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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픈발칸이니셔티브: 배경과 기본개념
세르비아,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등 발칸반도 3국은 2021년 7월에 상호무역 증대 및 서로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오픈발칸이니셔티브(Open Balkan Initiative)를 공식 출범시켰다. 오픈발칸이니셔티브는 서부 발칸의 유럽연합(EU) 가입 지원을 위해 수립된 베를린 프로세스(Berlin Process)에 근간을 둔 구상1)으로 중부유럽 자유무역협정(CEFTA, 현재 가맹국: 세르비아,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몰도바,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코소보2))을3) 통한 역내 경제협력을 촉진함으로써 베를린 프로세스를 보완하는 일종의 후속조치로 평가받기도 한다. 발칸반도에서는 유럽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에서 영감을 얻어 1990년부터 국가간 행정장벽을 혁파한다는 구상이 제기되기 시작했지만, 이후 발생한 내전으로 관련 노력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세르비아,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일련의 협의를 통해 오픈발칸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해 약 1,2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3개국 공동시장을 창설하는 데에 합의하고, 인력·상품·자본의 자유로운 상호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하기로 했다.
상기 3개국은 단일 공동시장 창설에 중점을 두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 이외에도 자연재해 및 기타 재난 공동대응, 근로자의 자유로운 왕래 촉진, 상품 수송절차 지연 최소화를 골자로 하는 추가 협정을 동시에 체결했다4). 이에 따른 조치로 상기 3개국이 얻게 될 혜택으로는 ▲행정절차 간소화(부가세 정보 공유체계에 기반한 상품 수송차량 무정차 국경통과 등) ▲관광업 잠재력 확대 ▲각국 상공회의소 협력 긴밀화 ▲지속가능 에너지 생산이나 인프라 개발 등 중요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공동사업 실현 등이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추산에 따르면 오픈발칸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3국은 총 32억 달러(한화 약 4조 원), 소요시간 기준으로 3,000만 시간 분량의 비용 절감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5).
서발칸 국가들의 경제지표와 오픈발칸이니셔티브 참여국 서로 간의 수출통계는 <그림 1~3> 및 <표 1>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이들 자료에서 지난 10여 년간 서발칸 국가들 모두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성장세를 보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성장률이 가장 높다. 한편 각국 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유치액은 전반적으로 큰 폭의 증감이 없어 안정적인 추세이나 EU에 비해 GDP 규모 자체가 작아 FDI의 절대적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아울러 거의 모든 소재국이 개방형 소국경제라는 특성을 지닌 서발칸 지역의 특성상 많은 국가들에서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몬테네그로 등 일부 국가는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이 EU 평균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림 1> 2012~2022년간 서발칸 국가들의 1인당 GDP 추이(단위: 달러-현재 가치)
자료: 세계은행
<그림 2> 2012~2022년간 서발칸 국가 및 EU의 GDP 대비 FDI 순유입액 비율(단위: %)
자료: 세계은행
<그림 3> 2012~2022년간 서발칸 국가 및 EU의 GDP 대비 상품·서비스 수출액 비율(단위: %)
자료: 세계은행
<표 1> 오픈발칸이니셔티브 참여국의 2022년도 상호 상품 수출액 및 비중(단위: 달러)
자료: UN 무역통계(COMTRADE)
서발칸 국가들의 무역규모 중 역내무역의 비중은 EU와의 무역규모에 이어 2위이며, 오픈발칸이니셔티브 참여국 3국의 수출액 비중 통계를 살펴보면 이들 국가 사이의 향후 수출 증대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 3개국 중 세르비아는 수출 총액이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 합산치의 2.2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수출 잠재력이 특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북마케도니아의 경우 수출 총액의 9.2%가 세르비아와의 무역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세르비아 시장이 북마케도니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 오픈발칸이니셔티브의 지난 2년간 성과 평가
2-1. 긍정적 성과
오픈발칸이니셔티브는 출범 이래 지난 2년간 농업 및 관광업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식품 안전성 및 동·식물 위생성 인증문서의 상호인정과 같은 절차 간소화 조치는 참여국간 농산물 무역을 가속화했고, 디미타르 코바쳅스키(Dimitar Kovacevski) 북마케도니아 총리는 2019년 대비 세르비아와의 무역액이 50%, 알바니아와의 무역액이 40% 성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6).
