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점프볼 아마게시판에 올리려고 했습니다. 여기는 엄연히 NBA 애호가들의 쉼터인지라.. 근데 최근에 돼지로스(실명쓰는게 점볼인데 운영자는 뭐하는지)라는 훌리건이 날 뛰는지라 이 곳에 올립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80년대는 집에 비디오가 없었고 '90년대는 남자농구 한중전은 계속 져서 화가나 녹화를 안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아는 분에게 빌려서 보았습니다.
비교적 최근 공중파로 중계된지라 보신 분들이 많은 경기인지라, 스탯보다 그냥 다시 본 느낌만 주관적으로 적고자 합니다.
리샤오용 : 중국 국대 현재 1번 류웨이와 궈슈키앙은 올해 졸업하는 고대 김지훈처럼 공 키핑이 안 되는 가드들입니다. 조금만 프레스 가해도 가로채기 당하거나 허둥대다 상대편에게 패스하죠. 90년대 후반기 중국 국대 1번이던 리샤오용(189cm)은 '90년대 전반기 중국 남자농구가 사상최강일 때 리딩가드였던 대머리에 헤어밴드 두른 아딜쟌급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류-궈와는 레벨이 다른 포인트 가드입니다.
부산 아시안게임의 승리를 폄하하거나 '90년대 중국전 참패의 지속('97년이란 예외를 제외하고)을 미화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금보다 당시 중국 국대가 훨씬 깨기 힘들었던 것은 1번마저 구멍이 아니라는데 있다고 봅니다. 이 경기에서도 침착하게(백업 판빈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경기를 운영합니다. 쫒아갈만 하면 슬램덩크 산왕공고의 이명헌처럼 찬물을 끼얹는 외곽슛을 곁들이며(여기서 동희형이 전성기 기준으로 상민이나 승현이보다 한수위라고 생각하지만, 키가 작고 발이 느린 수비시 단점이 드러납니다. 돌파하거나 머리 위에서 쏩니다) 승리로 이끕니다.
서장훈 : '98년 처럼 무기력하지 않았습니다. 왕즈즈가 물론 한 수 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는 열심히 몸싸움하며 잘 막았습니다. 현주엽이 수비 리바운드 많이 잡지만, 자세히 보면 서장훈이 박스아웃을 평상시 그답지 않게? 꾸준히 해줘서 가능했습니다. 다만 다른 선수들처럼 이 경기에서 슛이 너무 안들어 갔습니다.
이상민 : 4점차로 쫒아 갔을 때, 이상민이 라인 크로스로 발목을 잡은 것도 컸지만, 사실 후반 5분경까지 접전이 가능했던 1등 공신은 신선우 감독의 극단적인 딜레이 게임 전술이 먹혔고, 허재와 더불어 골밑 돌파로 득점하고 중국 수비진을 흔들며 공격 찬스를 만든 이상민이었습니다. 최근 6살 아래 김승현(저도 사실 이상민보다 김승현 팬입니다만)과 비교되지만, 사실 동일한 연령대를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경기는 이상민이 얼마나 대단한 가드인지 보여줍니다.
현주엽 : 사실 아쉬운 것이 허재 4반칙으로 벤치에 물러나고 이상민 5반칙 퇴장당하면서 공격 밸런스가 망가지면서 막판에 대패로 끝났는데, 이 상황에서 돌파를 하며 중국 수비진을 흔들어주어야 할 현주엽이 요즘 보여주는 포인트 포워드의 자세로 스스로를 국한 합니다. 용병이 없는 국대에서 그가 할 일은 패싱보다 돌파죠.
후웨이동, 장진송 : 개인적으로 황인종은 30대에 들어서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진다고 보는데 이 들이 그랬습니다. 이 당시 20대 후반이던 후와 장은 '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후웨이동이나 '03년 하얼빈 ABC 때 장진송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장은 전반에 후는 후반에 내외곽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을 침몰시키는데... 스피드나 탄력 자체가 다릅니다. 부상 중에 분전했지만, 수비 잘하는 김영만과 추승균이 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역시 신장 차이는 고수들의 대결에선 극복하기 힘든게 현실입니다.
단신팀의 한계 : 수비는 사실 후반 4분까지 4점차로 갈만큼 제가 보기에 절대적인 전력 열세를 감안하면, 기가 막히게 잘했습니다. 다만 '97년과는 정반대로 외곽슛이 너무 안들어가니(허재와 이상민이 돌파로 찬스를 만들어줘도 서장훈, 김영만, 조성원 등이 쏜 슛이 전부 들어갔다 나오니)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수로서 뛰어난 기량은 저도 인정합니다만, 중국 포드들이 키만 큰 허접들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국대에서 단신인 조성원은 공수에서 팀에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저는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ABC 겸 06년 일본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에 조상현의 국대 선발은 반대합니다만...
요즘 국대와의 차이 : 아무래도 허재와 강동희가 있다보니, 경기 결과는 대패 였지만, 경기 내용은 우리가 이긴 부산 아시안 게임과 석패한 하얼빈 아시아선수권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가드진의 수준이 높다보니 드리블이나 움직이면서 패싱 게임으로 중거리슛 찬스를 만드는 패턴은 예술적 경기였습니다.
결론 : 한중전은 우리가 당사자인 경기인지라, 역시 재미있습니다. 중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우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이기면 그만큼 짜릿함도 크고요... 내년 안방에서 열린다는 ABC에서 중국을 깰 방법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대머리에 헤어밴드 두른 아딜쟌이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러네요 ^^ 점볼 게시판만 이용마시고 여기도 글 써주세요~ 그리고 제가 본 서장훈은 국대경기에서만은 최선을 다하는듯해 보이더군요. (수비와 리바운드등 허슬적인 부분의 노력 정도가 국내경기와는 판이하게 다르죠)
지금 중국국대에 아딜쟌같은 선수가 있으면 완전 다른급으로 될겁니다....내년 야오밍과 왕즈즈가 참가하면 또 악몽..하승진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알수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