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편을 바꾸자 (換牛腎鞭)|
고금소총
우신편을 바꾸자
(換牛腎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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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한 집에서
형제가 모두 무인으로
무과에 급제를 하고
운 좋게 나란히
선전관에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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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하루는 왕이
돌아가신 선왕의 능을
참배하러 가게 되어,
이 형제 또한
그 능행
행렬에 참여했다.
그리고 능에 도착해서도
임시로 마련해 놓은 막사에
형제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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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형제는 모두
우신편(牛腎鞭)이라는
말채찍을 가지고 있었는데,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아우의 것이 좀 값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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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형은 늘
아우의 것과 바꾸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형제는 평소에
따로 일을 보다가,
마침 이 날 오랜만에
능소(陵所)에 마련된 막사에서
나란히 앉게 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형제의 우의를 돈독하게
다질 수 있었다.
.
이 때 형은 문득,
'내 오늘 이렇게 아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의를 다지고 있을 때,
그 우신편을
바꾸자고 해봐야겠다.'
.
라는 생각이 들어,
아우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얘야, 너도
우신편을 가지고 있고,
나도 우신편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 한번
서로 바꿔서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우 생각은 어떤가?"
.
이에 아우는
자기 것이 더 좋으므로
바꿀 생각이 없었고,
또한 형이 자기 것을
탐낸다는 것을 알고 있어
거절하고 싶었는데,
.
형의 감정을 상하지 않고
거절하는 방법을 몰라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형님, 형님이 가진
우신편도 진짜가 아닌
조작된 것이고,
제가 가진 것 역시
조작된 것입니다.
.
그러니 모두 조작된 것을
서로 바꿔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그냥 가지고 있다가
진짜를 구해 보는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
이렇게 아우가
거절하는 뜻을 둘러대니,
형은 더 이상 우신편을
바꾸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다.
첫댓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