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당당하다. 너무 당당하다 못해 어느 순간 갑자기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아슬아슬함마저 느껴진다. 정우성. 그 이름 자체만으로 독특한 아우라를 갖고 있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
ⓒEsquire 글/김민정(에스콰이어) 사진/조남룡(데일라이트 스튜디오)
정우성의 등장은 그의 외모만큼이나 화려했다. 계단을 걸어 들어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과장을 조금 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정우성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 같은 것에는 아마도 그를 둘러싼 이 많은 사람들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검정 선글라스와 가슴의 브이 존이 깊숙이 팬, 몸에 꼭 달라붙는 니트 셔츠를 입고 나타난 정우성은 단박에 세인들의 시선을 한 방향으로 고정시켰다. 그는 성큼성큼 계단을 걸어 올라와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그와 악수를 나누며 난 잠시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바라 마지않는 그 눈빛을’ 정면에서 응시할 수 있었다.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걸 압도하는’ 류의 말들은 호사가들의 잡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그 호들갑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들어간 눈 사위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는 새 영화 <똥개>의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곽경택과 정우성의 만남 자체로 이미 화제가 되었던 만큼,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정우성의 행보는 바쁠 수밖에 없다. 촬영이 종료된 직후부터 그는 쏟아지는 인터뷰 제의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똥개>를 촬영하면서 그의 머리는 내내 덥수룩했다. 눈을 반쯤 가린 앞머리와 살짝 웨이브 진 머리를 하고 ‘망가진 정우성’을 타이틀로 한 각종 신문과 잡지 헤드 타이틀을 장식하던 모습은, 그러나 오늘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영화 후반부 작업의 마지막 회상 장면을 찍기 위해 짧게 자른 것이다. 여기에 제멋대로 난 듯한 수염을 한 그는, 어딘가 할리우드 영화배우 게리 올드먼을 연상시키는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
“우린 좀더 내추럴한 모습을 찍고 싶어요. 아주 자연스러운 거…. 망가져도 괜찮아.” 포토그래퍼의 주문이었다. 정우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뷰파인더를 바라보던 포토그래퍼의 입에서는 절망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이건 너무 패셔너블한데.” 문제는 그의 외모가 너무 퍼펙트하다는 데 있었다. 정우성이 낡아빠진 트레이닝 팬츠에 후줄근한 러닝 셔츠를 입고 서 있는다고 해서 빛나는 그 얼굴이, 그 미끈한 몸매가 가려질 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좀더 망가지길, 조금 덜 멋지게 보이길 요구해야 했으니, 당사자인 그에게는 그처럼 고약한 주문은 또 없을 것이다. 그는 미간에 힘을 주고 최대한 ‘양아치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반쯤 비어져나온 셔츠 자락을 벨트를 풀어 쑤셔 넣기도 하고, 어정쩡하게 어깨를 구부리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건들거리기 시작했다.
“좋아. 그런 거. 아주 좋은데.” 포토그래퍼는 분주히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는 여전히 눈부셨다.
정우성은 올해로 서른이 됐다. 남자 나이 서른. 그에겐 꽤 각별하다.
“서른이란 나이를 무척 기다렸어요. 어서 빨리 이 나이가 되고 싶었죠. 나이를 더 먹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세월이 가져다주는 연륜 같은 거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봐요.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은 더 깊어지고, 사고할 때 좀더 지혜로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훨씬 더 남자같이 느껴져요. 20대와는 달리 무게감이 생기죠. 내 주장을 펼치기도 더 쉽구요. 예를 들면, 20대에는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고 주장을 해도 “네가 젊은 패기에 그러는 거지”라며 뭘 모른다는 식으로 절 바라봅니다. 전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제가 사회의 기준에 받아들여지죠. 제 생각과 얘기가 먹힌다고 할까요. 이 나이, 남자에게는 꽤 멋진 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는 서른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행복한 남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눈가에 생기는 주름이 자랑스러울 만큼
“전 이 주름이 정말 좋아요. 예, 정말 그렇습니다.” 그는 ‘씨익’ 하고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그의 눈가에 몇 가닥 주름이 잡힌다. 그 모습이, 과거의 그 청춘의 아이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남자의 반열에 들어선 훈장 같은 거라고, 그는 여기고 있는 것이리라.
“전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나이는 십대라고 생각해요. 사회에 대한 가치관, 신념, 꿈, 감수성 혹은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 모두 그때 형성된다고 보거든요. 10대 중, 후반은 그래서 남자에게 아주 의미 있는 시기일 겁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들도 그때 이미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십대 후반의 저는 뭐랄까, 방황했죠. 늘 외로웠구요. 공허하기도 했고. 마치 안개 속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그런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시절. 나의 십대를 되새기다보면 그냥 좋아요. 그 시절 덕분에 아마도 오늘의 내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배우의 꿈을 간직한 채 방황하던 그 시기는 영화 <비트> 혹은 <태양은 없다>에서 정우성이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흡사하다. 어떤 제도권적인 속성도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던 십대 후반은, 그의 기억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각인되어 있다.
