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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인천 송도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서 국내 유수 병원들이 앞 다퉈 바이오허브 단지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첨단의학의 메카' 조성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서울대병원은 물론, 연세의료원, 가톨릭의료원, 인하대병원, 경희의료원 등이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화된 병원과 글로벌화를 내세워 아시아 허브를 꿈꾸던 병원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송도 진행상황을 체크해 봤다.
● 인천특구 가톨릭의료원 꿈 ‘좌절’
지난 2006년말 가톨릭의료원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내 ‘인천바이오 메디컬허브’에 본격 가세하면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실현을 위한 ‘장밋빛 바람 몰이’에 나섰다.
송도 입성 프로젝트는 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가 지휘봉을 잡고 사업 타당성 분석을 위한 자료 수집과 연구교수 확보 등을 진행했지만, 2012년 현재 가톨릭의료원의 거창한 꿈은 좌절됐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때 송도 자유경제구역 관련 법제화가 잠정 보류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으로 넘어와 송도는 없었던 것으로 흐지부지됐다”면서 “지금 가톨릭의료원은 송도 입성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때 첨단의학복합단지가 대구로 확정되면서 가톨릭의료원의 송도 진출도 사실상 무산이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세의료원 국제병원 건립 ‘차질’
연세의료원은 송도 국제캠퍼스로 국제병원 건립의 첫발을 내딛나 싶었지만 현재로선 다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2011년) 9월 연세의료원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8만5000㎡ 부지에 1000병상 규모의 국제병원 설립을 선언했지만 그 후 사업 타당성 용역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계획이 무산됐다.
연세의료원 용인동백·국제병원 설립추진본부 한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신촌) 암병원과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에비슨센터 등 방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송도 계획은 유보됐다”면서 “내부적으로 건립 일정과 투자예산 확보방안 등을 점검하고 있지만 현실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료 수요도 조사 결과,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지역민들은 환영의 뜻을 비쳤지만 의료원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많아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세의료원은 신촌 암병원과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의 건립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돼 국제병원 건립은 상당기간 연기되거나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천의과대 한국 뇌연구원 설립 ‘무산’
서울대학교와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뇌과학연구소는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내 ‘한국뇌연구원’ 설립을 위해 2008년 손을 잡았다.
한국뇌연구원은 정부가 뇌 연구의 효과적인 비전을 위해 지자체 및 대학, 병원, 기업 등의 컨소시엄 형태로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대구·경북으로 선정, 사업자체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으로 넘어갔다.
길병원 한 관계자는 “당시 서울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MOU만 체결한 상태였다. 이 후 대구로 넘어가면서 손을 뗐다”고 말했다.
당초 인천 송도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3만3000㎡규모로 건립될 계획이었지만 계획이 변경되면서 대구 신서동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연면적 1만9000여㎡로 축소됐다.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뇌연구원 건축설계 공모를 통해 업체를 최종 선정, 올해 7월 말까지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10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희대 양한방협진 암센터·서울대 국제병원 등 ‘흐지부지’
지난 2007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현 강동경희대병원)은 양한방 협진을 통한 암센터로 인천경제특구 진출을 선언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당시 인천경제특구 입성을 계획하며 유일하게 한방을 포함, 동서양의 의학을 접목시킨 의료서비스를 통해 가장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결국 계획은 백지화 됐다.
송도암센터 추진본부 한 관계자는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지만 타당성 검토를 한 후 스톱된 상태”라면서 “인천특구 진출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6개의 대학에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고 각 병원은 토지를 불하(국가 또는 공공 단체의 재산을 개인에게 저렴하게 매각)받아 개발비를 충당해야 했는데 그 시점 영리병원 관련 법이 통과되지 못해 대부분의 병원들이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병원은 더욱이 병원장이 교체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 MOU는 폐기처분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존스홉킨스병원과 2013년 개원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국제병원 건립을 계획했지만 진척된 사항은 없다.
2008년 당시 병원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치고 미국 존스홉킨스와 공동으로 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제병원은 8만719㎡에 600병상 규모로 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미국 최고의 병원이 들어서는 만큼 미국은 물론 중국, 아시아 등 외국 기업들의 관심과 펀딩을 기대했지만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좌절됐다.
이처럼 대부분의 병원이 사업타당성 검토와 규제 등의 이유로 현재 진행을 유보시키거나,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첫 외국인 전용 병원 개원하는 인하대병원
송도 입성이 좌초된 것과 달리 유일하게 깃발을 꽂은 병원도 있다. 인하대병원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해외 환자를 전담해 치료하는 첫 외국인 전용병원 ‘인하국제진료센터’를 올 해 개원한다.
5월 중 개원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인 인하국제진료센터는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인천공항에서 수분 거리인 국제 업무지역 내에 위치한다. 영종도 하얏트 리젠시 인천 호텔 바로 인근이다.
센터는 성형외과를 비롯해 피부과, 치과, 건강검진센터, 한방진료, 줄기세포은행 등 한국 의료 강점인 분야 위주로 구성된다.
인하국제진료센터는 국제공항에 인접해 있는 이점을 활용해 단기 방문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래 위주 복합 클리닉 형태로 운영된다.
인하대병원은 미국과 중동 지역 환자는 물론, 중국·싱가포르·대만·홍콩 등 '의료 한류'가 통하는 아시아 환자를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인하국제진료센터는 설계 단계부터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전제로 진료시스템이 구성됐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 해외에 나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외국인 환자들의 문화와 취향에 맞게 국가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진료와 대기가 1:1 맞춤 공간에서 이뤄지며 의사와 간호사 등 110여 명의 의료진 투입된다.
또한 인천공항 환승 고객을 위한 30분~2시간짜리 원스톱 맞춤 건강검진도 운영할 예정이며, 동반 자녀를 위한 소아 검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특히 의료와 웰빙(wellbeing) 서비스를 접목시키는 최근의 메디컬 트렌드에 맞춰, 스파(spa)와 다이어트 프로그램, 남성 환자용 미용 클리닉도 운영할 방침이다.
5월 인하대병원이 우리나라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처음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외국인 환자만을 위한 특화된 의료서비스 사업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병원 형태가 아닌 비영리의료기관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아쉽다. 10년 전 부푼 꿈을 안고 송도에 의욕을 보였던 유수의 대학들이 정권교체와 각 재단의 사정으로 취소나 잠정보류 등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져 꿈꾸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