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고, 꿈꾸고, 결국 해내고
모든 것이 심드렁했던 10대를 보낸 후, 남궁민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연기를 만났다. ‘배우’라는 두 글자를 가슴속에 품은 뒤로 그의
인생은 단 한번도 열정적이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매번 인터뷰이에게 “힘든 적 없었어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이런 저런 이야기가 쏟아지곤
했다. 하지만 남궁민의 대답은 심플했다. “그냥 행복했어요”라는 말 안에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숨 쉬고 있다.
공대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어요?
저는 무슨 일을 할 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일에 흥미가 있어야지 그 일을 해 나갈 때 능률이
오르잖아요. 어릴 땐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고 싶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없었어요. 부모님이 “취업이 좋은 이공계열을 가면 어떠냐” 하셔서
공대에 들어가게 된 거구요. 그렇게 학교에 입학하고 두 학년쯤 다녔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러던 중 MBC 공채 탤런트 모집 공고가
떴길래 “저기 시험이나 한번 쳐 볼까?” 했더니 엄마가 옆에서 콧방귀를 끼시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붙었어요?
떨어졌죠. (웃음) 하지만 그 뒤로 연기라는 것에 흥미가 생기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 시작 된 흥미가 조금씩 커 가면서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됐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됐어요.
끼가 있다는 건 언제 알았어요?
저는 우선 ‘끼’라는 걸 좀 구분하고 싶은데요, 소위 말하는 말 잘하고 춤 잘 추는 그런 끼는 저에게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 춤을 추는 걸 봤어요.
어휴~ 그걸…. (웃음) 대신 배우로서의 끼는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데 있어 좀 차분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가 가진 디테일한 감성들을 공감하고 표현해 내는 게 재미있었어요. 일단 이게 재미있다고 생각이 드니 남들 앞에 서는 걸
싫어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를 꿈꾸게 되더라구요.
혹시 처음 했던 대사를 기억나세요?
와 정말 오래됐네요. 탤런트 시험에 떨어지고 연기학원을 다녀봤는데 이건 아니다 싶은 거예요. 그래서 직접 프로필을 만들어 에이전시를
찾아가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CF 단역 촬영을 종종 했어요. 정식으로 연기를 하고 대사를 했던 건 EBS 드라마였나? 거기에서도 단역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와서 “너 정말 실망이야” 뭐 이런 대사를 했던 것 같아요. (웃음) 지금 생각해도 그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엄청 떨었어요.
연기생활을 이어나가면서 조급함 같은 건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데뷔가 빠른 편은 아니었잖아요.
늦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있어서의 조급함은 없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이 먼저였어요. 저의 경우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가 드디어 무언가를 찾아낸 케이스잖아요. 그래서인지 배우 생활을 하면서 겪는 역경이나 고난같은 것들에 대해 불만이나
아쉬움이 덜했던 것 같아요.
그럼 연기를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 된 적은요?
제가 신인일 때는 욕하는 감독님도 많았어요. 그분들께 혼날 때 마다 ‘하기 싫다’, ‘그만둘까?’라는 생각 보단 제 연기력이 부족한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 더 컸어요. 물론 ‘좀 더 좋은 배역을 맡고 싶은데 왜 그러지 못할까’ 같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너무 큰 배역에
큰 사랑을 받았다면 연기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한 순간에 잘 풀린 게 아니라 꾸준히 연기를 하고 있었고
나름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듣다 보니 아까 민아씨를 보며 부럽다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돌이켜 보면 누가 연기를 알려주거나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 조차 상상할 수 없었어요. 그땐 지금처럼 벤에서 대기하며 의자에 앉아본 적도
없고 항상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죠. (웃음) ‘언제 나를 불러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요.
# 쉬운 적 없던 연기, 쉽게 한 적 없는 배우
평소에도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에요?
정~말 많이 해요. 항상 해요.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단 한번도 쉽게 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연기의 발전은 없는 거니까요.
워낙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편해진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꽤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왔죠. 그렇다고 ‘난 이런 것도 해봤고 저런 것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 같은 생각으로 연기를 얕본다면, 배우로서 전달해야 하는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봐요. <미녀 공심이>를 찍으면서도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고 있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론 ‘내가 여전히 고민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안도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연기’에 어느 정도 가까워 진 것 같아요?
한 70퍼센트를 조금 넘은 것 같아요. 이제야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건가?’라고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에 온 거죠. 제가 그래도 17년
동안 한 우물만 팠잖아요. (웃음)
요즘 남궁민을 두고 ‘대세’라는 말을 자주 써요. 기분이 어때요?
