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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슬라 아트월드(Haslla Art World)
소재지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휴관일 연중무휴
사이트 www.haslla.kr
이용 시간 09:00~18:00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자연 속 예술 체험장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에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하슬라 아트월드가 있다. 강릉을 부르는 옛말인 ‘하슬라’와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을 표방하는 ‘아트월드’가 만났다.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조각공원과 동화 속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다. 다양한 체험 학습 패키지와 레스토랑, 호텔까지 갖추고 있어 예술 여행지로 딱이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목차
미로처럼 얽혀있는 전시 공간
피노키오가 사는 동화 속 미술관
시원하게 펼쳐진 수평선을 배경으로 삼은 야외 조각공원
만들고, 먹고, 자는 것도 예술 체험이 되는 곳
함께 가보면 좋아요
┗ 참소리축음기박물관 & 에디슨과학박물관 & 영화박물관
미로처럼 얽혀있는 전시 공간
하슬라 아트월드는 7만 7000평에 달하는 부지에 들어선 갤러리 겸 호텔이다. 2003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조각공원과 갤러리, 호텔이 차례로 들어섰다. 이곳의 대표이자 관장인 박신정, 최옥영 부부는 조각가다. 각양각색의 테마 공간을 손수 설계하고 가꿨다.
망망대해가 펼쳐진 언덕을 오르면 색색깔의 유리 벽 건물에 다다른다. 뮤지엄호텔이다. 호텔 건물을 중심으로 '현대미술관', '피노키오 & 마리오네뜨 갤러리'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야외 조각공원까지 모두 둘러보려면 넉넉하게 3시간은 잡아야 한다.
1층 홀 안으로 들어서면 '아트샵', '레스토랑', '기획전시실'이 차례로 이어진다. 벽 곳곳에 걸린 그림과 레스토랑 천장에 매달린 슈퍼맨 목조각, 스템플러 심을 일일이 박아서 만든 악어 모양의 조형물 등 눈길 닿는 곳이 전부 작품이다. 그중 기획전시실에 놓인 대형 나무 그릇 〈우주〉는 하슬라아트월드의 대표적 작품이다. 자작나무 합판을 층층이 이어 붙였는데, 뮤지엄호텔의 각 방마다 침대로도 활용하고 있다.
기획전시실을 지나 미술관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문을 열면 신비로운 조명이 인상적인 '터널미술관'이 나온다. 지하 미술관으로 내려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회화작품이 걸려있는 지하 미술관을 지나면 '미술관 친구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코너가 복도를 따라 이어져 있다. 아이들에게 색연필을 쥐어주고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보게 할 수 있는 코너다. 벽면에는 아이들이 손수 그린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피노키오가 사는 동화 속 미술관
옆 동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파이프 터널로 연결된다. 터널에 들어서면 색색깔의 조명이 화려하게 춤을 춘다. 아이들에게는 공간을 넘나드는 것 또한 하나의 놀이다. 파이프 터널을 빠져나오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현대미술관 건물이 나온다. 기획전시와 초대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바닥을 뚫고 나온 듯한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청동 흉상이 특히 인상적이다. 강릉의 대표 인물인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현대미술관 지하에는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전시물이 가득하다. 만화영화를 틀어주는 '피노키오 영상관'을 지나면 '피노키오 & 마리오네뜨 전시관'이다.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한 작품과 이곳 관장이 이탈리아에서 수집한 피노키오 인형, 유럽 각국에서 모은 마리오네뜨1) 가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센서가 작동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인형 앞에서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천장에 줄을 타고 매달린 '팅커벨', '유령신부', '삐에로' 등 동화나 영화 속의 마리오네뜨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줄이 흔들릴 때마다 마리오네뜨가 어떤 동작을 하는지 살펴보자. '피노키오는 왜 코가 길까?' 등 동화 속 캐릭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자.
