習), 무섭거나 기괴하거나 불길한 꿈을 악몽(惡夢), 몸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괴로운 증세를 오한(惡寒), 가슴속이 불쾌하면서 울렁거리고 토할듯 한 기분을 오심(惡心), 오한을 수반하지 아니하고 심하게 열이 나는 증세를 오열(惡熱), 바람을 쐬면 오슬오슬 추운 병을 오풍(惡風), 몹시 미워함을 증오(憎惡), 싫어하고 미워함을 협오(嫌惡), 어려운 싸움과 괴로운 다툼이라는 뜻으로 강력한 적을 만나 괴로운 싸움을 함을 악전고투(惡戰苦鬪), 나쁜 나무는 그늘이 지지 않는다는 악목불음(惡木不蔭), 죄 지은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악방봉뢰(惡傍逢雷), 오한이 나고 머리가 아픈 증세를 오한두통(惡寒頭痛), 사람은 미워 하더라도 그 사람의 착한 점만은 버리지 아니함을 오불거선(惡不去善)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