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차고 바람이 불어서 하늘은 맑다.
추월산이나 금성산성에서 벌판과 건너의 산들을 바라보고 싶다.
광주극장에서 조조영화를 보고 추월산에 갈까 했는데,
점심먹을 곳 지나 이동거리를 생각하니 시간여유가 없다.
추월산 포기하고 오랫만에 용진산으로 간다.
송산유원지에서 본량 벌판을 지난다.
오중렬 선생의 동상 앞 주차장엔 차들이 몇 서 있다.
노랫소리나는 백숙식당으로 오르니 김장을 헹구고 있다.
용진정사 앞의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다.
누구 글씨인지 모르는 편액을 보고 시누대 사이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초겨울 햇볕이 사광이다.
마른 단풍잎이 몇개 남았는데 초록 차나무는 이파리 아래
하얀 꽃을 숨기고 있다.
바보는 뒤쳐진다. 구빗길에서 길을 두고 오르막을 가로질러 오는데 숨이 가뿌다.
같이 가면 한정없이 느려질까봐 긴의자에 앉아 쉬는 그를 두고 먼저 오른다.
불평많은 손자를 끌고가는 부부를 만난다.
능선오르막을 한참 올라도 바보는 오지 않는다.
샛길로 빠져 돌아 내려간다.
다시 능선 삼거리 의자 앞을 지나니 저 앞에 바보가 오르고 있다.
놀래키려다가 참고 그를 앞질러 계단을 올라 기다린다.
긴 계단을 턱턱 올라간다.
무등이 보이고 나주 금성산 뒷쪽으로 월출산이 뾰족하다.
왼쪽 바위로 건너던 낭떨어지는 못 가게 막았다.
겉옷을 벗은 상채에 바람이 스며들어 춥다. 땀이 금방 사라진다.
토봉가는 고개 사거리를 건너 바위아래로 들어서니 바람이 잔다.
바위 사이를 스릴있게 올라 걷는다.
멀리 장성 입암산과 방장산 사이에서 내려오는 황룡강이 몇 군데 물빛이 펼쳐져 있다.
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면 바보는 다가오며 천천히 가라고 한다.
토봉에서 더 지나 임곡 앞의 강물과 백우산 뒤의 불태 병풍 능선을 보고 온다.
바보가 토봉 안내판을 보고 있다.
돌아내려와 고개에서 왼쪽으로 돌아 용진정사로 온다.
5시가 다 되어간다. 2시간 남짓 잘 놀았다.
소촌동을 돌아오는 길에 금호타이어 앞쪽에 차가 밀린다.
거의 20년전 영광에서 퇴근하던 때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