시원하게 펼쳐진 수평선을 배경으로 삼은 야외 조각공원
갤러리를 나와 호텔 뒤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바다카페 '항상'에 마련된 테라스다. 시원하게 펼쳐진 수평선을 내려다보며 차 한잔 마시기 좋다. 콘크리트 벽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조각상에도 눈길이 간다. 〈포세이돈의 귀환〉이라는 작품이다. 넥타이를 맨 사내가 금방이라도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 것만 같다.
카페를 지나면 야외 조각공원 탐방로가 시작된다. 해안 절벽 언덕을 따라 조성된 3만 3000평의 공원은 자연 속 예술 체험장이다. 체험 학습 및 조각공원의 안내를 받고 싶다면 미리 일정을 문의해서 예약하면 된다. 공원은 '소나무정원', '시간의 광장', '놀이정원', '하늘정원', '바다정원' 등의 테마로 나뉜다. 2km쯤 되는 산책길은 쉬엄쉬엄 걸으면 1시간 정도가 걸린다.
100여 개의 조각작품과 300여 종의 야생화가 숨바꼭질하듯 곳곳에 숨어있으니 매표소에서 조각공원 안내도를 미리 챙겨두자. 특히 시간의 광장에 놓인 초대형 '해시계', 바다를 향해 공중에 매달린 〈그림자 자전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발렌도르프 비너스상〉은 하슬라아트월드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길바닥에도 재미있는 설치작품이 있다. 실제 신던 신발을 엎어서 묻어놓은 〈로드 아트〉, 다양한 얼굴 표정을 타일로 표현한 〈내 얼굴 밟지 마〉 등을 살펴보자 .
만들고, 먹고, 자는 것도 예술 체험이 되는 곳
실내외 곳곳에 마련된 작품을 보고 만지는 것 외에도 즐길거리가 많다. 바다카페 옆 체험관에서는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 양초, 나무액자, 나만의 티셔츠, 머그잔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작가와 함께하는 '어린이 미술 워크숍', 야외 조각공원에서 이루어지는 '아트사파리', '숲체험' 등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단체 관람객 위주로 운영하지만 예약 시 일정을 미리 문의하면 개인 가족도 참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하룻밤 잠자리마저 예술 체험이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욕조와 테이블, 여성의 자궁을 본떠 만든 침대 등 뮤지엄호텔의 각 방마다 배치된 가구가 모두 작품이다. 당일뿐만 아니라 1박 2일 체험 패키지도 고를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두자.
강릉 경포호수에 자리한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에디슨과학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20여 종의 오르골과 1920년대부터 제작된 15개국의 축음기와 음반 15만 장, 그 외 에디슨이 발명한 온갖 생활용품 및 가전제품이 세계 최대 규모로 전시되어 있다. 미리 견학 신청을 하면 해설사와 함께 오르골과 축음기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바로 옆 영화박물관도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영화와 관련된 기기들과 영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미키마우스, 스파이더맨 등 영화 속 캐릭터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과 사진을 찍기도 좋다. 고전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영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자유관람권 : 성인 15,000원
하슬라 아트월드
서 있는 모든 곳이 작품이 되는 곳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자연과 더불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하슬라아트월드. 총 10만여 평의 규모로, 전시부터 카페, 레스토랑, 호텔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예술공간이다. 동해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자연에 기대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하슬라’라는 이름에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하슬라는 고구려 시대에 불리던 강릉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2003년 오픈부터 지금까지, 대지미술가 최옥영과 그의 아내인 조각가 박신정(그레이스 박)은 다양한 현대미술 전시와 프로그램 등을 시도하며 새로운 작품과 창의적인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미술관의 3개의 관 중 현대미술관 제 1관(MODERN ART GALLERY Ⅰ)에서는 키네틱 아트 작품과 설치미술, 조각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작품을 조종해 보고, 연주하며 함께 사진을 찍어 완성해 보기도 하는 등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미술관 제 2관(MODERN ART GALLERY Ⅱ)은 4개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구성된 설치미술공간이다. 거울 설치미술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설치미술이 있으며, 터널 설치미술을 통하여 제3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현대미술관 제 3관(MODERN ART GALLERY Ⅲ)에서는 입구에서부터 거인 피노키오가 반겨준다.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가득한 이 곳은 조각작품과 회화, 키네틱 작품 등 시즌마다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을 지나면 피노키오 마리오네트 박물관(PINOCCHIO MAERIONETTE MUSEUM)으로 이어진다.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마리봇’이 전시되어 있는 피노키오 박물관에는 발자국 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 서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 마리오네트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설치되어 있는 거인 마리오네트 조각과 같은 작품에서는 관객 참여가 가능하다.
