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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장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드라이덴은 온타리오주 서북부의 인구 8천 정도의 소도시로 겨울은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가 엄습하는 곳이다. 이런 곳의 호텔과 모텔들이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금/토/일은 빈방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러나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드라이덴에는 잘 꾸며진 아이스 하키장이 두 곳이나 있어 인근 마을의 초/중/고 그리고 성인 하키팀을 불러들여 주말마다 경기를 치룬다. 심지어 드라이덴에서 400여 키로 떨어진 선더베이나 위니펙에서도 원정팀이 다녀간다.
캐나다의 국기 (國技) 가 아이스하키이며 이 하키야 말로 캐나다의 자존심이다. 캐나다 경제의 70프로가 미국과의 교역으로, 미국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캐나다는 감기 몸살을 앓는다는 정도여서 항상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기분 나쁜데 스포츠분야에서는 더 심하다.
야구/농구/미식축구 등등 거의 전 종목에 걸쳐 캐나다는 미국에 상대가 안되는데 유독 이 하키에서만은 대등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얼마전 끝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캐나다 여자 축구팀이 준결승전에서 미국팀을 꺽고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이겨 우승한 일이 있었는데 우승 그 자체도 기뻤지만 미국을 꺾었다는 기쁨에 캐나다 전국이 떠들썩 했다.
캐나다 어느곳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곳 드라이덴에서의 하키 열기는 뜨겁다 못해 가히 폭발적이다. 여기 꼬마들은 남자아이 여자아이 가릴것 없이 걷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배우는 운동이 하키이다.
이곳 출신으로 북미하키리그 (NHL) 에서 크게 활약한 선수만 4명이나 되며 그 중 크리스 프롱거 (Chris Pronger) 는 NHL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선수 100명 (100 Greatest Hockey Players) 중 한 명으로 뽑혔으며 현재는 하키 명예의 전당 (Hockey Hall of Fame) 에 이름이 올라 있다.
그의 형 숀 프롱거 (Sean Pronger) 역시 유명 하키선수로 밴쿠버 커넉스 (Vancouver Canucks) 를 비롯해 여러 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동생 만큼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다.
한번은 크리스 프롱거가 속한 애너하임 덕스 ( Anaheim Ducks) 팀이 2007년 스탠리 컵 (Stanley Cup) 에서 우승하자 온 시 (市) 가 난리가 났다. 더구나 그가 그 유명한 스탠리 컵을 안고 그의 고향을 방문하자 드라이덴 시는 시장을 비롯한 저명인사가 총 출동하여 성대한 환영식을 베풀어 주었고 시내 일주 카 퍼레이드도 했다.
그 덕에 그의 아버지도 그와 퍼레이드 카에 동승하여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는데 당시 그의 아버지는 드라이덴의 택시기사였다. 이런 열기 덕에 우리 모텔도 큰 덕을 보았지만 문제도 많았다. 이들이 경기를 끝내고 모텔로 돌아와 한꺼번에 샤워를 하게되면 온수공급이 딸려 미지근한 물이 나와 많은 항의가 따르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각 팀은 모텔 예약시 그들이 예선/본선 그리고 결승에 오를 것에 대비해 금/토/일 3일을 예약하지만 경기 성적에 따라 본선 탈락 팀은 하루만 묵고 보따리를 싸고, 비록 본선에 올랐다 해도 준결승과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팀은 이틀만 묵게되어 결국 많은 공실을 초래하기 마련이었다.
성인팀의 경우 경기에 패하고 돌아오면 분한 마음에 여럿이 한 방에 모여 폭주 (暴酒) 를 하고 담배 꽁초를 함부로 버려 카펫을 태우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들이 가고 난 다음에 발견해 변상을 해 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키의 본 고장에서 하키로 인해 비수기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입을 올렸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애로사항 또한 많아지니 이미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래저래 힘든 겨울이었다. 모텔을 시작 할 때 아예 이곳에 뼈를 묻겠다던 비장(?) 한 각오는 어느덧 봄 눈 녹듯이 사라지고 이제는 캐나다에서 제일 살기 좋다는, 아니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다는 밴쿠버로 이주해서 살고 싶어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 말에 “ 변덕이 죽 끓듯한다 “ 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필자를 지칭하는 말인듯 싶었다. 이 때부터 필자는 노스 밴쿠버에서 바라보는 잉글리쉬 베이의 환상적인 야경이 불쑥불쑥 떠올라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 드라이덴을 떠날때가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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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K-문화가 세계적이 된지 얼마 안되지만 서구인들이 겨울의 고향이란 캐나다에 이주해 와서 수백년간 즐겁게 스피드와 힘과 폭발적인 열정을 즐기며 살아가는 C - 문화 속에 제대로 사셨네요.
새해에 연재될 다음 편들이 기다려 집니다.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 매번 격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연재되는 이야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전 이미 다 읽었습니다만 ...
더욱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 치과 치료는 끝나셨어요??
- 벌써 끝났습니다. 돈은 좀 들었지만.
- 이사장님과 함께 금년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KWAC 에 도움이 못되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 새해에는 두분 더욱 건강하시고 더 많은 활동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