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침몰한 호화 요트에 승선했다가 실종된 6명 가운데 모건 스탠리 인터내셔널 은행의 조너선 블루머 회장과 부인 주디, 클리퍼드 챈스 법무법인의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와 그의 부인이며 보석 디자이너인 네다가 포함됐다고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영국의 억만장자 정보통신(IT) 기업인 마이크 린치와 딸 한나(18)도 실종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는데 블루머 회장 부부 등 4명의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모건 스탠리는 성명을 발표해 안타깝다는 뜻을 표했다. 린치가 지난 6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얻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호화 요트 여행을 즐기던 이들이 비극적 최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전 4시쯤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앞바다에서 승객 12명과 승무원 10명이 탑승한 56m 길이의 호화 요트가 침몰했다. 선상 요리사 리카르도 토머스(캐나다와 안티과 이중 국적)의 시신은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15명이 구조됐는데 린치 회장의 부인 안젤라 바카레스를 비롯해 샬롯테 골룬스키와 그녀의 남편 제임스, 이들 부부의 한 살배기 딸 소피. 클리퍼드 챈스에서 일하는 뉴질랜드 국적 여성 아일라 로널드와 그녀의 파트너 등이다.
사고 요트는 바카레스가 소유한 기업 소유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국기를 단 바이에시안호로 린치 회사의 직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생존자들은 린치가 직장 동료를 위해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실종자 국적을 보면 영국인 4명과 미국인 2명이었다.
린치는 1996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창업, 대형 상장기업으로 키워내 '영국의 빌 게이츠'란 별명으로 통했다. 하지만 오토노미가 2011년 미국 휼렛패커드(HP)에 110억 달러(약 14조 7000억원)에 인수되는 과정에 오토노미의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국에서 금융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약 1년간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 6월에야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텔레그래프는 생존자 가족의 말을 인용해 린치의 무죄 판결을 축하하는 자리로 법률회사와 린치의 인보크 캐피털 인사들이 초대됐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포르티첼로 연안에는 폭풍우가 몰아닥쳤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강한 돌풍으로 인해 요트의 돛대가 부러졌고, 이로 인해 배가 기울면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팔레르모의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바람이 매우 강했다. 악천후는 예상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바이에시안호는 알루미늄으로 건조돼 최고 속도는 15노트(시속 28㎞)로 최대 승객 12명, 승무원 10명이 탑승할 수 있다. 현지 항만 당국은 구조된 선장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2012년 1월 토스카나 해변에서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콘코르디아호가 절반정도 침몰해 33명의 목숨을 빼앗은 사고를 연상시킨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전했다.
BBC는 20일 날씨가 어느 정도 개이자 다시 수색에 나섰는데 객실 진입을 시도하려 했는데 가구들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끝난 재판에 린치 회장과 함께 미국 검찰에 기소돼 공동 피고였던 스티븐 챔벌레인(52)은 지난 17일 케임브리지셔주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오토노미의 재무 부사장으로 일했던 그는 회사가 HP에 매각된 다음해 린치의 인보크 캐피털이 투자한 사이버 보안업체 다크트레이스에 입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해왔다. 요트 여행에 함께 하지 않았지만 비극적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