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23 오전 7:20:57 [스포홀릭]
KIA 타이거즈
■ 김주형의 성장
해태는 IMF 사태의 여파로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희망의 빛 하나를 볼 수 있었다. 한대화-홍현우의 대형 3루수 계보를 이을 재목이 나타났기 때문. 고졸 3루수 정성훈은 신인왕 후보에 오를 정도로 쏠쏠한 타격을 선보였다. 돌아온 이종범이 외야에 말뚝을 박자 주전 3루수로 귀환한 정성훈은 2002시즌 0.312란 고타율을 올리며 하위타선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KIA는 2002 플레이오프에서 LG에 밀리자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선포하고 스타급 선수 영입에 몰두했다. 정성훈을 포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정성훈을 보낸 이후 KIA는 3루 악몽에 시달렸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던 이현곤은 성장이 멈춘 듯 보였고 김수화를 포기하고 야심차게 지명한 김주형 또한 지지부진했다. 지난해엔 외국인 카드로 메워보려 했으나 마이크 서브넥과 스캇 시볼 모두 실망만 안긴채 짐을 싸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서정환 감독은 김주형에게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올해로 프로 4년차가 되는 김주형은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거포 자질이 엿보이는 선수다. 3억원이란 계약금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제대로된 기회 조차 잡지 못했던 김주형에겐 서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재주를 4번타자로 밀어붙여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번엔 김주형에게 정성을 쏟고 있다. 서 감독이 굳이 김주형의 이름을 거론한 이유는 김주형을 거포로 키우는 것과 동시에 기존 선수들을 자극하는 효과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만일 김원섭이 주전 티켓을 따낼 경우 이재주가 빠질 것으로 보여 이 경우에도 대비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
■ 센터라인의 회복
강팀의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센터라인이다. 포수-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이 강한 팀은 그만큼 전력이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팀의 전력을 구성하는 뼈대라고나 할까.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은 진갑용-박진만-박한이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의 센터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두산도 2005년 돌풍을 일으킬 당시 삼성에 필적할 만한 센터라인(홍성흔-손시헌-임재철)을 갖고 있었다.
홍성흔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손시헌과 임재철은 군복무 해결을 위해 잠시 이별을 택한 상태. 이에 대처하는 두산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유격수 손시헌을 2년 동안 볼 수 없는 사실은 가장 큰 아픔이다. 강한 어깨와 손놀림을 바탕으로 정상급 수비를 선사했던 손시헌은 분명 15승 투수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 유격수 후보로는 나주환과 안상준, 그리고 신인 오재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김동주의 부상으로 3루를 맡았던 나주환은 적은 타석에서도 30타점을 쌓는 등 공격에선 나름 자기 역할을 했지만 역시 수비에 대한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주전 유격수가 되기 위해선 침착함을 가져야 하는 게 급선무다. 왕년의 호타준족 안상준은 방망이질이 시원치 않으면 주전 입성은 힘들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신인 오재원은 우투좌타라는 점에 눈길이 가며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신인이란 점이 부담스럽지만 손시헌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상기하면 과감한 기용도 고려할 만하다.
중견수는 전상렬이 있지만 이종욱을 중견수로 돌리고 장원진이나 유재웅을 좌익수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유재웅이 상무에서 얼마나 기량을 갈고 닦았는지 보여준다면 두산 타선 또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 5번타자
시즌 라인업을 예상해보는 일. 야구팬들의 '심심타파'다. 지루한 겨울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 라인업을 짜보며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
롯데팬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라인업 짜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예상은 자유라는데 정말 난감케하는 부분이 있다.
롯데의 자랑인 3-4번은 이대호와 펠릭스 호세의 차지지만 5번타자의 자리는 '백지상태'다. 현재로선 손인호와 강민호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운명이다. 손인호는 지난해 최악의 해를 보냈고 그렇다고 강민호에게 맡기자니 안방마님이란 포지션이 부담스럽다.
도리어 지난해 뛰었던 브라이언 마이로우가 그리울 정도다. 마이로우는 타율은 낮았지만 다른 선수보다 월등한 출루 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표면적인 성적이 아쉬웠던 롯데는 마이로우를 내보내고 존 갈을 데려왔지만 갈에게 한국의 펜스는 마의 벽이었다.
이럴 때일 수록 강병철 감독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강 감독은 자신이 점찍은 타자들에겐 믿음을 심어주는 스타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타자들을 다듬고 기름칠할 줄 아는 지도자다. 한화 시절 송지만, 이영우 등 신인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한 건 세대교체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SK에 와서도 28타수 무안타로 삐걱하던 호세 페르난데스를 이승엽의 경쟁자로 만들었다. 지난해에도 황성용을 중용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만큼 과연 강 감독이 5번타자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만하다.
삼성 라이온즈
■ 선발투수진의 뼈대
원래 심정수의 부활을 꼽으려 했으나 배영수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다. 제이미 브라운-크리스 윌슨으로 원투펀치를 짜고 임동규를 3선발로 내세울 계획이지만 아직 두 자리가 유동적이다.