참여국 국민이 자국 신분증만 소지하면 상대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참여국의 국경을 넘는 데 비자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관광업 활성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22년에 북마케도니아를 방문한 세르비아 관광객의 수는 2021년 대비 500%라는 막대한 성장률을 기록했다7). 또한 오픈발칸이니셔티브는 화재, 홍수, 겨울철 폭풍·폭설 등 긴급상황 대응 차원에서의 상호원조를 강화하기도 했으며, 그 덕분에 재해로 피해를 입은 국경지역 주민들에 식량과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이 이전에 비해 간소화되었다. 북마케도니아 소재 싱크탱크인 애널리티카(Analytica)가 100개 제조기업과 50개 관광기업, 총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제조기업의 88%, 관광기업의 58%가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회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8).
오픈발칸이니셔티브의 성과 중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중요성이 매우 큰 요소는 바로 신호효과(signalling effect)라고 할 수 있다. 신호효과는 유관국들이 역내 경제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인 정치적 긴장의 완화를 추구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발생하는 부가적 효과의 일종으로, 사람과 기관, 기업 사이의 직접적 소통을 활성화하고 여러 주체의 경제적 이익 추구 및 열린 통상을 장려하는 조치가 이러한 신호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세르비아-알바니아 관계, 그리고 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 관계에서는 역사적 민족갈등, 영토문제 및 소수민족 권리에 관한 상반된 시각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경 개방, 공동 인프라 사업 등 오픈발칸이니셔티브에 담긴 여러 내용은 EU 가입절차 진행과 함께 이러한 역내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는 보조적 수단이 될 수 있다.
2-2. 한계 및 도전요소
상술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합 560만 명의 인구를 지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코소보는 저마다의 이유에서 오픈발칸이니셔티브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먼저 알빈 쿠르티(Albin Kurti) 코소보 총리는 세르비아가 자국을 독립국으로 공식 승인하기 전에는 그 어떤 역내 협력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다만, 코소보 내부에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현지 주민에게 부여할 수 있는 경제적 혜택에 주목하고 이를 국가 승인 관련 협상과는 별도로 다룰 것을 주장하는 정치적 목소리도 존재한다9).
한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구성하는 세르비아계 스릅스카(Srpska) 공화국은 오픈발칸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비세르비아계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Federation of Bosnia and Herzegovina)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재 정치적 상황으로 보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도 여타 이슈와 마찬가지로 구성국간 내부 정쟁의 대상으로 비화하면서 해당 구상에 실제로 담긴 내용이나 잠재적 혜택에 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 참여 여부에 관해 일관되지 않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서발칸 지역에서 EU 가입 협상을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몬테네그로에서는 일부 정부 인사가 오흐리드(Ohrid) 고위급 회담에 참관국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오픈발칸이니셔티브에 관심을 보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것이 자국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인 EU 가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몬테네그로가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를 합친 것보다 경제 규모가 큰 세르비아가 역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을 우려해 구상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실제로 세르비아의 경제 규모는 몬테네그로의 약 14배에 달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한편 EU 및 미국 등 주요국이 오픈발칸이니셔티브에 별다른 지지 의사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특히 정치·경제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EU나 미국이 경제협력과 문화적 연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에 지지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점은 해당 구상의 확대 잠재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오픈발칸이니셔티브에 대한 서방권의 여론은 통일되어 있지 않은데, 일각에서는 이 구상이 역내 경제개발, 외국 투자유지 촉진, 베를린 프로세스 지원 등의 측면에서 매우 큰 중요성을 지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10)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여타 역내국에 비해 경제규모 및 발전수준에서 앞선 세르비아가 주요 수혜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세르비아의 경제·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세르비아가 중국이나 헝가리 등 친(親)러국가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분석가들은 세르비아의 권위주의 정권이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며, 이는 역내 국가 간 정치적 문제를 악화시키고 베를린 프로세스를 저해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제시한다11).
