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중국 공산당을 창건한 마오쩌둥의 개인 비서로 한때 일했던 리루이(李锐 1917.4.14~2019.2.16)가 쓴 일기장 등 문서들을 계속 소장하는 것이 옳은지 결정하는 재판이 1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시작됐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보도했다. 이번 재판은 중국 정부의 검열에 맞서 일기장을 지키는 싸움으로 간주되고 있다.
2019년 리루이가 베이징에서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미망인 장유젠은 문서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베이징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스탠퍼드 대학은 이를 거부했다. 중국 공산당이 일기장을 파기할 것을 우려해 리루이가 일기장 등을 기증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일기장은 1935년부터 2018년까지 기록돼 중국 공산당의 통치 기간 대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 80년이 넘는 세월, 중국은 가난과 고립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 과정에 많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는데 리루이는 가감 없이 꼼꼼이 일기장에 중국 공산당의 치부를 기록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변호사 마크 리트백은 재판을 앞두고 "일기장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금지될 것이다. 중국은 당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는 데 있어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리루이는 개혁적인 시각으로 중국 공산당 안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당에서 존경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멀어지기도 했다. 젊은 시절, 노골적으로 거침없이 말하는 간부로서 마오쩌둥의 눈에 띄어 1950년대 중반 그의 개인 비서 중 한 명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 직책은 오래 가지 못했다.
리가 정치국 회의에서 마오의 견해를 비판하자, 그는 당에서 축출됐으며, 오랜 기간 감옥에서 생활했다. 그는 마오의 변덕스러운 지도 아래 불운을 겪은 수백 명의 당 간부 및 공인 중 하나였다. 그 중 일부와 마찬가지로 리루이는 1976년 마오쩌둥이 세상을 떠난 뒤 다시 부상했다.
그는 수력발전부와 핵심 직책에 인물을 배치하는 당 부서를 감독했다. 당 내부에서 그는 개혁을 옹호하는 더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파벌과 동맹을 맺었다. 은퇴 후에도 그는 당에 개혁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 주석을 "저학력자"라고 일컬으며 비판하는 등 당 지도자들에 대한 날카롭고 직설적인 비판으로 정부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의 저술은 검열됐으며 그의 책은 중국에서 금지됐다. 하지만 당의 원로로서 그는 계속해서 존경을 받았고 특권도 누렸다. 그가 사망했을 때 국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가 "검은 주말"이라고 영어로 기록한 1989년 톈안먼(천안문) 학살에 대한 그의 증언도 포함돼 있다. 중국에서는 입에 올리지 않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딸 리난양은 부친이 생존해 있던 2014년부터 그의 문서와 일기장을 스탠퍼드 대학 후버 연구소에 기증하기 시작했다. 2019년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부친의 유언을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같은 해 의붓어머니 장유젠이 일기장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리루이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장유젠은 남편이 자신의 문서 중 어떤 것이 공개될지 결정하기를 원했다고 주장하며, 이 문서들이 스탠퍼드 대학에 부당하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미망인은 일기장에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관련된 일들이 포함돼 있어 스탠퍼드 대학에서 대중에게 공개되면 "수치심과 정서적인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법원은 장의 손을 들어주며 일기장을 넘기라고 명령했다. 물론 스탠퍼드 대학은 이 판결을 거부했다. 대학의 변호인단은 "이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중국 법원은 공정하지 않다"며 재판 도중 변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이날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재판은 스탠퍼드 대학이 미국에서 장유젠을 상대로 제기한 별도의 소송에 따른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은 캘리포니아 법원에 일기장의 합법적인 소유자로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리루이가 "중국 정권이 자신의 현대 중국 역사에 대한 기록을 억압하려 할 것"이란 점을 이해했고 "자료들이 파괴될 것을 우려했다"고 주장했다. 스탠퍼드 대학은 일기장의 사본을 보관할 수 있도록 허가를 얻었지만, 원본 문서도 보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리트백 변호사는 "리루이는 자신의 일기장이 원본을 포함해 후버 연구소에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것들이 후버 연구소에 있는 것이며, 우리는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