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가 민주당의 보건복지위 소속 한 국회의원이 국민연금 팩트체크라 해서 페북에 올린 글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수준이라는 언급과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 13%는 OECD 평균 보험료에 비해 낮다는 언급이 있다(그 글이 올라오기 전날 민주당은 보험료 13%와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키로 했다).
하지만 팩트체크라고 해서 올렸지만 위 둘 중 하나는 명백한 팩트오류이고 다른 하나는 팩트부실이다. 국민연금의 현행 법정소득대체율 40%를 OECD 기준으로 계산하면 31.2%밖에 안되며 법정소득대체율을 43%로 올려도 OECD 기준으로는 33.6%밖에 안된다. OECD 평균은 42.3%라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그에 한참 못미친다. 복지부 계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법정소득대체율을 43%로 하면 40년 가입해도 연금액이 132만원(2025년 현재가)으로 노후최소생활비 136만원에 미달한다. 만일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정말로 OECD 평균수준이라면 OECD 국가들도 40년 가입해서 받는 연금액이 노후최소생활비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라는 말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 이런 명백한 오류를 말하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팩트체크라고 하는지 얼척이 없다.
이런 식으로 명백한 오류를 근거로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한다고 한 것인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유시민이라는 선무당이 연금급여가 본격적으로 지급되기 1년 전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무려 20%p나 깎아 사람잡는 일을 벌이더니 이제는 민주당의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 전체와 당대표, 정책위의장 전부가 선무당 노릇을 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 보험료와 관련한 언급은 부실하다. OECD 보고서(Pensions at a Glance, 209페이지, 표 8.1)를 자세히 보면 공적연금의 보험료 중 노동자 분 보험료 평균이 6.3%이고 사용자 분 보험료 평균이 9.1%이다. 이 둘을 더하면 15.4%이다. 물론 OECD 보고서에는 공적연금 보험료 평균을 적시하고 있지 않으며 대신 공적연금 보험료에 퇴직연금 보험료를 합한 의무연금 보험료 평균만 18.2%로 적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찾아서 보려면 충분히 볼 수 있다. 또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제도는 보험료 부과소득 상한이 있고 이 상한이 나라마다 달라 일률적인 비교는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의무연금 보험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OECD 보고서에 나오는 수자를 가지고 단순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공적연금 보험료 평균은 OECD가 15.4%이고 우리가 13%이다. 우리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차이는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보험료 13%에 소득대체율 33.6%이지만 OECD 평균은 보험료 15.4%에 소득대체율 42.3%이다. 소득대체율을 보험료율로 나누면 우리는 2.58이고 OECD는 2.75이다. 즉, 우리는 보험료 1%당 소득대체율 2.58%가 보장되는 반면 OECD는 2.75%가 보장되는 셈이다. 우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이 아닌 것이다.
거기다 민주당의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재정프레임에 갇혀 있다. 복지부는 이런 재정프레임을 강화한다. 며칠 전 복지부가 계산한 자료를 봤더니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3%일 때 평균소득 가입자가 40년 가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가 납부하는 총보험료는 1억 8,762만원이며 그가 퇴직 후 25년 간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총수급연금액은 3억 1,489만원으로 계산되어 있었다. 총보험료는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는 수입이고 총수급연금은 지출이니 지출이 수입보다 1억 2,727만원이 많은 것이다. 명백히 적자이다.
하지만 이 계산은 완전히 잘못된 계산이다. 보험료 수입은 복리로 계산해서 합산해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는 기금수익률을 4.5%로 가정하는데 이 4.5%를 연복리 이자율로 적용하면 40년 동안의 총보험료 수입은 4억 8,939만원이다. 그리고 연금을 줄 때도 물가를 반영하여 조정해주어야 하는데 편의상 4.5%씩 상향조정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된 연금을 첫해 지급하면 남는 돈이 운용되어 거기에 다시 4.5%의 이자수입이 붙는다. 이런 식으로 매해 운용되면 25년간 연금을 받은 후 최종적으로 3억 651만원이 남는다.
물론 재정계산에서는 적자가 발생하고 기금소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것은 국민연금의 재정설계 자체가 잘못되어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대책을 세워야지 환경변화에는 상관없이 국민연금의 내적인 수지구조만 맞추려고 하면 사실상 답이 없게 된다.
재정프레임에 갇힌데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이라는 명백한 오류에 근거하여 지금 이런 식의 연금개혁을 마무리하려는 것은 대선 국면에서 연금이 쟁점이 되지 않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또 집권 후 연금개혁이라는 부담을 지기 싫다는 정치적 계산이라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 수준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잘못된 인식 하에서라면 자동조정장치도 그에 대해 별 무신경했을 수 있겠다 싶다. 그러니 당 대표라는 자가 연금공론화에서 의제에 들어가지도 않은 자동조정장치를 떡 하니 언급하지를 않나 국회의장은 뭘 안다고 자동조정장치를 중재안으로 내지를 않나 정책위의장이라는 자는 조건부로 도입하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말을 하지를 않나 기가 막힌다. 연금공론화에서 의제에 들어가지도 않은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차등보험료를 밀실에서 뚝딱뚝딱 만들어서 작년 9월 4일에 연금개혁안이라고 발표한 이 내란 정권이나 아무 생각없이 자동조정장치가 마치 무슨 의제라도 되는 양 떡 하니 받아서 논의테이블에 올려버린 민주당이나 둘이 뭐가 그리 다른가?
연금공론화에서 얻은 결과를 존중하여 집권 후에 해도 될 것을 그런 정치적 계산과 잘못된 팩트인식으로 지금의 연금개혁을 서둔 것이라면 민주당은 정말 잘못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정치적 계산으로 후에 구조개혁을 할 것인가? 퇴직연금의 공공성 강화가 시급하지만 민주당의 지금의 이 태도로는 그런 것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문재인 정권 때처럼 이 땅에서 복지국가는 암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