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이라~~~
그 여인은 어떤 여인이었을까
며칠 동안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살아낸 사람들에겐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어떤 특별한 기가 존재하는 듯하다
김수영 시인이 좌익이다 반공분자다 분분하며 양쪽진영에 의한 숱한 고문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면서 그의 문학적 가치까지 폄훼당했던 시간들
가난한 시인 곁에서 시인이 지은 시보다 더 시적으로 살았던 여인
그야말로 아방가르드한 여인 김현경의 기억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그녀,
기억의 편린들이 이렇게 극적인 시 한 편이 되어준다
책의 도입부에 나온 이 원고가 김수영의 친필인 줄 알고
아니, 김수영 시인의 필체가 이렇게 예쁘단 말야? 하고 놀랐다
글씨가 너무나 여성스러워 반전이다 싶었는데
이 원고는 김수영이 시를 쓴 뒤 읽으면
아내 김현경이 원고지에 옮겼다고 한다
그럼그렇지
행의 위치와 띄어쓰기가 완벽해야 했다
70년대 후반
내가 고교시절에 교지편집을 맡아했던 기억을 더듬으면
학생들이 투고한 글을 띄어쓰기와 철자법 등을 완벽하게 원고지에 옮겨 적어 출판사로 보내야 했었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작성하고 맞춤법 검사를 하면 오류를 잡아 수정해 주지만
그때만 해도 원고지에 행, 띄어쓰기, 맞춤법표기 등을 수없이 검증하며 옮겨 적었었다
아마도 편집부에서 할 일을 아내인 김현경이 맡아서 했었나 보다
그리고 정서한 원고는 항상 2개씩 작성해 한 부는 출판사로 보내고 한 부는 보관했었다고 한다
김수영의 작품 대부분은 김현경이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김수영은
이 <풀>을 탈고하고 17일 만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제 살만하니 떠났다> 라며 그때의 상실감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얘기한다고 한다
아방가르드한 한 여인을 며칠 동안 만나느라 무척이나 바빴다
그런데 그녀의 1940년대의 생활이
70-80 년대의 내 생활보다 더 화려하고 윤택하고 고급스럽고 무엇보다 세련되어 놀랍다
시대상은 불안하고 어려웠지만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빈부의 격차는 실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