“그 시절을 통해서 나를 봅니다. 지금의 어떤 것도 그 시절과 분리되어 있을 거라고 여겨지지 않아요.” 그에게 20대는, 동년배들에 비해 꽤 빠른 성취와 성공을 가져온 시절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에게 미묘한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30대에 인생의 큰 실패를 맛보지 않으면 안 된다’라구요. 성공으로 가는 길인 동시에, 실패가 도사리고 있는 시기.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는가가 무척 중요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긍정적으로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현명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남자에게 ‘성공’은 어떤 의미인가. 혹은 배우 정우성에게 성공은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한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거. 자식들 낳고 가족을 만들어 그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살게 하는 거. 어찌 보면 그렇게 사는 것도 큰 성공일 겁니다. 물론 물질적인 성공도 성공일 거구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을 베풀고 즐길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갖고 있으려고만 하면 제대로 된 성공이 아니죠. 성공을 했으되 연연해하지 않을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선 가진 자의 여유 같은 것이 묻어났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묘한 긴장감 같은 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심경에 대해 물어보면 “담담합니다”라는 짧고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좀더 물을라치면 “단 한번도 긴장 같은 거 해본 적 없습니다”라고 쐐기를 박고는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후회 같은 거는 없죠”라며 부연설명을 한다. 자신감이 대단하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 “뭐든 하면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라고 얘기한다.
이쯤 되면 그의 빛나는 자신감에 슬슬 제동을 걸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준수한 외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곧장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거야말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 같은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난 그가 ‘어디서나 통하는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배우에게는 치명적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대상을 바라봅니다. 아까 촬영을 할 때도 그렇죠. 전 최대한 망가진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주위에서는 좀더 망가질 것을 요구합니다. 여전히 제 모습이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일방적인 시선입니다. 물론 배우로서 제 외모가 다양한 변신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제 자신은 제가 갖고 있는 얼굴이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이렇듯 명쾌한 그의 대답은 10년의 배우 생활이 가져다준 일종의 프로기질인 듯 보이기도 한다. 매번 비슷비슷한 질문과 대답들 사이에서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정답을 찾아낸 그만의 노하우이기도 할 것이다. 결혼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다.
“결혼은 되도록 빨리 해야겠다는 원칙을 세웠죠(웃음).” 오랜 세월 만나온 여자친구를 얘기하자 그는 곧장 고개를 끄덕인다. 이쯤에서 난 수년 동안 변치 않고 계속되어온 그 정답이 아닌 좀 다른 대답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잠시 동안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랑은 믿지만 결혼은 잘 믿지 않습니다.” 책임감을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내세우는 그가, “결혼은 어쩐지 족쇄같이 여겨진다”고 고백하는 순간, 결혼이 가져다주는 막중한 책임감과 자유 사이에서 꽤 무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건, 정말이지, 복잡한 문젭니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껏 웃어제꼈다.
영화 <똥개>는 7월 18일 개봉한다. 그도 아직 완성된 필름을 보진 못했다. 경북 밀양에서 찍은 이 영화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는 백수건달 청년이, 어느 날 형사인 아버지가 집에 데리고 온 여자를 받아들이면서부터 벌어지는 얘기다. 정우성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출연한다고 하는데, 어쩐지 세련된 이 도시 총각이 그런 배역과 어울릴까 의문이 들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사투리가 내가 해야 할 전부의 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정우성이 사투리하면 안 어울릴 것 같다고 그러더군요. 그런 생각을 깨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똥개>는 배우 생활 10년에 접어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꼭 열 번째 해당하는 작품이다. 뜻을 세운다는 남자 나이 서른. 인생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순간에 그는 서 있다.
첫댓글 멋지긴 멋진데..사진들이 다 좀 늙어보이네요.ㅡ.ㅡ
이제 만으로 31살이죠
ㅠㅠ 멋지다
참 복받은 남자죠... 자기도 하늘에 고맙게 생각할꺼요 아마 ㅋ
마자욤...좀 나이들어보인담서...
영원한 나의 이상형..♡
저런모습 좋다! 맨날 후까시만 잡는지 알았는데 우스꽝 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나이값하는구만! 멋져요!
아바타 너무 웃겨요 ㅋㅋㅋ (딴소리)
이 사람 늙으면 조지 클루니 삘 날거 같아요~^-^ 멋지게 늙을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 같음...
주름살 있으면 굉장히 이상할거라고 생각했는데.......이사람..멋있네......
아바타가 비 같아~ ㅋㅋㅋ 나한테도 영원한 이상형~
완벽해!!!!!!!!!!!!!!!!!!!!!!!!!!!!!!!!!!!!!!!내이상형도
정우성 완벽한 외모는 인정하지지만...연기력이 아직까지도 의심스러워요..ㅠ.ㅜ 안타까워요..똥개보면서 절실히 느낀...ㅜ.ㅡ
똥개는 큰 도전이었지만 X노트 광고를 보면서 어쩔수없는 핸썸 도시남이라고 되새김한.. 외모가 연기를 막는.. 인간조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