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2002월드컵전 늘상 보아왔던 경기 패턴과 결과였다. 당시에도 경기를 지배하면서도 결과에서는 이기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경기를 많이 치러 속이 무척 타들어갔었었는데 이날 경기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축구에서는 경기만 잘해서는 소용이 없다. 축구에서는 우세승이나 판정승이 없고 오로지 골로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이날 한국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줬지만 결과적으로 0-1로 패한 것은 앞으로 선수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한 골의 의미가 이렇게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반전에만 슈팅 수 13개를 기록했는데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반면 코스타리카는 5개 슈팅을 시도했고 이 가운데 우리팀 실책을 틈타 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우리가 골을 넣어야 할 때 못 넣고 여기에 수비수 실책으로 인해 골을 허용해 패한 것은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유럽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어웨이경기나 다름없는데 이날 경기처럼 경기를 압도하고도 결정적인 실책으로 골을 허용한다면 쉽게 회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 많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전반적으로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공격수들은 크로스가 올라올 때 주로 상대 수비수와 볼경합을 하는데 급급한데 만약 상대 수비수보다 먼저 움직여 수비수 앞쪽 공간으로 이동하거나 두 명의 공격수중 한 명이 앞으로 나가고 다른 한 명이 뒤쪽 공간을 노리는 등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체적인 수치가 이런 문제점을 잘 입증해주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총 7차례의 경기를 치러 10골을 넣었는데 3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고 2골이 중거리슛이었다. 나머지 5골도 중앙에서 만든 골이었다. 축구에서 골이 가자 많이 나온다는 측면 크로스에 의한 골은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도 정확해야겠지만 공격수들의 상대 수비공간에서 좀 더 재치 있고 활발하게 움직였다면 더 많은 골이 나왔을 것이다. 즉 중앙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전반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얘기다.
이날 후반엔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수들을 많이 투입했는데 이때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선수들이 하프라인 위로 넘어가는 것도 좋지만 항상 수비라인과 미드필드라인이 일정하게 움직여야 한다. 오늘처럼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사이에 공백이 너무 크다 보면 상대에게 볼을 빼앗겼을 경우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오늘은 코스타리카의 공격이 매섭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월드컵에서 맞붙을 프랑스나 스위스 등은 이런 역습찬스를 놓칠 팀이 아니다.
즉 한국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총공세를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수비도 어느 정도 해주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동점골을 넣으려다가 2골 차 이상으로 쉽게 벌어져 나중에는 아예 따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은 수비수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경기가 좌우됐는데 특정 선수에 대해 비난을 하기 보다는 정작 월드컵 때 오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선수들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패배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서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