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여기저기에 올려 진 글들을 읽노라면
참 잘들 살고 있다는 느낌도, 애틋한 느낌도 받는다.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 국내여행을 하는 사람
맛집을 드나드는 사람, 연극이나 음악회에 가는 사람.
그런가하면 외롭다는 사람도 보이고
지내기 어렵다거나 궁색하다는 사람도 보인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
다양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니
다양한 모습들의 이야기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오늘은 샛별사랑님의 슬픈 금순이 이야기를 읽고
박희정님의 추억과 부뿐 꿈을 읽고
형광등등님의 영적 사랑이야기를 읽고
유무이님의 숭고한 희생이야기를 읽었는데
스토리의 토픽도 다양해서
나는 어제 읽은 청솔님의 '도장' 이야기가
오래 전 나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있어도 없는 척, 없어도 있는 척하기도 하고
있거나 없거나 내색하지 않고 살아가기도 하지만
인간을 말하길 이야기하는 동물, 즉 호모 나랜스라고도 하니
나의 도장 이야기를 꺼내본다.
평생 번 돈을 아내에게 맡겼더니
아내는 증권가 큰손인 장모님에게 투자를 부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장모님은 투자하던 돈을 모두 인출해
카이스트에 기부하고 타계했다.
졸지에 나는 알거지가 되었다.
재기하려고 이곳 잠실에 오피스텔을 마련했다.
주거 겸 사무실로 사용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사무실을 꾸미고 있는 중인데 딸이 쳐들어왔다.
사위, 딸, 손주 둘.
그래서 안방을 내주고, 응접실을 내주고
나는 뒷방으로 밀려나고
손주들이 커가니 내 책상도 내놨다.
그 빈 공간에 손주들의 잡동사니들이 치고 들어와
얼마 전엔 클래식 기타도 중고시장에 내놓았다.
서가의 책들을 다 빼내고 그곳에 헌 옷들이 들어찼다.
이제 누워 잘 헌 침대 하나, 컴퓨터 책상 하나, 대금걸이 하나.
그리곤 쓸쓸한 나, 노야가 그것들을 지키며 산다.
그래도 아침이면 밥상 차려 아내를 깨우고
식사 후에 설거지 하고 양치질 한 뒤엔
신선이 된 양 대금 한 곡 불고 밖으로 나간다.
점퍼 하나 걸치고 벙거지 모자 뒤집어쓰고 말이다.
그러면 요즘 갑자기 가까워진 이웃이라도 만나
안녕! 하고 인사라도 나누면
내가 궁전에 사는지 뒷방에 사는지 토굴에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
내일은 또 어느 기타리스트가 찾아온다니
그를 만나 한담하노라면 한나절이 다 갈 것이다.
시인 나태주는 행복을 이렇게 노래했다.
저녁 때
돌아 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 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는 들어가 누울 뒷방이 하나 있다.
나는 그냥 그런 친구들이 더러 있다.
나는 심심하면 대금을 분다.
그렇게 살아간다.
그제나 오늘이나 내일
나의 이러한 삶은 불변이다.
그런데 이렇게 된 건 도장 때문이었다.
증권가의 큰손인 장모님이 삼성전자에 몰빵을 해
큰돈을 벌었던 모양이었다.
이때 아내가 장모님에게 한다는 말이
"엄마, 내꺼도 관리해줘"
"그래? 그럼 네 도장과 통장 다 가져오너라"
그런다음 내 금융자산을 장모님 계좌에 다 이체해 관리하다가
전재산을 카이스트에 기부하시더니
유서 한 장 남기고 타계하셨다.
삶방의 선남선녀들이시여!
박희정님 말대로 희망과 꿈을 안고 살아가십시다.
첫댓글 맞습니다,꿈과 희망을!앉고 삷시다.
빛나리님 앞날에 큰 빛이 있으시라~^^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름 다 그렇게 맞춰서 사는게
인생인거 같습니다.
삼성전자주를 직접 사시지
다 큰 어른이 되어
장모님께 통장을 다 맡겼을까요.
안타깝네요.
카이스트에 기부하신건 본인의 재산이면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궁전이라 보겠습니다.^^
그런부분에 대해선 만감이 교차한다네요.
제 아내는 만년 공주 꽈. 👸
도장을 남에게 맡긴다는건 위험한 일입니다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맡기는 것과 같지요
제 도장 두 개는 근처 은행 대여금고에 있습니다
관리는 집사람 몫이지만
제 허락없이는 절대로 찍을 수 없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자기 어머니라고 믿었겠지요.
장모님이 돌아가신 뒤엔
두 남매가 웬수지간이 되데요.
난석님~
도장 함부로 돌려서 폐가망신한 사람을 몇이나 봤네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자업자득이지요.
난석님~
주식을 해보았지만 끝이 없습니다.
다행히 운좋게 돈은 벌으셨지만
망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맞아요.
끝이 없지요.
제가 읽기엔
화나는 일인데
참 담담하게 적으셨네요...
글을 쓰고
걷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일상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이젠 그것밖에 할 게 없지요..ㅎ
혹시 부인과 다투지 않으셨나요
장모님 카이스트 기부는 잘 하신겁니다 새시대의 많은 연구 기금으로 잘활용되고 있지요 선배님 몫은 그냥 두시지 아쉽네요
다퉈봐야 뭐...ㅎ
아내가 화내면 내가 달래고
아내가 화내지 않으면 내가 화내고...
그 묘한 감정을 아실까요...?
긍정 아이콘 이시기에~
그럼에도 지금 석촌호반을 내것인양 품고 사시니~ㅎ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럴 수밖에요.
그저 건강하게 지냅시다..
ㅋㅋㅋㅋ 장모님이 멋지시네요 죄송 ㅎㅎㅎㅎㅎ
그래도 낙천적인 성격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하신
성격이시기에 그 모든 것을 이겨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라면 ㅎㅎ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하여 왈가 왈부는 안 하겠지만
울 장모님 내 생각 조금 만 해주시지 않고 라는 원망은 했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감사한 마음으로 글 잘읽고 갑니다 건필 하세요^^
그런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ㅎ
난석 선배님
제가 멋진분이라 노래했는데
지금 글속에서
내가 진짜 멋진 사나이라고
자랑하십니다.ㅎ
장모님 통큰 기부
선배님 통큰 이해
다 날렸어도
잘 살고 계시니
진정 부자십니다.
구두쇠 부자가 아닌것이
정말 다행
희망은 여전히 우리를 부릅니다.
석촌 호수 선배님
재산 맞습니다
맘껏 즐기세요.ㅎㅎ
석촌호수, 그거 청소하라고도 아니하니 좋지요.ㅎ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뽀빠이 이상용씨가 생각이납니다.
만담중에 여러분!! 나 잘살것같지 나 20평자리 아파트에살아
그래도 방 두칸이 남아~~~하며 익살을 부리던~~
내 누울자리 방 한칸이면 만족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도장이 웬수였군요.
익살꾼 뽀빠이가 그랬군요..ㅎ
뭐 마음 먹기 나름이겠지요.
선배님
카이스트에 통큰 기부 하신 장모님 정말 대단하신 분 이시 네요 ~~ 근데 관리차원 에 맡은 돈 까지 는 ~ㅋ 좀 심하셨어요
그런가요?
그 마음 속을 어찌 다 알겠어요.ㅎ
난석님 이거 실화예요?
네에,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