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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병원 이야기]
1.
병원 외래 진료실. 의사가 내게 물어왔다.
-약 드시는 거 뭐 있으세요?
=없는데요.
-고지혈증 약 안 드세요?
=네.
-고혈압도 없어요?
=네.
(마스크를 쓴 50대 의사, 나를 쳐다보며)
-(관상동맥 질환으로) 스텐트도 안 했나요?
=네.
(...아니, 뭐 이런 60대가 있나 하는 분위기. 그러더니)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하고 오세요.
=네.
2.
병원 지하1층 진단검사의학과에서 혈액 검사받고, 병원 2층 영상의학과에서 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정형외과 선생이 말한대로 정강이 안쪽에 피가 많이 고여 있다. 30분쯤 지나니 검사가 끝났다.
이 병원은 2차 병원이다. 1차병원 의사가 3차병원, 즉 대학병원에 가실래요, 라고 내게 물어왔을 때, 이 정도로 3차병원 안가도 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의료 대란을 겪으면서 3차병원과 2차병원 구분을 나는 알게 되었고, 3차병원에는 큰 병 아니면 가지 말자라는 얘기들이 많이 있은 바 있. 범생인 나는 이런 데 귀가 얇다.
동네에서 가까운 2차 병원이 세 개 있다고 나를 진료한 1차 병원 의사는 알려줬다. 세란병원, 동신병원, 청구성심병원.
2차병원, 확실히 장점이 있다. 진료가 우선 빠르다. 3차병원 갔으면 이렇게 빨리 치료 받지 못했을 거다.
3.
다시 정형외과 외래 진료실로 돌아갔다. 의사가 묻는다.
-염증은 없네요.
=네에~~.
-간 수치가 높네요.
=네? 무슨 간 수치가?
-간 수치가 간 수치지, 다른 간 수치가 있나요?
=(나는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간 수치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술 많이 하세요?
=안 하는데요?
-(,....)
=아내가 주는 비타민 같은 걸 먹기는 합니다만.
-건강보조식품, 많이 드시지 마세요.
=네. (속으로 그게 건강보조식품이었나? 아닌 거 같은데)
-내일 오세요. 고인 피 짜내는 수술할테니.
=네, 알겠습니다.
4.
병원을 나선 나는 즉시 검색. 간수치가 무엇인지, 어떤 게 있는지를 챗GPT에게 물었다. 챗이 설명을 쏟아낸다.
"간수치(肝數値, Liver function tests, LFTs)**는 간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혈액 검사 수치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간세포의 손상, 염증, 담즙 배설 기능 등을 반영하는 여러 효소와 단백질 수치를 포함합니다. AST, ALP, ALT....블라블라..."
나는 간 수치 검사에도 단백질 종류가 여러 개 있구만, 왜 아까 의사는 '간 수치가 간 수치지, 뭐 다른 게 있나요?'라고 말했나해서 고개를 갸우똥.
그리고 간 수치가 높게 나온 것과 관련 점심 때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은 걸 떠올렸다. 새로 나온 짜장면을 곱빼기로 끌여먹고 병원으로 향했던 거다.
인공지능에게 다시 물었다.
-밥 먹고 혈액검사하면 간 수치가 높게 나오나?
="식후 1시간 뒤의 혈액검사는 간 수치를 다소 왜곡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정확한 간 기능 평가를 위해서는 공복(8~12시간 금식) 상태에서 검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따라서, 만약 간 수치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라면 공복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는 방법입니다."
..
그래서 간 수치는 식후에 바로 검사한 탓으로 나는 치부하기로 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다. 건강보조식품이라는 걸 거의 먹지도 않는데. 아내로부터는 한 소리 들었다. 탄수화물 섭취, 줄여랴. 빵과 같은 달달한 거 그만 좀 좋아해라.
어쨌든 동네 2차병원 만세.
치료 잘하고, 진료도 빨라요. 병원 사람들도 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