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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 전송
참 좋은 낱말들입니다.
'누리'는 '세상'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요, '그물' 역시 그렇습니다.
위에 올리신 말들 중에 누가 노력해서 꼭 쓰자고 한 것도 아닌데
'전자우편'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또 여러 프로그램(풀그림)에서 쓰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낱말이지요.
'팩스'는 국어순화용어집(1997.12.22)에 '모사전송기'로 올라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그 당시에 '순화한 용어만 쓸 것'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팩스를 그 뜻에 알맞게 풀어 쓴다면
그냥 '전송'보다 '모사전송'이 낫고 저에게는 '복사전송'이 더 쉽게 다가옵니다.
아무튼 우리 '어문규정'에는 엄연히 '국어', 나아가 '한국어'의 일부로
'외래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외국어'와 '외래어'를 혼동하고 물 건너 온 말이라면
'얼싸 좋다! 근사해 보이네...'하며 마구 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제 생각에 홈페이지(많은 사람들이 '홈피?!?'라고 줄여 쓰더군요..),
인터넷, 이메일 따위는 벌써 '외래어'로 굳어져
국어처럼 쓰이고 있는 낱말들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말과 글도 세상살이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데 누가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아시겠지만 어느 한 구석에 자리잡은 낱말-'모사전송기'처럼-이면 뭣합니까.
사람들이 자기 것처럼 입에 달고 다녀야
그것이 말에 목숨이 붙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라의 정책을 지적하는 것도 아니고
말짓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지적하는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정책이나 그런 분들의 수고를 낮추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우리말이랍시고 여기저기서 편의대로 만들어 논 말들이 살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 보면, 큰 명분은 있으나
꼭 그렇게 써야 할 까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말뜻을 이해하는 데에 혼란만 더하는 경우가 많죠.
위에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이 -누가 쓰자고 해서가 아니라-
'아, 이건 정말 이렇게 써야겠구나. 참 자연스러운 말이로구나!'
생각하게 될 때 비로소 말이 살아 움직이고 널리 퍼지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홈페이지'나 '인터넷'이란 낱말이
누가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바뀌어,
자연스럽게 모두가 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저도 정말 기쁠 것입니다.
많이 쓰지 않던 우리말을 찾아내어 쓰는 일이나
들어온 말을 우리의 말로 만들어 쓰려는 노력은 분명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말 살리기', '우리 말 만들기'에 앞서 좀 더
속 깊은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다시 들여다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 한번 쯤 생각해 볼 만한 글을 올리며 저는 물러갑니다.
이오덕 님의 글 중...
말은 누가 만드는가 - '모람'과 '먹거리'
언젠가 우리 말 운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임에서 낸 책 한
권을 반갑게 받고
그 첫머리에 나온 글을 읽다가 아무리 되풀이해서 읽어도 알 수 없는 낱말
하나가 몇 번이나 나와서 당황한 적이 있다.
그것은 '모람'이란 말인데, 국어사전을 찾아도 없고, 들어온 말인가 싶어
외래어사전을 봐도 없었다. 그러다가 한번은 그 모임에 들어 있는 학생을
만나 물었더니 그것은 '회원'이란 뜻으로 쓰는 말인데
'모인 사람'이란
두 낱말에서 '모'자와 '람'자를 따서 만든 말이라 했다.
맙소사! 말을 그렇게 해서 만들다니,
나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렇게 해서 '모람'이란 말의 뜻을 듣고도 나는 그 뒤 또 어느
인쇄물에서 그 말이 나왔을 때 이게 무슨 말이라 했던가
생각이 안 나 쩔쩔맸다.
그래 또다시 물었고, 설명해주는 말을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쓴 우리글을 보면
외국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말은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써도 될 말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로
바꿔서 쓰니, 이래서 무슨 우리말 운동이 될까?
학생과 지식인들이
말을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은 백 가지로 해로울 뿐이다.
대관절 말을 만들어낼 자격이 있는가?
지식인이나 학생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말을 만들어내는 것은 관청의 관리들이 제멋대로 말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만들어낸 말을 구호로 내걸고 간판으로 다는 것)
과 다름없이 겨레말을 어지럽힌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먹거리'란 말이다.
이 말을 처음 어떤 글에서 읽었을 때 매우 불쾌했다.
그리고 귀로 들은 느낌은 더욱 어짢았다.
이건 우리 말이 아닌데, 우리 말이 될 수 없는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남의 나라 말은 모르지만
제 나라 말, 제 겨레 말은
머리로 분석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안다.
나는 내 느낌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농민운동을 하는 분들,
공해추방운동을 하는 분들이 이 괴상한 말을 예사로 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어느 여성단체에서 조그만 책을 보내왔는데,
그 책 이름이 '살아 있는 먹거리'였다.
우리 말을 바로 쓰지 못하고서야
어디 운동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 내용 줄임 ...
말을 누가 만드는가? 민중들이 백성들이 만든다.
백성(민중)들 아닌 어떤 사람도 말을 만들 자격이 없다.
백성(민중)들은 말을 머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몸으로 만든다.
만든다기보다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해야 하겠지.
지식인들은 백성(민중)들이 쓰는 말을 다만 따라가고 살펴서
그것을 깨닫고 배울 뿐이다. 그래서 같은 백성이 되고 민중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