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를 사러 부평재래시장에 갔어요.
아주 오랜만에 가는 부평재래시장- 아마도 3~40년은 된 듯해요.
수퍼마켓이 없었던 시절에는, 보통 30분 이상은 걸어서 시장을 다녔지요.
생선 하나를 사려고 해도, 오이 한 개가 필요해도 꼭 시장에 가야만 했지요.
산지기의 요배근에 문제가 생겨, 침도 맞고 쉬고 했는데도 빨리 낫지를 않네요.
하여, 춘천 부피에 산방 최규순 샘이 가르쳐준 특효약을 만들어 보려고 치자를 사러 갔어요.
치자 10개에 1,000원을 받네요. 많이 사면 훨씬 싼데 조금만 필요하다니까 낱개로도 파네요.
재래시장이 죽어가는 요즘....
부평시장은 골목골목마다 그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펄펄 살아 있었어요.
겉에 보이는 모습은 현대식으로,
골목골목은 옛것 그대로...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 하에 차들이 없는 거리를 만들었어요.
오전에 가서 거리가 한산하지만
저녁무렵부터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네요.
이 골목의 가게들은 현대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고...
가게들도 큼직큼직, 세련되었지만...
좁은 골목골목
어린 시절 다녔던 그 골목골목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사진은 못 찍었어요. 너무 좁고, 복잡해서..)
닭집, 순대국집, 아줌마들과 할머니들의 전용 옷집, 나물파는 할머니들, 오종종 화분파는 아줌마,
이 그릇 저 그릇 온갖 그릇이 있는 그릇집...
오래 전 그 모습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오밀조밀 사진을 많이 찍어오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모든 것이 변하고 또 변했지만
그래도 시장 구석구석, 골목골목
남아 있는 풍경이 있어 마음 포근했던 오늘...
어렸을 때부터 시장 구경 하는 걸 무척 좋아했던 저...
그래서 날마다 엄마 치마 꼬리 잡고 시장을 쫓아다녔지요.
그렇게 쫓아다니다,
엄마가 기분 좋을 때면 가끔 옷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형편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먹는 것에 엄청 신경 쓰고 살았던 것 같아요.(그때는)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은 대충 먹고 삽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하나에 천 원하는 다육이를 한참 구경하다
햇빛 쏟아지는 거리에서 멍하니 서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유심히 바라보다
아, 이게 바로 평일의 사소한 행복이구나...
기쁜 마음에, 얼른 세 녀석을 집어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첫댓글 요즘 대기업의 할인매장 때문에 재래시장이 사라진다고 하던데... 저도 어렸을때 외할머니 따라 시장 다니면서 번데기 얻어 먹었던 기억이...^^
골목 골목 맛있는 것도 너무 많더라구요.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에고, 제가 깜빡하지 않았으면 수고로움을 덜 하셨을 텐데...
그런데 치자 사갖고 오다가 어머니를 만났어요. 알고보니 친정부모님집에 치자가 많더라구요. ㅋㅋ 덕분에 시장구경도 하고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