반면 불펜은 선수가 넘쳐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군복무를 마친 선수들의 대거 복귀한 것. 윤성환, 정현욱, 지승민 등 선동열 감독이 코치 시절 불펜에서 중용했던 선수들이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 중엔 안지만, 권혁 등 역시 쓸만한 선수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앞으로 트레이드가 없다고 보는 이상 삼성은 남은 선발 두 자리에 전병호, 임창용, 권혁 등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전병호는 예년처럼 전천후로 활용될지 아니면 붙박이 선발이 될지 알 수 없고 임창용과 권혁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통해 재기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선발로 뛰기엔 아직 물음표가 남아있다. 특히 권혁은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자랑하지만 선발 경험이 일천하고 강속구를 받칠 변화구가 보완이 되지 않으면 엄정욱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2선발 윌슨도 베일에 싸여 있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팀 하리칼라처럼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루더 해크먼처럼 실패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뚜껑을 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SK 와이번스
■ 이진영을 위한 명당
톱타자는 정근우가 있고 중심타선은 돌아온 이호준과 김재현, 박재홍으로 구성하면 된다. 그 뒤를 최정과 박경완 등이 잇는다. 전체적으로 타선의 무게가 실린 편이다.
관건은 2번이다. 조동화가 2005년처럼만 해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지난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박재상으로 간신히 메운 SK였다. 박재상은 타격에 재질은 있는 선수지만 2번에 딱 맞는 타입이 아닌 점이 고심스럽다.
여기서 하나 드는 궁금점은 이진영의 위치다. 현재로선 이진영은 2번이나 6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번으로 출발했던 이진영은 시오타니 가즈히고와 캘빈 피커링이 차례로 빠지는 바람에 구멍난 중심타선을 메워야 했다. 타순의 잦은 변화 때문인지 타격감도 오락가락했던 이진영은 기대에 못 미치는 0.273란 타율을 남긴채 시즌을 마쳐야 했다.
만약 이진영이 2번에 포진할 경우 6번엔 최정이나 박경완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정이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층 성장한다면 김성근 감독도 이진영을 마음 놓고 2번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타선의 밸런스가 살아야 SK가 바라는 스포테인먼트의 실현도 가까워진다.
LG 트윈스■ 용달 매직새로운 코칭스태프는 LG의 야심작이다.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재박 감독과 김 감독 휘하에 있던 정진호 수석코치를 동시에 영입했고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을 투수 코치로 앉히는 등 부단한 노력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김용달 타격코치다. 선수 개인의 타력을 극대화시키는 능력 하나는 국내 최고다. 현대 시절 박종호를 타격왕으로 만들고 심정수를 50홈런 타자로 진화시켰으며 클리프 브룸바가 MVP급 성적을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마지막 작품인 이택근을 남기고 LG로 돌아온 김 코치에게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현재 LG는 라인업이 쉽게 짜여지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주전급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들이다. 마이더스의 손인 김 코치의 특별지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LG는 꼴찌로 주저 앉았지만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희망을 찾으려 했다. 1번타자를 놓고 이대형과 오태근을 번갈아 기용했고 최길성을 중심타선에 넣어 1군 적응을 유도했다. 극심한 부진을 하던 정의윤도 8월부터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가능성을 발견했으니 능력을 극대화할 차례다. 김 코치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사실 제일 궁금한 건 박용택의 성적표다. 올해 3번으로 말뚝을 박으려면 3번이란 타이틀에 맞는 활약을 보여야 한다. 김 코치는 박용택에게 어떤 주문을 할까. 김 코치의 지도 하나 하나에 LG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 이글스
■ 김태균의 고민 해결
한화팬들은 김태균이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밟았던 순간, 머지 않은 미래에 '홈런쇼'가 펼쳐질 상상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그러나 이후 김태균은 이승엽보다 양준혁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선구안은 점점 좋아지고 중장거리포를 장전해 2루타를 늘려간 모습은 칭찬받기에 마땅했다. 비록 팬들의 기대처럼 홈런왕이 되진 못했지만 완성형 타자가 되는 기틀을 마련한 김태균이었다.
하지만 홈런왕이 되고 싶은 욕심은 꺾을 수 없었던 듯 지난해 김태균은 거포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배트 무게를 늘렸지만 역효과를 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여파는 타격의 불협화음을 냈다. 그래도 전반기에 달랑 4개의 홈런을 기록한 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갈증을 풀었던 김태균은 이후 8개의 홈런을 추가했고 후반기 타율을 3할대(0.309)로 마크하며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화는 김태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7년차 최고연봉(3억 1천만원)을 선사하며 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지난해의 시행착오는 비싼 과외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는 한화다.
올해도 김태균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이승엽과 양준혁을 사이에 둔 저울질은 그의 머릿 속을 복잡하게 한다. 이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는 그날 한화 타선도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유니콘스
■ 조용준의 복귀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유심히 지켜보던 롯데 관계자들은 땅이 꺼질 정도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호, 강민호, 박기혁 등 미래를 이끌 주역들이 한꺼번에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동메달에 그쳤기 때문.
셋업맨 신철인을 보내야 하는 현대의 심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나마 롯데의 젊은 선수들은 당장 군입대를 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신철인에겐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었다.
신철인이 군복무 문제로 빠질 것으로 보이자 시선은 조용준에게로 이동하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해를 통째로 날렸던 조용준은 현재 복귀를 준비 중이다. 아직 100% 상태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예전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분명 현대의 불펜은 두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신철인의 공백이 우려되지만 마일영과 이상열 등 두 좌완투수가 복귀하고 조용준의 컴백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투수왕국의 재건도 그리 꿈만 같은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겠지만.
윤욱재
첫댓글 용달매직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