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회사에서 오랬동안 근무 하다가
올 6월에 정년 퇴직을 하였습니다
재직중 약 15년동안은 노동조합에서
조합살림살이와 후생복지 업무를 맡은 관계로
조합원들과의 많은 접촉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먹고 마시는 일들이 다 반사로 일어났습니다
전용 할 수 있는 경비는 한정적인 반면에
상대방은 많은 향응을 요구를 하였습니다
향응이라 하니까 무슨 댓가성 접대 자리인 줄 오해 하시겠지만
저 또한 3년에 한번씩 조합원 투표로 선출되는 직책인지라
확실한 인맥 형성과 조직관리 차원에서 향응성 접대가 조금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심한 것이 요리를 배우는 일이 최우선인 것 같았습니다
사 먹는 것 보다 직접 요리하여 회사에서 같이 식사하면 경비가 많이 절감 될 것 같아서
비어 있는 사무실 한켠을 주방 집기를 설치하고 식탁과 의자를 넣어니
그럴듯한 조그만한 식당이 맛있는 성찬을 기다리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민은 이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뭐 할 줄 아는게 있어야지 밥도 먹고 된장 찌게도 먹을텐데
야! 오늘은 기념으로 라면이나 끓여먹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고모님댁에서 가져 온 경상도식 토속 김치를 흩트러지게 썰어 쟁반에 담고
이마트에 가서 햇반을 사서(15년전에 햇반을 사먹는 사람은 그리 많지안았습니다)
전자렌지에 돌리고
파 송송 썰어
계란 노른자위에 고명으로 올려놓으니 그럴듯하게
분식집표 라면이 완성되었습니다
앞,뒤를 다투며 침 뱉어가면서 먹든 소시적의 추억도 떠 오르곤 했습니다
모두들 첫 성찬을 라면으로 포식하고 엄지 손가락 치켜 세우며 "따봉"
많은 시간이 흘러 잠자리에 들어 갔습니다
이제 우째야 될꼬
친정가서 20년째 오질 않는 애 엄마와 함께 잠깐 식당일을 같이한 기억을 살려
하나,하나 밑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워 버리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둘만 모여도 스승이 있더이다
이거는 이렇게 한다든데요
카드라 방송이 난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명 "반풍수 집구석 망치는" 족속들이었습니다
여러번의 실수 범하다 보니 동물적 감각으로 저 만의 표준데이터를 완성하여
시장에 내어 놓어니
오! "따봉" 형님 맛 직입니다
물론 접대성 멘트 이었겠지요
이러기를 수삼년
순풍에 돗단배와 같이 하루가 틀리게 발전에 발전을 하게되었습니다.
어느 날
"형님"
구포시장에서 멍멍이 한마리 사서 삶아 먹읍시다
할 줄 알아야 삶지
아 그것 뭐 된장 풀고 생강 넣고 소주 한병 붓고 삶으면 되는데요
또 반풍수를 만났습니다
그래 해 보자
결혼적으로 영 맛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만한 지인들에게 열심히 전수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제 더 배울게 없다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끝으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비장의 메뉴 1번으로 자리 매김 하곤
매년마다 불쌍한 멍멍이가 애처롭게도 저의 손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때 정년퇴직후 나의 새로운 직장은 영양탕집으로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여 나만의 레시피로 완성된 석포표 영양탕을
퇴직 하기 두 달전에 조그마한 점포를 임대하여 열심히 영업하고 있습니다.
개업하는 날 오후
주방 뒷문을 항상 열어 놓기 때문에
살금 살금 길 고양이 한 마리가 허기진 배를 체우기 위해서
곁눈질과 함께 먹이 사냥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인기척이 나면 곧장 도망가기가 다 반사였고
세상이치가 다 그러 하더이다
배고파 찾아온 동물을 쫏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냥 모른척하고 있으니까 야옹이도 체류 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면식이 익어 가는지 경계를 하면서도 눈 마추기를 종종 하더이다
아직 새끼인듯하여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무척 맑아 보였습니다
형색은 초라 하였지만 그래도 품위를 잃지 않고 고상한 자태로 쪼그리고 앉아
이제는 잔밥통의 고기 말고 보다 신선한 고기를 요구 하였습니다
아니 요놈 봐라 하면서.....
고기통에서 부서러기 한점 골라내어 던져 주었습니다
공중회전를 하며 낚아 체어 사뿐이 착지하는 모습이 물찬 제비처럼 날렵하였습니다
이러기를 두어달 하고 나니
야옹...야옹
이제는 나 왔다는 신호도 합니다
그리고는 조신하게 배를 깔고 앉아 있다가
먹이를 주면 잽싸게 물고 옥상으로 달아나곤 했습니다
이렇게 물아 나른 옥상의 고기덩이가 주인님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1차 경고성 메세지를 받았을 때
무심결에 들었는지 먹이를 계속 주고 있었습니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우회적으로 고양이 밥을 주지말라는 애원섞인 언사로
저 앞집에 고양이 응가 때문에 싸워서 난리라든데요.....