하슬라 아트월드는 아이들과 같이 가기에도 제격이다. 어린아이는 모두 예술가라고 이야기했던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의 말처럼, 모든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체험 학습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 다양한 체험학습을 상설로 진행하고 있으니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하다.
황룡사 목탑을 지었다는 장인 아비지의 이름을 딴 아비지 특별갤러리(ABIGI GALLERY)에서는 특별한 설치미술 작품과 선별된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천년초 테마로드로 걸어나가면 푸른 에메랄드 바다를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인 야외 조각공원(SCULPTURE PARK)에서는 자연을 캔버스 삼아 설치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3만3천 평의 야외조각공원은 바다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해안 절벽 위에 위치한 예술정원이다. 각각의 테마 속에 녹아든 조각 작품과 대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걷는 길목마다 예술인 ‘성성 활엽길’,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걷기 좋은 ‘소나무 정원’, 초대형 해시계가 있는 ‘시간의 광장’, 로드 아트를 보면서 따라 걷는 ‘갈대 숲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있는 ‘바다 정원’, 벌거벗은 다비드 상이 있는 ‘하늘정원’, 거대한 대지 미술인 ‘머리 속으로’, 각종 식물들 사이사이로 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최옥영의 예술정원’까지.
"성성" 이라는 의성어를 사용한 ‘성성활엽길’은 천천히 성성 걸으며 구경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유롭게 걷는 길목마다 작은 조각작품들과 로드 아트를 볼 수 있다.
‘소나무 정원’의 해안 절벽에 난 소나무들은 대지 위에 뿌리내리고 자연의 풍파를 견디며 길을 따라 자신들의 모양으로 자라났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거닐며 나무 데크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조각공원 정상에 다다른다.
‘시간의 광장’은 거대한 해시계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터널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이기도 하다. 해시계의 언덕 주위로는 12간지의 동물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대지미술을 몸소 체험하고 경험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소똥 갤러리는 소똥으로 만든 조각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최옥영 작가의 초기작인 소똥 작품들을 이 곳에서 관람 하실 수 있다.
시간의 광장의 아름다운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흘러가는 듯 알 수 없게 만든다. 하슬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 하는 곳으로 조각작품들과 바다가 잘 어우러져 있다.
갈대 숲을 따라 나있는 ‘갈대숲길’을 걸으면 우리의 마음은 평화로워진다. 로드 아트를 보면서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길 이다.
‘바다 정원’에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있다. 바다 또한 풍요를 상징한다고 한다.
거대한 대지미술 작품인 ‘머리 속으로’를 지나면 ‘최옥영의 예술정원’이 나온다. 각종 식물들이 가득한 최옥영의 예술정원은 온실처럼 유지가 되고 있다. 식물들 사이 사이로 조각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SKY WALK)’도 볼거리 중 하나다. 하슬라아트월드의 돌로 만든 동그라미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파도의 길을 관람한 후, 스카이워크를 통해서 야외조각공원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에 서면 탁 트인 동해바다와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는 전시뿐만 아니라 식사와 카페도 즐길 수 있다. ‘張 레스토랑(RESTAURANT JANG)’의 내부마저 모두 회화와 조각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넓은 통유리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와 함께 맛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조각공원 입구에 있는 하슬라카페(HASLLA CAFÉ)를 들르면 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하슬라아트월드에는 총 22개의 객실을 보유한 하슬라 뮤지엄 호텔(HASLLA MUSEUM HOTEL)이 있다. 전 객실이 조각가 최옥영의 작품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모든 객실이 다른 욕조와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꾸며져 단 하나뿐인 공간을 선보인다. 호텔 내부의 침대까지 사각형, 마름모, 원형, 평상형 등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어 취향에 맞게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 테이블과 가구, 화려한 타일 등이 예술작품인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보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예술에 누워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 호텔에서 하룻밤 머무르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하슬라아트월드는 휴관일 없이 365일 연중 무휴로 운영되고 있다. 총 관람 소요시간은 평균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후다닥 보고 가기에는 아쉬울 수 있으니, 적어도 마감시간 1시간 전에는 매표를 하여 입장하는 것이 좋다.
