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연금개혁에서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도하 언론에서는 모수개혁이 합의되었다면서 다음 단계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노후소득보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이 대표의 결정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건 야합이요 굴종이다. 복지부가 김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3%로 할 경우 40년 가입해도 월 연금액이 132만원이다. 이는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도 노후최소생활비 136만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평균소득자가 한,두 해도 아니고 무려 40년 동안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국민연금보험료를 꼬박 내도 퇴직 후에 받아쥐는 연금액이 노후최소생활비에도 못미치는 132만원인 거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시장과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40년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30년 이상 가입하고 연금받는 사람이 5% 정도다. 거기다 국민연금연구원이 계산한 노후최소생활비는 빈곤선인 156만원에 한참 모자라는 그야말로 최소 중의 최소요 거의 생존수준의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생존수준의 노후최소생활비에도 미달하는 급여를 주게될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면서 노후소득보장을 고려했다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재정프레임에 갇혀 있다. 민간보험도 아닌 국민연금을 두고 보험계리로만 계산된 재정수지에 갇혀 그것으로만 지속가능성을 바라본다. 제도는 그것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때 지속가능할 수 있지 돈만 앞세운다고 지속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40년 가입해도 사실상 생존수준인 노후최소생활비보다 못한 연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믿기가 어려워진다. 국민연금은 강제가입이므로 가입은 하겠지만 틈만 나면 납부예외 신청하고 또 정부가 무슨 개혁이라도 하려 하면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의심만 하게 된다. 가입은 하되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는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사람들 사이에서 '야 국민연금 정말 좋더라. 웬만하면 좀 어려워도 다른 거 미루고 국민연금 보험료는 꼭 내라' 이런 말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져나가야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
필요보험료니 누적적자니 충당부채니 그런 것들은 모두 민간보험에서 사용하는 지표들이고 수지상등을 전제한 지표들이다. 국가는 보험회사가 아니다. 민간보험사가 사용하는 저 지표들은 국민경제의 성장분을 미래 연금에 반영하지 않는 지표들이다. 민간보험사는 국민경제의 성장과실을 배분할 힘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민간보험같은 재정지표가 정말로 중요하다면 기금이 GDP의 30%로 한국에 이어 세계 2위인 핀란드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24%나 되는 반면 기금이 6개월치밖에 없어 사실상 기금고갈상태인 독일은 왜 보험료가 18%밖에 안되는가? 민간보험의 재정지표는 공적연금에 맞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핀란드는 24%의 보험료 중 17%는 기업이 내고 노동자는 7%만 낸다. OECD 국가 전체적으로는 기업과 노동자의 보험료 분담비율이 6:4로 우리처럼 5:5가 아니다. 게다가 정말로 민간보험처럼 하려면 기업이 노동자분 보험료도 내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민간보험사의 재정지표를 가지고 보도해대는 언론이나 정부나 그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이나 모두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기울어지다 못해 매달려 떨어질 것 같은 편향된 운동장에서 그래도 싸워서 소득대체율 50%에 보험료 13% 만들어줬더니 그걸 못받아 먹는가? 연금공론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50%는 내팽개치고 45%가 마지노선이라더니 그 담에는 44%로 내리고 그러더니 이제는 43%까지 내려갔다. 과거 2019년 경사노위 때 다수안이 45%-12%였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소득대체율은 2%p 내려갔고 보험료율은 1%p 올라갔다. 밖에서 시민단체 활동할 때는 패기가 넘치다 못해 오만방자하기까지 했으면서 힘있는 자리에 가서는 더 힘있는 자 앞에서 한마디 말도 못하니 저런 정당을 두고 연금개혁이니 사회대개혁이니 복지국가니 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한심하고 처량하기 짝이 없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이영희 선생의 말이 절절히 떠오른다. 왼쪽 날개가 없다보니 민주당은 중도우파 독재 개혁독재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것이 쌓이면 민주당도 위험하고 국민들도 위험에 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