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당역은 쌍룡과 영월 사이에 끼인 조그만 간이역이다.
야트막한 산줄기 앞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어 고즈넉한 정적이 절정에 이르는 곳인데,
특히 여러 색깔의 옷을 입는 가을에는 더욱더 예쁘고 곱다.
조촐하고 아담한 몸에 색동옷을 입은 풍경은 말로 표현이 힘들 정도로 황홀하다.
하지만 연당역은 아기자기한 생김새와는 달리 홀로 고독을 씹는 외로운 역이다.
더욱이 예쁜 풍경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이 되면 더욱 쓸쓸함이 심해진다.
조용한 산자락 모퉁이에 눌러 앉아 언제나 혼자일 수 밖에 없었던 역.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만큼 쓸쓸하고 고요한 역이기도 하다.
연당역 앞은 민가 한 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고즈넉한 풍경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연당리 마을은 시외버스도 정차할 정도로 규모가 어느정도 있지만,
정작 역은 마을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얼마 전부터는 직선화된 국도 교각이 역의 바로 앞에 놓여,
마을에서 역을 찾아가는 일이 더욱더 어려워졌다.
연당역에서 쳐다본 풍경은 대략 이렇다.
역 바로 앞으로는 깨끗한 물이 졸졸 흐르는 냇가가 있고,
그 뒤로는 웅대하게 놓여진 삭막한 국도 교각이 자리하고 있다.
저 도로 바로 너머로는 옛 국도가 마을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데,
이젠 마을은 커녕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조차 연당역이 아예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연당역은 '신비의 역'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보니 신국도에 모습을 완벽히 가린 탓에 베일에 드리워진 신비의 역이 된 것이다.
그 베일을 찾기 위해서는 다소 헤매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신비의 베일을 훌훌 털어낸 모습을 찾고나면 황홀한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진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깔을 고루 입은 모습에 눈을 떼질 못한다.
사계절 중 가장 화려한 계절인 가을, 그 화려함이 절정에 이를 때 찾아왔으니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으랴.
바로 뒤에 조그만 산이 있고, 주변엔 시원한 냇가와 한적한 들판이 쫙 펼쳐지는 모습...
붉은 옷을 입은 연당역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연당역은 여객과 화물취급 비중이 모두 미미한 역이다.
마을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므로 이용객이 많을 리 없고,
장락의 석유 & 석탄, 송학의 자갈, 입석리와 쌍룡의 시멘트처럼 확연히 눈에 띄는 화물도 없다.
하지만 역무원 분께서 아예 '거주'를 하며 역을 지키고 계신다.
사람이 하도 찾지 않는 맞이방을 개조하여 아예 운동기구와 빨래를 널어놓았다.
주변의 입석리, 쌍룡, 영월역 모두 구내가 어수선하고 복잡한 반면,
연당역은 큰 역을 틈에서 간이역의 정취를 아주 잘 간직하고 있다.
시멘트를 한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천천히 통과하고 있음에도,
연당역 구내는 굉장히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일 뿐이다.
가을이 저물어갈 무렵인 11월초의 연당역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빨간색의 단풍잎은 이미 다 떨어져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 대신 노란 낙엽이 늦가을의 정취를 화려하게 물들여 놓았다.
노란 낙엽이 황홀한 자태를 뽐내는 것이 연당역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다.
노란색과 초록색의 파노라마 속에서 연당역은 가을빛을 한껏 뽐낸다.
열차가 한 대도 지나갈 것 같지 않는, 사람 하나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적막감.
어쩌면 다소 심심하고 무료한 풍경일 수도 있겠지만,
연당역은 무료한 느낌을 황홀함으로 승화시켰다.
그 어떤 태백선의 역들보다 적막하다.
그 어떤 태백선의 역들보다 고즈넉하다.
하지만 그 어떤 태백선의 역들보다 쓸쓸하고 고독하다.
사람은 커녕 화물 하나 없어 모든 승강장이 무너져가는 그런 곳에서,
승화시킨 황홀함을 그대로 유지하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여객은 커녕 화물조차도 썩 반기지는 않는다.
자갈과 침목이 모두 시커멓게 물든 걸로 보아선 대충 어떤 화물을 취급하는지 짐작이 가지만,
노반이 푹 꺼진 걸로 봐서는 관리조차도 제대로 안 하는 선로인 것 같다.
한마디로 관리조차 제대로 안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들어가는 열차가 적다는 뜻이다.
전 역은 쌍룡역이 맞지만 다음 역은 영월역이 아닌 청령포신호장이다.
하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곳은 철저하게 배제시켜 놓았다.
태백선 최초의 간이역이자 최고의 간이역인 '연당역'에서조차 말이다.
황홀한 매력의 연당역.
가을빛이 그 어느 곳보다 잘 어울리는 연당역.
쓸쓸한 고독의 연당역.
그 어느 곳보다 썰렁하고 황량한 느낌의 연당역.
둘 중 어떤 것이 더 현재의 이미지에 어우러질까...
화려함으로 수를 놓는 가을엔 그 어느 곳보다 눈부시게 빛나지만,
낙엽이 모두 떨어지는 겨울에는 그 어느 곳보다 황량한 곳이 될테다.
이제 눈부신 아름다움을 털어내고 황량한 적막함을 덜어오려 한다.
마지막 가을단풍 아래, 고즈넉한 고독을 조용히 만끽하는 연당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