입장권은 성인(만 14세 이상) 15,000원, 어린이(만 3세부터 13세) 1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오픈시간(Open) : 9:00AM
마감시간(Close) : 18:00PM
[여기 어때] 산, 바다, 하늘, 그리고 예술…강릉 하슬라아트월드
연합뉴스 기사 송고시간 : 2021-11-17 07:27
가슴 탁 트이는 전경과 예술 작품의 조화
(강릉=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파도처럼 솟구치는 은빛 조형물 너머로 드넓은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인다.
반대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3만여 평의 소나무 숲이다.
곳곳에 놓인 다채로운 조각상이 짙푸른 숲에 생동감을 더한다.
산과 바다와 하늘, 그리고 예술이 맞닿은 곳, '하슬라아트월드'다.
나지막한 산 중턱에 알록달록한 원색의 건물이 우뚝 서 있다.
2003년 문을 연 '하슬라아트월드'다.
'하슬라'는 고구려 시대 불렸던 강릉의 옛 지명.
강릉 출신의 설치 예술가인 최옥영·박신정 부부가 20년간 가꾸고 다듬어 온 복합문화공간이다.
거대한 대지를 캔버스 삼아 그 위에 그림을 그리듯 독특한 설치작품을 선보여 온 두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표소를 거쳐 전시실로 들어서니 낡은 악기를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듯한 설치작품이 먼저 눈길을 끈다.
수직으로 세운 피아노 위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 옆에 푹신한 가죽 소파처럼 보이는 의자는 사실 딱딱한 쇳덩어리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은빛 송곳니를 드러내며 포효하는 거대한 하마가 눈길을 끈다.
잘려 나간 하마의 등 위에는 검은색 의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는 양태균 작가의 작품이다.
나무로 하마 모양의 프레임을 만들고 그 위에 스테이플러 칩을 하나하나 박아 완성했다.
고슴도치를 건드리면 가시가 돋듯 인간이 자연을 괴롭히면 자연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마 반대편에는 수많은 볼록거울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다.
무지개처럼 펼쳐진 원색의 천들이 흔들리는 볼록거울에 비치면서 무한대의 이미지가 생성된다.
무한한 자연의 에너지와 영속성을 표현한 박신정 작가의 작품이다.
이색 작품들로 가득한 이 공간은 하슬라아트월드의 첫 번째 전시실인 아비지 특별갤러리다.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을 제작한 백제의 장인 '아비지'의 이름을 딴 전시실이다.
창밖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작품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비지 특별갤러리에서 한 층 내려가면 현대미술관 제1관으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이 직접 조종해 볼 수 있는 키네틱 아트 작품과 독특한 설치미술 작품, 그림과 조각 등 다채로운 장르의 미술품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카페와 연결된 한쪽 모퉁이에는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인 공간이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빨간 노끈을 천장에서 바닥까지 팽팽하게 묶어 독특하게 꾸민 최옥영 작가의 작품 'RED'다.
매표소를 한 층 위로 옮기면서 방치됐던 공간을 설치미술로 꾸며 관람객이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현대미술 2관으로 내려가는 통로에는 다양한 색상의 실을 엮어 만든 거대한 그물이 천장과 벽을 뒤덮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얽히고설키며 매듭을 만들어가는 우리네 인생을 표현한 최정윤 작가의 '시간의 끈'이다.
