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란 책을 읽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저술한 이 책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위대한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어지는 얘기는 이 책과 예스24등 인터넷에서 발췌 인용한 것들이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인 감자,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인 토마토,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인 후추,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인 고추,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인 양파,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인 차,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인 사탕수수가 꼽힌다.
또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인 목화,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볏과 식물인 밀,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인 벼,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인 콩,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인 옥수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인 튤립도 이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 식물들은 시대적ㆍ정치적ㆍ경제적ㆍ역사적 맥락에서 그 의미를 더했다. 우선 감자는 그 독성 때문에 `악마의 식물`이란 꼬리표를 달고 마녀재판을 받아 화형식에 처해지기도 했다. 아일랜드에 감자 역병이 돌아 대기근이 엄습하자 아일랜드인들은 고향을 버리고 `신천지`로 여겨졌던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런데 그 수가 무려 400만 명에 달했다. 한 나라 국민이 몽땅 옮겨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후손에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오바바 등이 있다. 미국을 오늘의 초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던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후추는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으로 불린다. 당시 중세 유럽인들이 그 독특하고도 이국적인 향취에 흠뻑 취해 후추를 열렬히 갈망하기 시작했다.
같은 무게의 순금과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후추라는 향신료를 육로가 아닌 해로로 유럽에 들여올 수 있다면……` 당대의 유럽 상인들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도, 바스쿠 다가마의 위대한 항해도,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도 모두 `후추`가 발단이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후추 덕택이었다. 한편 고추는 오랫동안 항해해야 하는 뱃사람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괴혈병 예방과 치료에 특효가 있었다. 이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뱃사람들은 항해를 떠날 때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 될 소중한 식량이자 의약품의 하나로 고추를 챙겨 배에 싣곤 했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원래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일종의 기피물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이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이 내장 신경에 작용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생긴다. 알아 둘 사실은 우리가 느끼는 고추의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이란 것이다. 캡사이신은 혀를 강렬하게 자극해 통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진화하기 전 볏과 식물인 밀은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줄기 끝에 성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식물들은 줄기 끝에 있는 이 성장점에서 새로운 세포를 키우고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위로 성장해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포식자가 줄기 끝을 먹어치울 경우 식물의 성장과 생존을 담보할 성장점까지 포식자의 뱃속으로 몽땅 삼켜져 버리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이 문제를 볏과 식물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대단히 현명하게도 볏과 식물은 성장점을 낮은 곳에 만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볏과 식물을 유심히 살펴보면 성장점이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이 세계사를 바꿨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사실이다. 인류가 수렵, 채집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 우연히 발견한 돌연변이 밀 씨앗. 그 작은 한 톨이 농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류를 생존하고 번성하게 했다. 부와 권력, 빈부 격차와 계급을 만들어냈다. 문명을 태동시켰고 국가 생성과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표면상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추동하며 만들어낸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뛰어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