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靑山兮要我 청산은 나를보고

[이병수]

고려시대 나옹선사 (懶翁禪師, 1320-1376)
인도의 고승 지공의 제자이며 공민왕의 왕사로 무학대사의 스승이다

                      오대산 북대 미륵암에서 나옹 혜근의 선시 "토굴가, 靑山兮要我 청산은 나를보고"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   [료무노이무석혜]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선사는 고려말 예주부
(지금의 경북 영덕군 영해지방)에서 출생하였는데
이 지방의 창수면 가산리에 까치소라는 개울이 있어
까치소 앞에서 관헌에 끌려가다가 그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았고
낳은 아이를 개울가에 그대로 둔채 예주부 관청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부사가 옷자락에 묻은 피를 보고
이상하게 여겨서 연유를 물어보니 도중에
출산한 아이를 그대로 두고 왔다는 것을 알고는
빨리 돌려보내라는 엄명에 따라 그 자리에 돌아가니
아이는 죽지 않고 수백마리의 새들이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자라서 나옹선사라는 큰 인물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나옹은 요연선사 밑에서 정진하다
여러 절을 거쳐 25세 때 회암사로 가 4년 만에 대오(大悟)한다.
이후 나옹은 중국 연경 법원사로 가 인도승 지공에게서 배우고
다시 임제 법맥을 이은 자선사의 처림(處林)을 친견한다.

그때 처림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대도(大都·연경)에서
지공 스님을 뵙고 옵니다.”

“지공은 날마다 무슨 일을 하는가.”

“천검(千劍·지공의 가풍)을 씁니다.”

“천검은 그만두고 그대의 일검(一劍)을 가져오게.”

이에 나옹은
깔고 앉은 방석을 들어 처림을 후려쳤고,
처림은 마룻바닥에 넘어지면서 소리쳤다.
"이 도적이 나를 죽인다!”

“내 칼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나옹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처림은 크게 웃으며

나옹을 방장실로 안내한 뒤 차를 권했다.

나옹은 스승 지공의 제삿날에
다음과 같이 읊조리곤 했던 것이다

이 불효자는 가진 물건 없거니
여기 차 한 잔과 향 한 조각을 올립니다
(不孝子無餘物 獻茶一香一片)

나옹선사가 남긴 다시(茶詩)

차나무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 없고
내려온 대중 산차(山茶)를 딴다
비록 터럭만한 풀도 움직이지 않으나
본체와 작용은 당당하여 어긋남이 없구나

그는 원나라 유학을 했고
인도의 지공스님의 제자로서 인도불교를 한국불교로
승화시킨 역사적 인물로서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 절터가 있는데
경주의 황룡사 절터보다 규모가 큰 우리나라 최대의 사찰로 중창했고,
그의 제자인 무학대사는 조선 태조 왕사로서 한양천도의 주요 인물이었지요.

지공, 나옹, 무학,
세분의 부도와 비석이 양주 회암사터의 뒤쪽에 현존하고 있는데,
비석은 조선왕조 유학사상의 지주였던 목은 이색이 찬하여 지금도 비문이 남아있습니다.

그의 출생지에 장륙사라는 조그만 사찰이 있는데
고려 공민왕 때 건물과 건물 내벽에 그의 초상화가 남아있습니다.
나옹선사가 입적한 여주 신륵사에 사리를 봉안한 부도와 비문이 남아 있으며
그의 가송집과 비문을 한글로 해석한 서적으로 나옹록이 있고 연구서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