4개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꾸며진 현대미술 2관은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향하는 원형 통로도 독특하다.
피노키오가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형형색색 움직이는 조명이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피노키오 박물관에서는 피노키오와 관련된 다양한 조각품과 마리오네트 인형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다가가면 팔과 다리를 흔들어 몸을 움직이는 '로봇 마리오네트'는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박물관 입구 체험학습실에서는 피노키오 마리오네트 공예, 나만의 오르골 색칠하기, 초콜릿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피노키오 박물관에서 나오면 '파도의 길'로 이어진다.
푸른 바다와 하늘, 설치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야외 공간이다.
비닐하우스에 쓰이는 은빛 쇠 파이프를 이어 만든 전망대의 난간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솟구치는 파도처럼 보인다.
은빛 파도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파도의 길 왼쪽에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돌벽 포토존이다. 바다를 향해 나 있는 둥근 창 위에서 포즈를 취하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주말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고 한다.
건물 뒤편으로 펼쳐진 10만9천㎡ 규모의 조각공원도 빼놓지 말자.
공원 곳곳에 놓인 설치·조각 작품이 초록빛 숲과 푸른 바다, 그리고 하늘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조각공원 내 바다의 정원에 놓인 빌렌도르프 비너스상은 바다의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
미술관 건물과 이어진 조각공원은 사실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최옥영 작가가 직접 포크레인을 몰고 산길을 내며 만든 조각공원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새의 형상이라고 한다.
드넓은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차나 와인을 마시며 지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다.
카페에서 직접 카카오를 로스팅해 만든 진한 핫초코가 일품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지미술가 최옥영, 하슬라 언덕에서 신과 협업하다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
UPI뉴스 기사 승인 : 2023-11-06 14:40:34
‘하슬라(何瑟羅)’는 삼국시대 고구려에 속했던 강원도 강릉부를 부르던 말이다. 지명이야 어떻든, 동쪽 푸른 바다에 기댄 이곳은 한반도에 인류가 정착한 이래 지금껏 태양의 기지개를 매일 처음 훔쳐볼 수 있는 곳이다.
‘대지미술가’ 최옥영은 이곳 ‘하슬라’에 터를 잡고 20여 년째 대자연과 씨름하고 있다. 대양이 입을 벌린 바닷가와 맞닿은 수만 평 하슬라 언덕에 자신의 성을 짓고 있다. 강릉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하슬라아트월드’. 사람들은 이 곳을 두고 ‘대지미술’의 전형이라 부른다.
그의 이런 대지미술은 영월의 ‘젊은달 와이파크’, 이제 막 삽을 뜬 삼척의 ‘하슬라’로도 이어진다. 삼척 하슬라까지 마무리되면 ‘삼각벨트’가 완성된다. 그가 벌여놓은 한국 대지미술의 실체인 ‘하슬라아트월드’를 시월의 마지막 날 찾았다.
그는 자신의 대지미술에 대해 “땅과 지형을 하나의 캔버스로 생각하고 조물주가 준 땅에 사람의 생각을 넣는 것”이라며 “무한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썩고 소멸할 테지만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본래 대지미술은 ‘랜드 아트·프로세스 아트’라고 불리며 사막·산악 ·해변·설원(雪原) 등의 넓은 땅을 파헤치거나 거기에 선을 새기고 사진에 수록해 작품으로 삼기도 하고, 잔디 등의 자연물을 그릇에 담거나 직접 화랑에 운반해 전시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의 대지미술은 자연에 자기 작품을 조화롭게 섞어놓은 게 핵심이다. 하슬라의 거대한 구조물이나 조각이 애초 그곳에 있던 것처럼 어우러지는 이유다. 또 그렇기에 수만 평 위에 놓인 그의 여러 작품이 모두 하나로 보이는 이유다.