예 그렇습니까?
무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눈망을이 초롱초롱한 야옹이를 보면
에라 모르겠다 또 고기 한점을 던져 주었습니다
이러기를 여러 날을 보내다 보니 옥상의 오물은 점점 쌓여 갔습니다
새벽에 대문에서 주인아저씨와 반갑지 않는 조우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인사를 하고 나서 마땅한 대화거리가 없었지만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입에서 나 올 언사들
고양이 밥 좀........
예 알겠습니다.
집합
오늘 부터는 야옹이 밥은 절대 주면 않된다
그럼 야옹이는 어쩌라고요 라고 반문하는 사람을 면박하면서
지가 알아서 살아야지
네 보고 우짜라고
고양이 땜시 인간관계를 막장으로 몰고 갈 수 없지 않느냐?
이렇게 하여 야옹이는 우리들의 변심으로 주린 배를 틀어 앉고
오늘도 항의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야! 인간들아 밥 좀 도
인간이 하루 아침에 이럴수 가 있나
오늘도 늦은 밤 계단에서 나의 인기척만 기다리며
변심한 나의 마음을 돌려 놓을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야옹아 진짜 미안하다
이제 제발 오지마라
나도 괴롭다.
석포 올림.
첫댓글 영양탕을 업으로 하시고
맛있게 삶아서 요리하시는데
고양이가 영양탕을 얻어먹으러 오네요
사람이고 짐승이고 정들면 떼기 힘들지요
그러나 어쩝니까 주인이 싫다는데
고양이에게 알아듣게 얘기하셔야 겠는데 ,,
오늘 산행이 있어 이제사 집에 왔습니다
예 고양이와 대화를 해라 하더이다
사람 말귀를 잘 알아 듣는다고
편안한 밤 되십시요.
외국에서는 첫번째 "여자" 두번째 "어린이와 노인" 세번째 "개와 고양이" 마지막으로 "남자"불쌍한 야옹아 왜 한국에서 태어낫니
이렇게 대접 받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영양탕을 먹을 수 없는 이 곳에서 이 밤에 군침만 흘리다 갑니다.
굿밤 되시기를
금수강산 대한민국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자존심이 우뚝 설때가 있더이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에효 맘이야 쬐금 거시기 하게지만
눈 딱 감으세요
어쩝니까
고러다가 주인 눈에 나면 큰일이
참 안타까운 고양이 이네요 쯧
분부 받잡아
잘 실천 하겠습니다
불쌍해도 어쩔수 없군요.
야옹이랑 정떼기가 쉽지 않은데! 밥을 주고 옥상 응가를 치우면! 그래도 주인이?
아직도 시위한다고 게단에서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처음부터 지 알아서 살게 냅둬야는데
우짤라꼬 점을 주셔가지고는..
근데 그게 그렇게 됩디다.. ㅎ
옥상 청소를 말끔히 하시면..
눈망울이 너무 초롱 초롱 하여서...... 그만
나도 요즘 주말농장 들고양이와 교감하고 있습니다
정말 정 띠기 어렵습니다
술붕어님 혹시 약주를 많이 하시는지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하다가 결국은 가업으로 연결 되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감사합니다
퇴직후를 1석 2조를 노릴려다가
몸이 꼼짝을 못하는 신세입니다
아무나 변신을 하는게 아닌것 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손에 잡히면 묶어서 그래라도 해 볼텐데
교감만 하지 잽싸게 도망 다닙니다.
석포님 반갑습니다.
석포님의 요즘 근황이군요
왠 영양탕집? 늦였지만 개업
축하드립니다.
냥이와의 추억 ~
고생이 많으십니다.
더운날씨 건강조심하세요.
아이구 정수님
우짜다 보니 팔자에 없는 영양탕집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가면 한번 뵈어야 될텐데
동안 건강히 잘 계셔요.
길고양이 밥주는 이야기를 하시기 위해서
요리법을 전수 받으신 이야기까지 올라시느라 애 쓰셨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손수 해드시는 바람에 훨씬 좋아졌겠네요.
비용도 절감되고 직원들간 협동심도 진전되고 일식이조입니다.
그런데 그 고양이를 아주 입양하여 기르시면 어떨까요?
안에 들이고, 애완견처럼 기르시며서
음식 찌꺼기를 주시면 ...
고양이는 묶어서 키우는걸 보질 못한것 같기는하네요. ^*^
제가 제일 처음 카페에 가입을 했을 때
삶방 방장님 이었습니다
닉네임과 어울리게 참 고운 모습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많이 건강 하시죠
아름다운 인연들 잘 다독이면서
질 좋은 삶방 만들어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친화력에서는 우리 구봉님을 따라 올 회원님은 없지요
항상 많은 게시판을 채워 주시고
좋은 이웃과 소통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언제 한번 뵙기는 뵈어야 할낀데.....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