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준 개나리꽃 / 黃雅羅
남편이 산책하고 돌아오며 개나리꽃 몇 가지를 꺾어 들고 돌아왔다. 공원에 개나리꽃이 피어서 나를 주려고 꺾어왔다며 건네준다. 아직 피지 않았을 텐데 하며 반갑게 받아 들고 나도 환하게 웃었다 남편은 내가 꽃을 받아 들고 좋아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남편은 말한다 당신이 좋아할 줄 알았지 하며 자신도 환하게 웃는다
개나리 꽃을 둘로 나누어 한 가지는 식탁 위에 꽂아놓고 한 가지는 성모상 앞에 꽂아 놓고 보니 집안 분위기가 금방 화사하게 달라진다. 남편은 등산을 가거나 외출했다 돌아올 때면 언제나 작은 꽃 한 송이라도 꼭 들고 들어온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들꽃 한 송이라도 받아 드는 순간이면 나는 가슴에 등불을 밝힌 것처럼 몸도 마음도 화사하게 밝아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꽃 몇 송이가 집안 분위기를 이렇게 바꾸어주다니....성모상 앞에 꽂아 놓은 꽃이 예뻐 이쪽저쪽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좋아 보이는지 남편도 즐거운 듯 연실 싱글벙글이다
남편은 내가 학교 다닐 때 어느 날 군복을 입은 채 내 기숙사로 찾아와 장미꽃 한 송이를 주고 간 적이 있다. 수줍은 듯 말없이 주고 간 그날의 모습은 세월이 지났는데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고 그날의 꽃 향기가 지금도 코끝에 맴도는 듯하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꽃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바뀌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날 그 인연으로 우리는 아들 둘을 낳고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
식탁에 꽃을 꽂아 놓고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신문을 읽는 남편을 바라보니 주름진 얼굴 위로 예전 젊은 청춘 시절 건강한 얼굴이 겹쳐져 다가온다. 키도 크고 얼굴도 훤하고 참 멋졌던 군인이었는데 지금은 세월이 놓고 간 주름과 흰머리 구부정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마음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대로다
남편은 정이 많고 다정다감한 편이다 젊었을 때는 우유부단한 것이 싫다고 짜증도 부렸었는데 나이 들고 보니 그것이 참 행복이었는데 그때는 그것을 몰랐던 것 같다 직장을 다닐 때는 주말에나 아니면 휴가 철에나 잠깐씩 여행을 다녔지만 직장을 정년 퇴임한 후에는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고 골프에 테니스에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며 소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먼 곳으로의 여행은 삼가고 집 주위를 맴돌고 있다. 뒷동산을 오르고 공원을 산책하고 그림을 그리고 탁구장에 가서 탁구를 함께 치는 것이 그렇게 편안하고 즐거울 수가 없다
우리가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마였나 남편의 해외 유학 2년을 빼고는 떨어져 본 기억이 없다. 수많은 사람 중에 서로 선택하고 선택되어 사랑하는 부부가 되고 핏줄을 이은 부모 자식이 되는 인연 그것을 어찌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이제 자식들은 모두 각자 둥지를 틀고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떠나고 덩그마니 우리 둘만 남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와 자식을 위해 늙어온 남편이 고맙고 감사하다 잠시만 보이지 않아도 불안하고 외로워 서로 찾는 우리-
옛말에 늙으면 부부밖에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늙음을 서로 인정하고 의지하며 함께 가는 길-
이것이 인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