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참 저를 모르겠네요.
올해 나이 34살이고 아직 미혼인 대학원생입니다.
근데 평소에는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다가도 막상 누가 소개팅 시켜준다면 거절하기 바쁜 유형의 모쏠이나 마찬가지인 남자입니다.
그런 저한테 최근 1주일 내에 이런 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법한 2번의 기회가 있었네요.
우선 지난 주말에 혼자서 제주도를 갔다가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참 대화가 잘 통하는 여자분 두 분을 뵈었어요.
두 분 모두 외모나 성격이 제가 평소에 생각해오던 이상형과 꽤 가까운 분이셨어요.
저녁에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같은 테이블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아주 자연스레 친해졌는데, 그러다 보니 그 두 여자분(같이왔음)이 먼저 제안을 하더라구요.
얘기도 잘 통하고 괜찮은데 이렇게 바로 헤어지기 아쉽다고 다음날에 같이 제주도 구경하자고 ㄷㄷㄷ
전 그때 자전거를 타고 여행중이었는데, 그 자전거를 처분(?)할 방법에 대해 그 두 분이 먼저 나서서 알아보려고 하시고 참 고맙더군요.
근데 웃기게도 전 그냥 "혼자 여행하겠습니다" 라고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다음날 그분들께 인사도 안드리고 새벽에 일찍 체크아웃 해버렸네요.
평소에 로맨스영화 같은거 보면서 혼자서 이런저런 이미지 트레이닝도 해보고 했는데 역시나 실전을 접하니 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솔로회귀본능이 발동하더라구요.
이게 거의 5일정도 전의 일인데 저는 아직도 제가 이날 왜 이런 행동을 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연구실에 가니 후배가 소개팅을 시켜 주겠다면서 어떤 여자분의 전화번호를 제게 던져 주더군요.
평소에 제가 운동을 참 많이 좋아하는데 그 분도 저랑 비슷한 류의 운동(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을 좋아해서 저랑 잘 맞을거 같다고 추천하더라구요.
근데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그 분과 카톡을 몇번 하면서도 정작 제 머릿 속에는 이런저런 제 일상에서 벗어나기 싫은 잠재의식이 발동하더군요.
이 분과 소개팅으로 만나야 할 날에는 그게 저녁이라면 제가 평소에 꾸준히 해오던 수영을 못할거고,
점심때라면 제 나름대로 시간을 좀 조절하여 요즘에 따로 준비중인 것들이 있는데 그걸 하는 시간을 하루 건너뛰게 될거고,
이 분이 여자친구가 된다면 제가 거의 루틴처럼 해오고 있는 여러 하루 일상들 중 상당수를 포기하게 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결국 당분간 많이 바쁘다는 핑계로 소개팅 날짜를 못정하고 카톡을 거두었네요.
저도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데 참 놀랍고 무섭기도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평생 혼자 살 수 밖에 없을거 같다는 생각도 좀 많이 들더군요.
비스게님들도 저의 이런 얘기를 들어보시니 이 사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전 아까 미리 말씀드렸듯이 모쏠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었는데 처음이자 유일했던 상대가 알고보니 세다리 중 하나로 저를 만나고 있었던 충격이 꽤 컸었고,
그로인해 누굴 만나기도 덜컥 겁도 많이 나고 제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런 불구덩이가 될지도 모를 곳으로 다시 뛰어 들어야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드는게 가장 큰 문제인 거 같네요.
그냥...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겠지만 이런 저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혼자 사는게 맞겠죠?
최근 1주일간은 제가 생각해도 저 자신이 참 한심하고, 하지만 이것이 저의 현실이고 제 스스로가 자각해서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네요.
그냥 제 스스로가 너무 안타깝고 연애세포가 완전히 죽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푸념섞인 몇마디 끄적여 봤네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첫댓글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라고 마음에도 관성이란게 존재합니다. 한번 한 방향으로 마음의 운동 에너지가 정해지면
그쪽으로만 나아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그걸 되돌릴려면 굴러가는 돌을 멈추게 하듯 상당한 마음의 각오가 필요하죠.
글만 읽었을 때 드는 느낌은 현재 자신의 생활패턴에 굉장히 만족하고 그게 깨지는걸 두려워 혹은 싫어하시는 듯 합니다.
반드시 꼭 연애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가질 필요가 없죠. 지금 생활에 만족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남들 기준에 맞출 필요없이 자신이 가장 행복한 쪽으로 움직이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저도 남들의 기준에 맞추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늘상 듣게되는 나이가 어느정도 되는데 솔로인건 마치 제 개인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여겨버리고
특히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드는데 아직 결혼생각도 없다고 하니 마치 다들 별에서 온 사람마냥 취급해 버리는 주변 인식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전 현재의 제 삶에 아주 만족하고 있고,
더군다나 이번에 저 혼자 제주도로 여행다녀오면서 혼자서 사는 인생도 충분히 재미있을수 있겠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얻고 왔네요.
아무튼 님의 말씀은 제게 큰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휴가는 제주도로
이번에 혼자 제주도 여행하면서 4박5일로 게스트하우스 묵으면서 느꼈던게 혼자? 혹은 솔로이신 여성 두분이 여행 오신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군요.
정말 그런쪽으로 생각이 있으시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다음 휴가를 보내 보시는것도 진심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조급해 하실 것 없을 것 같은데요 ㅎ 언젠가 정말 연락하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고, 내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여자가 생긴다면 저절로 알아서 잘 하실 것 같습니다 ㅎ
네, 답변 감사드립니다.
서두르지말고 차분히 제 스스로를 생각해봐야 겠네요 ㅎㅎ
"혼자 여행하겠습니다"
으~ 맙소사~~!!