또한 일부 비판론자들은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지지부진한 EU 가입절차를 대체하려는 의도에서 각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정치적 산물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들에 따르면 오픈발칸이니셔티브는 지역적 통합의 외견을 갖추어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주민들을 회유하면서 각국 내 민주적·제도적 역량 부족은 방치하는 현상유지 수단의 일종이다(Djukic, 2022). 특히 3개 참여국이 체결한 협정이나 미래 계획의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과연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품은 이들도 있다. 실제로 3개 참여국의 그 어떤 정부기관도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구상의 상세내용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기존의 공동시장 창설 관련 노력과는 어떻게 다르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보완하는지, 그리고 각국 지역경제에 정확히 어떠한 혜택을 가져오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코소보의 국가 지위에 관한 논란도 당사국인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포함한 모든 서발칸 국가들에게 부정적 요소이다. 코소보의 지위 문제는 정치·경제적 개혁이라는 중점 과제로부터 각국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EU 가입 지연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며, 선거철을 앞두고 자국민의 감정과 애국심을 자극해 표심을 확보하고자 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명확한 국경선의 확정은 EU 가입의 필수 조건이고, 오픈발칸이니셔티브를 비롯한 실질적 경제협력 추진도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관계 정상화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기 전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들어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의 분쟁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서발칸 국가 모두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데12), 알바니아계 소수민족의 인구 비중이 크고 역사적 민족갈등의 사례도 잦았던 북마케도니아, 그리고 코소보와 민족적으로 유사한 알바니아13) 모두는 분쟁 당사국의 장기적 합의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
3. 오픈발칸이니셔티브의 미래
비록 오픈발칸이니셔티브의 미래를 단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위에서 살펴본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역내국 경제에 혜택을 가져다 주는 데 성공할지의 여부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 요소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EU를 비롯한 주요 외부 주체의 지원이 없이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다른 역내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거나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재 정체 상태에 있는 각국의 EU 가입 절차가 다시 가속되면 역내 경제협력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EU 가입절차가 대상국의 제도적 발전을 촉진함과 동시에 대상국 정부가 부패 근절이나 인권 보장과 같은 근본적 구조개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셋째, 정치적 긴장과 잠재력 안보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경제협력이 진전을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르비아-코소보 관계를 어떠한 형태로든 정상화하는 작업이 심도 있는 역내 경제협력의 선결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표를 별도로 제시하지 않고 단순한 선언적 내용에 그친다는 오픈발칸이니셔티브의 한계를 극복해 역내 무역규모 증대와 외부로부터의 투자 유치 촉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절차를 기존보다 구체화하고 계측가능한 성과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다룰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의 사례에는 ▲베오그라드(Belgrade)-티라나(Tirana) 고속도로 등 수송인프라 개선사업 ▲직항 항공편이나 열차편 신설 등 교통수단 확충 ▲인프라 사업 공동투자 확대 등이 있으며, 이들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게 되면 참여국의 구상 이행 의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오픈발칸이니셔티브가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에는 상기한 CEFTA, 그리고 발트 3국이 EU 가입 이전에 참여했던 발트자유무역지대(BAFTA, Baltic Free Trade Area)가 있고14), 이외에 아세안(ASEAN)이 규제환경 개선을 통해 혜택을 본 사례도 서발칸 지역이 교훈으로 삼아볼 수 있을 것이다15).
* 각주
1) https://www.berlinprocess.de/
2) 본고는 유엔안보리 결의 1244호를 존중하고, 코소보의 국가 지위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4) https://vlada.mk/node/26063?ln=en-gb
7) Ibid.
9) https://n1info.rs/english/news/hoxhaj-kosovo-should-join-the-open-balkan-initiative/
10) https://www.swp-berlin.org/en/publication/the-open-balkan-initiative-complements-the-berlin-process
12) https://n1info.rs/english/news/tensions-between-vucic-rama-in-serbia-people-choose-their-godfathers/
13) 코소보 인구 중 90% 이상이 알바니아 민족에 속한다.
14) Kosma, et al., 2003
15) Otsuki,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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