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에 유리한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교수가 보고서 조작과 관련된 핵심 혐의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수뢰후부정처사, 증거위조,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모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게 사기죄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교수는 2011~2012년 옥시로부터 1200만원을 받고,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드러나는 실험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옥시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2011년 8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조 교수에게 해당 보고서를 의뢰했다.
검찰은 조 교수가 서울대에 지급된 연구용역비와 별도로 1200만원을 개인 계좌로 받은 혐의에 수뢰후부정처사죄를 적용했다. 또 옥시로부터 받은 용역비 중 5670여만원을 다른 용도로 쓴 혐의에는 사기죄를 적용했다.
1심은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사기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보고서에 옥시에 불리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1200만원에 대해서도 “전문가로서 자문 용역을 수행해주고 받은 자문료”라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직무를 위배한 부정한 행위를 했다거나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받은 자문료가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는 논평에서 “사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가해기업이 건넨 뒷돈을 받고 연구자의 양심을 판 청부과학자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