저도 30 넘게 살아오면서 혼자여행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군요 ㅎㅎ
그런 재미에 빠져 있다보니 막상 기회가 왔음에도 차버리는...ㄷㄷㄷ
황상민교수님의 집단상담소 아이디얼리스트편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찾아서 들어보고 이런저런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언젠가 이사람이다 딱느낌오는분을 만나실꺼같아요지금 하고계시는것들 잘되시길바라겠습니다!
언젠가 제게도 그런 느낌이 오겠죠?
일단 얼른 공부를 마치고 직장으로 가는게 우선인거 같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래를 미리 경험할수만 있다면 지금 변화를 주는 시도를 해볼수도 있겠지만 미래를 모르니 갑갑하네요.
결혼과 관련해서도 아기~어린이들을 엄청 좋아하는데 나중에 입양하고자 하는 생각은 크나 내 아이를 낳고자 하는 맘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아요...
제가 생각해도 전 좀 4차원이군요 ㅠ
그 일상을 바꿔도 될만큼 매력있고 잘맞는 인연을 아직 못만나신게 아닐까요? 저도 말은 연애하고싶다, 하는데 비행기에서 훈남이 말걸어도 폰게임이 더 재밌고.. 더워서 누가 만나자해도 귀찮아서 안나가고 롤이나하고.. 평생 독거노인으로 살 기세입니다 ㅠ
나중에 정말 독거노인으로 살게되면 친하게 지내요 ㅎㅎ
@미미쿨 ㅠㅠ그래요 그래도 둘 다 독거노인은 안되길 바라면서 ㅎㅎ
제 생각에도 아직 제대로 된 짝을 못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짝을 만나신다면 님의 일상생활들이 그 분 때매 포기하게 되는 게 아니라 그 분이 님의 일상의 전부가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네요.
수영 등 개인 여가 활동이 주는 만족감보다 그 분으로 부터 받는 모든 영향들이 만족감보다 클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저를 가장 잘 아는 어머니로부터 자주듣는 말이 딱 님이 하시는 말이네요.
언젠가 제게도 사랑이 오겠죠? ㅠ
두려워하시는것 같네요. 저도 한국에 있을때는 글쓴이님과는 다른 방향으로 좀 두려워했어요. 그래서 소개팅도 못했구요. 연락하다가도 그냥 그렇게 끝났구요. 근데 해외만 나오면 여자친구가 항상 생겨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두려움 때문이더라구요. 결혼하시거나 여친이 없어도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천천히 하나씩 놓아보세요
님말씀 가슴에 새겨두고 조금씩 제삶을 변화시켜 봐야겠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솔직히 편하죠 전 이젠 편해요 외로움 타는 성격도 아닌지라 이 생활도 나쁘지 않네요
저도 지금은 편한데, 일단 지금과는 반대방향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고 위 여러분들 말씀대로 언젠가 인연을 만나지 않을까 조금 기대감도 있기에 한쪽면만 바라보지 않고 마음을 열어놓고 지내보려고요 ㅎㅎ
음 지금까지 얻는 기쁨에 비해 도전해서 얻는 기쁨도 상당히 가치있는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모쏠에 독거노인을 꿈꿨는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러다 고독사 하는분들 보면 왜 결혼을 하고 왜 아이를 갖아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지금은 30대 중반의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는데 예전부터 일벌리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생활이 엄청 빡세긴한데 아이로부터 오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경외로움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기쁨인듯 합니다^^ 하지만 다시 이 삶을 살아야 한다면 좀 고민은 할듯^^
제가 가장큰 문제가 빡빡한 삶을 싫어하고 언제나 좀 여유를 가져서 제가 했던 일들을 되새겨보고 반성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자 해왔는데 님말씀을 들어보니 제가 너무 고통없는 삶만 추구해온 듯하네요.
님말씀대로 제자신을 조금 변화시켜봐야겠네요 ㅎㅎ
첫번째 제주도 사건은 보면서 저도모르게 소리쳤네요. 아까워요.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데 너무 단호박처럼 거절하셔서... 그런 의미에서 다음엔 제주도로 여행을 가봐야 겠네요.
제가 갑자기 단호박이 땡겼나보네요.
농담이구 ㅎㅎ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무슨 일을 저지른건지 멍하네요 ㅠ
다시 생각해봐도 이런 기회가 제인생에 다시올지 모르겠는데 아쉽네요 ㅠ
이건 올린신거랑 다른 이야긴데
어쩌다 지금 대학원생 하시는지 물어보면 실례가 될까요?
박사과정이고, 군대 다녀오느라 3년, 재수하느라 1년 보내고하니 좀 늦게까지 하고있네요 ㅠ
허나 연애를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검증의 과정은 필요할 듯요?
아마도 연애를 못하는 거겠죠?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죠.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얘기를 해주시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잣대로 자신들과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평해버리는데 그런 사람들의 인식에 지쳐있던 저에게 님의 한마디는 큰 도움이 되네요.
여자와 사귀는거 자체를 하나의 목표로 설정하면 그 자체가 굉장히 자기만족도가 높은 루틴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30대남자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혼자인 삶이 너무 바쁘고 재밌기 때문이죠. 여자와의 만남은 돈도 깨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거든요. 유인이 적어요. 스스로 유인을 설정해주시면 어떨까 해요. 저같은 경우엔 어떤 여자가 마음에 들면 '저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어 정복시키겠다'는 목표가 생겨서 되게 열심히 연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는 에너지로 다른 취미들도 더 열심히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님말씀도 새겨듣고 많은 생각을 해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