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무의 이름이 '이나무'… 가을철 빨간 열매는 꽃꽂이 재료
이나무
▲ 가을철 이나무에 포도송이처럼 달리는 빨간 열매는 꽃꽂이 재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식물 중에는 재미있는 이름이 꽤 많아요.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먼나무 또는 이나무가 그렇습니다. 이나뭇과(科)의 이나무는 중국 산둥반도에서 윈난성에 이르는 해안 지역과 내륙 쓰촨성 등 중국에 분포해요. 일본과 대만에서도 자라고, 우리나라에선 전라남·북도에서 주로 자랍니다.
잎이 넓은 이나무는 가을이나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봄에 새잎이 돋아납니다. 대략 키 8~20m, 지름 50㎝까지 자라는데, 매끄러운 황백색 나무껍질이 특징적이지요. 긴 잎자루는 붉은색을 띠는데, 5~15㎝ 정도로 길어서 바람에 잘 흔들려요. 잎은 어긋나며 길이 10~20㎝ 정도이고, 모양은 심장 혹은 넓은 달걀꼴입니다. 잎 윗부분은 짙은 녹색이고, 아랫부분은 광택이 나서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짙은 녹색인 잎 끝부분은 뾰족하며, 가장자리에는 약간 둔한 톱니가 있답니다.
꽃잎이 없는 노란색 꽃은 4~5월에 보름 정도 핀답니다. 이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 있는 암수딴그루로, 암꽃보다 수꽃이 며칠 빨리 개화해요. 수꽃은 지름 12~16㎜, 암꽃은 지름 9㎜로 수꽃이 암꽃보다 약간 큽니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는 8~10㎜ 크기로 둥근 공 모양이에요. 10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빨간색으로 익는데, 마지막에는 검은색을 띠고 흔히 이듬해 봄까지 달려 있어요. 종자는 2~3㎜ 크기로 달걀 모양입니다.
이나무는 주로 온대나 난대 지역에 자라지만, 서리 피해가 별로 없고 내한성(耐寒性)도 비교적 강해 우리나라 어디든지 자랄 수 있답니다. 점토나 모래질 토양, 반그늘이나 양지 또는 비교적 습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요.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나무를 관상용으로 널리 이용해요. 우리나라는 아직 조경용으로 널리 사용하지는 않지만, 줄기·잎·꽃·열매가 각각 아름답고 독특해 공원이나 길가에 심어도 좋겠습니다. 특히 넓은 잎은 광택이 나고 하트 모양이어서 시각적으로 보기 좋습니다. 꽤 풍부하게 피는 노란색 꽃과 달콤한 향기도 사람들의 주의를 끕니다. 가을철에는 풍부하게 달리는 빨간색 열매가 아주 매력적이에요.
이나무는 꽃이 많이 피고 꿀이 많아 벌에게는 꿀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원천입니다. 이렇게 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되는 식물을 '밀원식물'이라고 하는데, 이나무는 우리나라의 중요 밀원식물인 아까시나무 꽃이 진 후에 꽃이 핍니다. 또 개화 기간이 비교적 길고 꽃이 분비하는 꿀의 양이 많습니다. 당과 아미노산 함량도 높아 이나무는 곤충의 중요한 먹이랍니다.
이나무 잎은 독성이 있지만, 최근 연구 결과 잎 추출물은 항산화나 항염증 등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잎이 다 떨어진 후 포도송이처럼 달린 빨간 열매는 꽃꽂이 재료로 사용합니다. 쓸모가 많은 이나무를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