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에서의 9월 11시 콘서트는
추석물류차량으로 늦어서 놓치고(유니버셜의 발레 갈라무대)
오늘은 출근할 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덕분에 밀리는 구간에서도 여유있고 느긋하게 FM 음악방송 들으며 운전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도착시간이 다소 늘어나도
괜찮아 10시 30분까지만 도착하면 돼하며 콧노래 불렀다
벗들에게 톡을 보낸다
"난 도착했다네. 감나무 그늘아래"
음악당 앞 감나무 그늘에 벤치가 이렇게 운치있다니
평소엔 그냥 나무 그늘이구나 했을 텐데
벗들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니
세상에나
노란 감이 조랑조랑, 초록잎사귀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나와 눈을 맞춘다
오늘 연주는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와 함께한다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협동조합 오케스트라로 기존의 오케스트라의 위계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연주활동을 추구하는 오케스트라라고 소개되었다
첫 연주곡은 니콜라이의 오페라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서곡이었는데
이곡은 관악기들의 연주가 돋보였다
오페라의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음악 속에 다 담긴 듯하다
특히 즐겁게 수다 떠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피콜로가 너무 재미있게 표현했다
하지 말아야 할 누군가의 비밀까지 발설하며 좌중을 싸아하게 만들었다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며 명랑하게 마무리 짓는 전개라고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며 감상하니 재미있다
(사실은 이 오페라의 내용은 모른다)
바이올리니스트 정원순 비올리스트 김상진의 연주곡인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드물게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독주악기가 협주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두 악기가 서로 대화하듯 연주하는 모습이 재밌다
바이올린의 히스테릭한 고음을
비올라가 잘 달래 가며 선율을 만들어내니 간이 잘 맞는 음식같다
용재오닐의 비올라연주를 듣고
비올라의 음색은
바이올린 음에 얇은 한지를 한 겹 입혀 가라앉힌 음색이라고
언젠가 이 카페글에서 표현한 적 있다
여전히 나의 그 표현이 맞다고 오늘도 고개를 끄덕였다
2부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 2,3,4 악장이 연주되었는데
3악장은 독특하게도 모든 현악기들이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된다
거기에 관악기의 굵직한 음이 받쳐주며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음악회의 마무리는 역시 테라로사 커피로.
한 잔의 커피가
오늘의 하늘, 햇살,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을 다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껴가며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