그가 이런 대지미술가로 나선 건 그가 처음 대중에 각인됐던 1997년 포스코 갤러리에서 연 ‘소똥 조각전’이 계기다. 그는 당시 소똥 재료로 만든 작품 여러 점을 허공에 매달았다. 작품 재료나 주제 모두 관객의 혼을 빼놓았고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에겐 ‘소똥작가’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당시 작품은 소의 배설물인 똥이 땅에 떨어져 지극히 안정된 상태가 된다는 정형화된 조건에 대한 일종의 반역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해당 전시는 관객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큰 전환점이었다. 그는 이 전시에서 자연환경의 새로운 관점과 작품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이 향후 펼칠 자연을 상대로 한 대지미술의 개념을 스스로 정립할 수 있었다.
“오래된 답답한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는 뻥 뚫린 기분이었죠. 소똥작품을 통한 힐링. 그 치유의 힘이 다음 단계로 나갈 에너지를 주었어요. 예술 인생의 큰 모멘텀이었죠”라고 그는 회상했다. 이 전시는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결국, 그의 소똥은 동해를 건너 도쿄의 Pepper’s 갤러리에 걸리게 됐다.
그는 애초 스케일이 크다. 대지미술이 아니더라도 조각가에겐 어떤 형식이든 큰 공간이 필요하다. 작업장이든 전시공간이든. 이 때문에 그는 소똥전 이전부터 자신이 꿈꾸는 조각을 실행하기 위해 대관령 인근 폐교를 인수했다. ‘왕산조형연구소’란 간판을 내건 그는 다양한 예술 실험에 몰두하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오지랖일지, 그는 종합예술제인 ‘왕산개천제’까지 개최하며 겁 없는 예술혼을 토해냈다. 호사다마였을까. 기상 역사에 기록된 태풍 루사는 대지에 맞선 겁 없는 예술가를 가만두지 않았다. 루사가 삼킨 연구소는 폐허로 바뀌었고 그의 꿈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었지만, 추슬러야 했다. 하지만 그는 “내 마음속 찌꺼기마저 송두리째 쓸고 간 고마운 태풍아”라며 훅훅 털고 일어났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아내이자 가장 큰 버팀목이자 조력자인 조각가 박신정(그레이스 박)이 있었다. 두 사람은 하슬라로로 향했다. 짙은 어둠이 서서히 거치자, 여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손에 쥔 바닷가와 맞닿은 10여만 평의 언덕에 새로운 꿈인 ‘하슬라’를 짓기 시작했다. 돈이 떨어지면 잠시 쉬고 때를 기다리며 서로를 달래야만 했다. 사실 급할 것도 없었다.
“강원도는 가장 한국적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더 멋지겠다고 생각했다. 이 곳은 어느 방향을 봐도 바다가 보인다.” 애초 바다가 보이는 곳에 터를 잡은 건 그의 계획이다. 천혜의 요지에 똬리를 튼 하슬라아트월드. 좌우로 펼쳐진 대양의 수평선 아래 가득 채운 가을의 시퍼런 동해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대자연에 그저 숟가락만 얹은 셈”이라며 그가 자신을 낮춰 부른 이유는 자연에 대한 경외로 읽혔다.
긴 시간과 사투해야 했지만, 두 사람은 우선 3만 3천여 평의 공간에 조각공원 ‘성성활엽길’, ‘소나무 정원’, ‘시간의 광장’, ‘바다정원’, ‘하늘전망대’, ‘돌갤러리와 소똥미술관’ 등을 지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맨 뒤에 지은 ‘하슬라뮤지엄호텔’은 그야말로 특별함의 극치다. 20여 개에 지나지 않는 객실이지만, 방마다 예술 자체를 품고 있다. 차라리 ‘작은 공간 예술’이라고 불러야 할듯하다. 잠을 자는 것도 호사로 보이는 이유다. 특색 있는 방에 갖춘 원형 나무 틀 속 침구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처럼 투숙객을 밤새 휘감는다.