에이~ 저야 대세일 것 같은 사람이고 대세인 사람은 너무 많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대세가 되고 싶습니다. (웃음) 물론 그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기분도 좋지만 제가 바라는 건 ‘나 옛날부터 저 사람 연기를 봐 왔어. 아주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네. 잘
됐으면 좋겠다’ 같은 피드백이에요. 오랜 시간 성실하게 자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를 향해 ‘저 사람 나오는 건 봐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말하기 쑥스럽지만 요즘 그런 피드백을 살짝 받고 있기도 해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너무
좋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남궁민을 만난다고 하니 “남규만?”이라고 되물어봐요.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로 기억 된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의 시청률이 이십 퍼센트가 나왔어요. 정말 많은 분이 본 거죠. 한 캐릭터로 국한된다는 건 배우로서
좋은 일은 아니지만, 작품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물론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작품들이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사랑 받는 작품에 출연했기에 더 많은 분이 절 기억해주시는 거라 믿어요. 그런 의미로 다음 인터뷰 땐 절 안단태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이든 10년 이상하면 느끼는 게 있다고 하잖아요. 어떤 걸 느껴요?
연기를 하면서 마치 인생 수양을 하는 듯 해요. 내가 제일 돋보이고 싶고 욕심부렸던 마음을 내려 놓게 되고 동시에 아주 복잡미묘한
감정도 들어요. 이 모든 걸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날, 무언가를 깨우치지 않을까요?
더 욕심나는 건 없어요?
드라마는 순발력을 요한다면 영화는 시간을 두고 깊이감 있게 풀어내는 쪽이라고 봐요. 그런 부분에서 영화와 제가 잘 맞아요. 아쉽게도
2006년 이후로 영화 작업이 없었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았어요. 요즘은 열심히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고 좋은 작품이 오길 바래요.
배우라는 직업이 매번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그런 부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나요?
그게 배우의 숙명이잖아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런 건 제가 원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배우는 그저 성실히
연기하면서 좋은 인연을 기다릴 뿐이에요.
지금까지 남궁민에겐 ‘얼굴’과 관련 된 편견이 유독 많았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처음 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그랬어요. “저렇게 유약하고 착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남자다운 역을 맡을 수 있겠어?” 하지만 다음엔
“저 사람 웃는 것만 봐도 무서운데 밝은 역할을 어떻게 해?”라고 해요. (웃음) 그런 식으로 이미지에서 오는 편견들을 제가 맡은 역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으로 깨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선 장점이기도 하네요. 선과 악, 어떤 것을 가져다 놔도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 가진 이미지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어느 정도의 평범함도 가졌기에 다양한 걸 빚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봐요.
사실 이전에는 그런 편견이나 시선들을 꽤 많이 신경 썼었어요. 그래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더 좋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 믿기도 했어요. 하지만 배우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 고민했을 때 일이 잘 풀리지 그 외의 생각들이 너무 많으면 그만큼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지금은 그런 부가적인 부분들은 회사에 다 맡기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하려 해요.
그럼 남궁민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모습은 뭐예요?
자신에 대해 솔직할 줄 아는 배우요. 남을 너무 의식해서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하게 되거나 척하면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그게 다 가짜니까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좀 더 멋있게 보이고 싶고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는지 머리로 알잖아요. 하지만 솔직하게
행동했을 때 비로소 연기가 더 편해지고 잘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다면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연기를 절대 만만하게 보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에요.
배우보다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어휴~ 저도 스타가 되고 싶어요. (웃음) 하지만 스타는 되어도 연기를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본인의 목표가 유명해지는 거라면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겠지만, 진정한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요. 그리고 주목을 받는 건 길어봤자 3-4 개월이에요.
사람들은 곧 잊어버려요.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어요. 어떻게 살아 온 것 같아요?
‘참 열심히 살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떳떳하게 행동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들어 제가 쌓아왔던 것들이 조금씩 발휘된다는 걸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 스스로도 어떤 연기를 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지 기대가 돼요. 어떻게 보면 저에겐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
거죠.
그럼 지금부터 시작인 배우로서 어떤 꿈을 꾸고 싶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계속해서 미쳐있는 배우, 끊임없이 고민하는 배우, 앞으로도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 그런 배우가 될
거예요.
# 오래 알고 지낸 배우
남궁민에게 중견 배우라는 말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질 법도 한데 그의 머리 속은 한번도 연기 생각을 멈춰 본 적
없는 신인 시절에 머물러 있다. “단 한번도 쉽게 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그의 입에선 ‘고민’ ‘노력’ ‘진정성’
‘충실함’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그건 그저 습관처럼 반복되며 쓰여진 단어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참 오래, 꾸준히도 해왔다. <비열한 거리>에서 깡패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뒤 이를 갈며 재기를 노린 ‘민호’부터 단
한번쯤 용서 할 수 있는 게 사랑 아니냐고 묻던 <뷰티풀 선데이>의 ‘민우’, “금수저라고 다 같은 금수저인줄 아나”는 명 대사를
남긴 악당 남규만까지. 남궁민이란 배우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몇 가지 강렬한 장면들은 그가 머릿속 한 켠에 기억될 만한 연기를 펼쳐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남궁민의 이름 뒤에 달린 ‘대세’라는 수식어가 다음 순번에게 돌아간다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사람들 기억 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아 더 믿음이 가는, 남궁민은 이미 그런 배우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저희한테는 대세중에 대세인 배우입니다^^
암요~우리에겐 이미 대스타 ^^♥
정말로 믿음가는 배우입니다.
역시믿고보는배우입니다💕💕
영화도 하셨으면 좋겠어요..좋은 작품 만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