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노벨살 수상 소식을 듣던 날엔 사실 너무 기뻐 잠자기 전까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상기된 얼굴에 약간의 미열이 나는 듯한 느낌으로 있었다
활자를 좋아해 읽고 쓰는 일을 즐기는 나에겐 이런 소식이 줄 수 있는 충분한 열병이었을 게다
한강의 작품은 사실 3편밖에 읽지 않았다
그녀의 소설은
나에게 다소 무겁고 조금은 아팠고 난폭하기까지 해서 그중 한 권은 끝까지 읽을까 말까 고민까지 했었음을 고백한다
어쩜 나는
역사적 사회적 무거운 부분을 건드리고 깊이 파헤치거나 인간이 보여줄 수있는 잔혹함의 끝모를 깊이까지 가는 걸 매우 두려워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한강의 인간됨됨이나 그녀의 작품에 관해서는 넘쳐나는 정보에 다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다
난
그녀의 노벨상 수상 소식과 함께 전해진 하나의 놀라운 프로젝트에 관심이 갔다
이 사진은 개념 미술가 케이티 패터슨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강의 모습이다
이 프로젝트 이름은
노르웨이 '미래도서관'으로 100년간 매년 한 명씩 작가 100명의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의 숲에 있는 나무를 사용해 출판하는 사업이다
100명의 작가 중 다섯 번째 작가로 선정된 걸 보면
이 개념 미술가 케이티 패터슨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강이라는 작가를 알아보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100 명의 작가 작품들은 2114년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어쩌면 지금 성인 대부분은 이 작품을 읽어보지 못할 것이다
작가는 어느 강연회에서 이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 모두 죽어 사라질 100 년 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도 같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라고 술회했다
책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라고 한다
제목만 알 수 있고 내용, 분량, 형식, 주제는 공개되지 않는다
한강은 한국에서 흰 천을 가져가 원고를 봉인했는데
"내 원고가 마치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
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적인 문장을 쓰는 소설가라니
이때의 흰 천은
전통적으로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기,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이불 홑청 등으로 쓰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고 한다
2114 년에 공개될 100 명 작가들의 작품은 현재 오슬로 도서관에 봉인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
아버지인 작가 한승원이 공개한 딸의 메모
아버지의 책을 읽으며 성장했을 딸이 이제 아버지에게 책을 권해주고 있다
부모로서 자식의 청출어람의 순간을 즐기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일지 짐작이 간다
서점마다 그녀의 작품이 품귀현상이라며 난리인데
이 시집은 꼭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