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고 비싼 술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발렌타인 30년산을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중국술인 수정방이나 오량액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아마추어들의 생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전 세계에 50병 밖에 없는 '글렌피딕 50년산' 프랑스 작가 프랑소와 라벨레의 탄생 500주년을 맞아 프랑스 코냐크 지방 후라팡 가문이 600병 한정 생산한 명품으로 병 전체가 24K순금 도금되어 병 값만 100만원이 넘는 ‘프랑소와 라벨레 후라팡’ 제퍼슨 대통령의 사인이 들어 있는 와인인 1787년 ‘사또 라피트에서 만든 클라레래’ 첫 잔에서 짠맛이 나는 독특한 맛을 지녀 컬렉터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은 ‘스프링뱅크 1919맬트 위스키’ 엄선된 포도를 원료로 백 년 동안 숙성과정을 거친다는 코냑 ‘루이 13세’ 헤네시 가문의 6대손인 킬리언 헤네시의 100회 생일을 맞아 100병 한정으로 생산한 제품인 헤네시의 ‘보떼 뒤 시에클 (Beaute du Siecle)' 등이 모두 세계 최고급 명품 술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가장 비싼 술은 '헨리 4세 두도뇽 헤리티지 디엔에이 코냑(HENRI IV DUDOGNON HERITAGE 'THE DNA OF COGNAC)’이라고 한다. 이 술은 멕시코의 데킬라를 주로 생산했던 'LEY.925Co' 그룹이 자회사격인 프랑스의 '메종 두도뇽(MAISON DUDOGNON)이라는 코냑회사를 통해 출시한 것이다.
딱 한 병만 생산된 이 제품의 술병은 4㎏의 백금과 황금, 6천500개의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있고 2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술병 속에는 코냑의 중심지인 프랑스 그랑 상파 뉴에서 생산돼 100년 넘게 숙성된 원액이 1ℓ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귀중한 술은 단연 ‘절발역주(截髮易酒)’다. 동진 때 도간(陶侃)이라는 찢어지게 가난한 선비 집에 규(逵)라는 친구가 찾아 왔다. 그러나 차려낼 음식도 술도 아무 것도 없었다. 반가운 친구를 차마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던 도간의 어머니는 자신의 머리카락 잘라서 팔아 그 돈으로 술과 고기를 사서 아들 친구를 대접했다. ‘머리를 잘라서 술을 바꾼다는 뜻’으로 자식에 대한 지극한 모정을 뜻하는 절발역주(截髮易酒)는 이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아무리 좋은 원액을 숙성시켰어도 어머님의 마음을 숙성시킨 술보다는 값지지 못하다. 아침이슬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듯 매우 좋은 술일지라도 불편한 사람들과 마시면 몸을 망치게 된다. 무슨 술이냐 보다는 누구와 마시느냐가 더 중요한 법인 것이다. 술 한 잔에 평생을 함께 할 우정이 담겨있고 어머님의 지극한 정성이 담겨있다면 이 보다 더 비싸고 이 보다 더 귀중한 술이 어디 있겠는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 ‘그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돈을 좀 더 벌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던 거 기억하니?” “바닷가에 간 일 기억나?” “맨발로 풀밭을 걸어 보고 싶었는데…” 등등 좀 더 따뜻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살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한다고 한다. 죽음 직전의 사람들을 가장 많이 인터뷰했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지금 우리는 과거 왕조시대 누구보다도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살지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싼 술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머님의 속 깊은 정에서 행복을 찾는 습성을 길러 갔으면 한다. 돈보다 귀하고 값진 것이 서로를 위해주는 고마운 마음이다. 콩 한쪽도 나눠먹던 예전 그 마음만 되가질 수 있다면 현재의 물력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가 있을 것이다.
첫댓글 귀감이 되는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