영월에도 그의 손길이 스쳤다. 이젠 MZ세대들의 사진 촬영 성지로도 불리는 ‘젊은달 와이파크’가 그곳이다. 이곳은 애초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박물관 1개동과 주막거리(식당) 6개동으로 지어진 ‘술샘거리’였다. 대지면적만 8000평에 달하니 적잖은 공간이다. 하지만 지역민의 기대와 달리 활성화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는 이곳에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과 여러 박물관, 공방이 합쳐진 복합예술공간을 채워 넣었다.
입구부터 그의 시그니쳐 컬러로 무장한 붉은 대나무(Red Bamboo)가 관객을 맞는다. 그 외에도 다섯 개의 전시공간을 비롯해 목성(木星)_소나무 판테온(Jupiter_Panthéon), 우주정원 (The Universe Garden), 붉은 파빌리온(Red Pavilion), 얼굴 없는 인간(A faceless Man), 고무 드레곤(Rubber Dragon), 스파이더 웹(Spider Web), 엄마의 자궁(The Universe), 우주정류장(Space Station), 바람의 길(Windy Road), 드레곤3(Silver Dragon), 나무드래곤(Wood Dragon) 등 조형물들 주변엔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관객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조형물마다 주는 거대함과 우주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힐링처럼 다가오는 듯했다.
“젊은달 와이파크는 즐기고 만지면서 에너지가 교감하는 장소다. 나는 작품을 사전에 계획하지 않는다. 좋은 재료와 물질이 있으면 그때 내 생각과 섞어본다. 공간은 나중 문제다.” 그렇게 여러 재료와 그의 생각이 섞인 구조물들은 ‘젊은달 와이파크’에 하나둘씩 채워졌다.
거침없은 예술혼을 쏟아내는 최옥영. 사실 그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고 ‘뒷수습을 하는 이’는 따로 있다. 아내인 박신정 작가의 몫이다. 그는 이화여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수학한 재원으로 어엿한 중견 작가다. 아내는 젊은 시절 교수와 날을 세우며 예술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던 한 무명의 작가에 반해 지금껏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슬라로 향하던 길목에 잠시 들린 최 작가의 거대한 작업실엔 포크레인도 드나들 수 있는 큰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이도 발을 동동 구를지언정 마무리는 아내 몫이었다.
작업실엔 콘크리트로 만든 ‘천의 얼굴’이 널브러져 있다. 마치 시황제 무덤에서 나온 수천 병정의 조각처럼 제각기 서로 다른 얼굴을 한 그의 조각상들은 다양한 그의 감정들이라고 했다. 최근엔 우유팩 뒷면 천여 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만장까지 그리려고 한다”며 최 작가가 너스레를 떨자, 아내는 “부자되겠네요”라며 웃어넘긴다.
그의 큰 작품 스케일은 더러 타인에게 ‘욕심이나 객기’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내려놓는 것도 욕망이다”는 말로 차고 넘치는 예술혼을 그저 자기 방식으로 토해내고 있는 자신을 대변했다. 또 그는 “예술가를 기록자로 만드는 재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우주의 큰 사이클로 보면 그렇다. 나의 대지미술은 단순하고 원시적인 힘이 강조되는 순수한 조형성을 추구한다. 원시적인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땅, 땅(자연)은 만물의 죽음과 삶의 영원한 모태이며 거대한 자궁이다. 나의 대지예술의 생명이기도 하고 본질이다”라는 말로 잠시 스치는 인생 유한한 자신의 흔적을 설명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현재진행형이다. 끝은 알 수 없다. 그는 언젠가 지워질 흔적을 오늘도 대자연에 낙서하고 있다. 분명한 건 그런 낙서가 매일 대자연(우주)에 자신의 우주를 더하는 그만의 예술혼이란 점이다. 또 그 작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신의 우주와 자신의 우주가 조화롭게 만나게 하는 일이다. 어쩌면 그의 작업은 신과 동행하는 협업일지도 모르겠다. 대지미술가 최옥영은 오늘도 자신의 우주를 세상에 낳으려 비탈길을 오르고 있다.
하슬라 아트월드(Haslla Art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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