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49) - 날마다 새로운 길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대통령은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고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지인들의 덕담이 쇄도한다. 새해의 간절한 소망, 온 누리에 평화와 번영이 가득하소서.
60년 지기가 정성을 담아 보낸 새해 인사
새해 첫날, 지인이 보내온 메일을 읽으며 새로운 도전을 다짐한다.
‘김태호 선생님 내외분께,
지난 일 년 동안 두 분께 내내 감사했습니다.
자주 자주 가깝고 먼 길 주저 없이 걸으시고, 쉴 새 없이 쓰시고, 간단없이 읽으시고....
김 선생님의 그런 일상은 교육으로, 누구의 영향으로 되는 게 아닌 좋은 운명을 부여받은 사람의 길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삶이지만 대다수가 실천에 이르지 못하는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새 해에도 건강하셔서 오시던 길 이어가시는 시간의 연속이기를 바랍니다.
저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문중자료 편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때론 크고 작은 산길이, 강변이, 들녘이.... 그립습니다.
2019년 마지막 날에 신 향순 드림‘
1월 1일, 아침 일찍 집(분당의 아들네)을 나서 구파발역으로 향하였다. 전날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 한국체육진흥회 멤버들과 서울둘레길 걷기에 참여하러. 분당선과 3호선 지하철을 이용하여 구파발역에 도착하니 오전 9시, 예정시간보다 30분이 빠르다.
오전 9시 반, 두툼한 옷차림을 한 13명의 동호인들이 구파발역을 출발하여 증산역과 월드컵 경기장 지나 한강변 거쳐 가양역에 이르는 서울둘레길 7코스(약 17km) 주행에 나섰다. 걷기왕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스틱을 들고 나온 것을 보니 예사로운 길이 아닌 듯, 듣자하니 10여개의 서울둘레길 중 손꼽히는 난코스란다.
영하의 날씨에 두툼한 옷차림으로 나선 서울둘레길걷기
일행은 곧장 역 부근의 아파트촌 지나 가파른 앵봉산 등반길로 접어든다. 가쁜 숨 몰아쉬며 한 시간여 걸어 이른 곳은 앵봉산 봉우리,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땀이 흐른다. 따뜻한 차와 간식으로 목을 축이고 이어지는 능선 따라 한 시간여 더 걸으니 서오릉 고개 쉼터에 이른다. 잠시 숨 고르며 주변을 살피니 유명 시인들의 시를 새긴 팻말들이 여럿 보인다. 그중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에 시선이 멈춘다. 이를 스마트폰에 담은 후 출발하려는데 몇 걸음 지나 마주친 같은 제목의 시비(詩碑)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 앞부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서오릉 고개 쉼터의 시비, 새로운 길
새해 첫날 맞닥뜨린 ‘새로운 길’에서 영감을 얻고 나니 지금까지 힘들었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어지는 능선을 올라 한 시간여 걸어 이른 곳은 봉산 봉수대, 운치 있는 정자와 봉산과 봉수대의 유래가 적힌 팻말도 두 개나 세워져 있다. 회원들이 준비해온 간식을 들며 쉬는 동안 살핀 봉산의 유래는 이렇다. ‘봉산(烽山)은 일명 봉령산(鳳嶺山)으로 조선 시대에 서울 무악봉수(毋岳烽燧)로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207.8m로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과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향동동과 경계를 이루며, 북쪽으로 1.5~2km 위치에 서오릉(西五陵)이 있고 은평구 방향으로는 황금 사찰로 유명한 수국사(守國寺)가 있다.’
봉수대가 있던 곳에 세운 봉산정
봉산에서 다시 오르내리는 능선 따라 한 시간여 걸으니 증산역 가까운 산기슭의 생활체육공원에 이른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인근 주택가의 음식점을 찾으니 오후 2시, 4시간여 힘든 산길을 걸은 터라 점심(설렁탕)이 꿀맛이다.
2시 45분경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증산역 지나 불광천변에 들어서니 비단길, 상암동의 월드컵경기장 지나 쓰레기매립장에서 공원으로 변한 난지천공원과 하늘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일품이다.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한경변의 숲길 지나 가양대교 건너노라니 오랜 세월 면면히 흐르는 한강수가 유장하고 수백 마리의 새떼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목적지인 가양역에 이르니 오후 4시 반, 새해 첫날 유서 깊은 서울둘레길을 힘차게 걸었으니 시작부터 뿌듯하다.
지난해 마지막 주말(12월 29일)에는 한국체육진흥회원들과 함께 남태령에서 동작대교와 서울역 거쳐 명보극장에 이르는 백의종군길 서울 구간(약 20km) 걷고 그믐날(12월 31일)은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 아내랑 안국동과 종로 거쳐 시청에서 을지로 4가에 이르는 지하상가 지나며 도심의 풍물을 살폈다. 내일과 모래로 이어질 우리의 길, 날마다 새로운 길(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이어라.
서울의 백의종군길, 이촌동 국립박물관 앞을 지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