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하지 않았던 도입 과정
미국이 전쟁(戰爭)이나 분쟁(分爭)에 개입(介入)할 일이 있으면 대통령(大統領)이 군관계자에게 "근처(近處)에 우리 항공모함(航空母艦, 이하 항모)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回刺)됩니다.
진위 여부(眞僞與否)를 떠나 미국이 군사 행동(軍事行動)을 나서면 항모가 등장(登場)하는 경우(境遇)가 많고 매체(買滯)를 통해서 자주 노출(露出)도 됩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슈퍼캐리어(Super Carrier)에 익숙해지면서 항모라고 하면 막연히 그 정도 크기와 기능(技能)을 가진 거대 군함(巨大軍艦)을 떠올립니다.
↑슈퍼캐리어는 현재 미국 만이 운용 중인 전략 병기입니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는 중형(中型) 항모를 스페인, 이탈리아는 경(輕)항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때 브라질,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같은 국가들도 운용(運用)했을 만큼 항모는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서 활약(活躍)했습니다.
즉, 무조건 강대국(强大國)의 상징(象徵)이 아니고 여건(餘件)이 되면 누구나 운용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태국의 차크리 나루에벳(HTMS Chakri Naruebet)은 그러한 중소국가(中小國家)의 항모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키티호크와 합동 훈련 중인 차크리 나루에벳
↑위가 짜끄리 나르벳, 아래는 재래식 항공모함 중 가장 큰 미국의 키티호크급 항공모함이다. 키티호크급이 엄청 커서 짜끄리 나르벳이 그야말로 나룻배로 보일 지경이다.
무기사(武器史)를 살피면 종종 생각지도 못한 장면(場面)을 목도(目睹)합니다.
특히 전시(戰時)에는 당장 이기는 것이 급선무(急先務)이므로 아이디어가 괜찮다 싶으면 일단 개발(開發)에 착수(着手)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급조(急造) 항모 계획인 영국의 하박국(Habakkuk) 프로젝트처럼 어이없는 사례(事例)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비판(批判)도 일종의 결과론(結果論)이지만, 평시(平時)처럼 면밀(綿密)하게 전후좌우 사정(前後(左右事情)을 살필 수 있는 여유(餘裕)가 없었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박국 프로젝트는 페이퍼 플랜으로 끝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차크리 나루에벳은 애당초 예정(豫定)하지도 않았고 전시처럼 급한 상황(狀況)도 아닌데도 불구(不久)하고 전격적(電擊的)으로 도입(導入)이 이루어졌고 이후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대표적(代表的)인 사례(事例)라 할 수 있습니다.
태국 해군의 공식적(公式的)인 견해(見解)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이 획득(獲得)이 이루어지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변질(變質)되어서 그렇지 적어도 시작(始作)은 상당히 합리적(合理的)이었고 타당(妥當)했습니다.
↑태국은 주변국과 밀접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해군의 역할(役割)이 클 수밖에 없는데, 국력 문제(國力問題)로 오랫동안 전형적(典型的)인 연안 해군(沿岸海軍)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중반(中般)부터 급속(急速)히 이룬 경제 성장(經制成長)을 발판으로 해군력 확충(擴充)에 나선 태국은 연근해에서 수송(輸送) 및 소규모 부대(小規模部隊)의 상륙(上陸)을 지원(支援)할 수 있는 다목적함(多目的艦)의 도입(導入)을 검토(檢討)했습니다.
이에 따라 1989년 독일 브레메 벌컨(Bremer Vulcan)사와 배수량(排水量) 7,800톤 규모의 수송함 건조 계획(建造計劃)을 체결(締結)했습니다.
↑1930년대 일본에서 도입한 430톤 규모의 마차누(Matchanu)급 잠수함
그런데 바로 그해 11월에 발생(發生)한 초대형 태풍(超大型颱風) 게이(Gay)가 타이만을 관통(官桶)하며 엄청난 피해(被害)가 발생했습니다.
구호(救護)에 애를 겪자 발주(發注)한 7,800톤급 수송함으로는 추후(推後) 비슷한 재난(災難)이 재발(再發) 될 경우 효과적(效果的)으로 대처(對處)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分析)했습니다.
이에 따라 브레메 벌컨과의 계약(契約)을 파기(破器)한 후 충분한 보급품(補給品)을 탑재(搭載)하고 헬리콥터도 운용(運用)할 수 있는 배수량 1만 톤 규모의 LPD 타입 상륙함(上陸艦)을 도입하기로 정책(定策)을 선회(旋回)했습니다.
↑바잔 조선에서 건조 된 스페인 해군의 LPD 갈리치아(SPS Galicia)
이에 따라 LPD 제작 경험(製作經驗)이 있는 스페인의 바잔(Bazan, 현 나반티아 Navantia) 조선소(造船所)에 건조(建造)를 의뢰(依賴)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태국의 현실(現實)을 고려(考慮)한 상당히 합리적(合理的)이고 올바른 정책(定策)이라 할 만 했습니다.
그런데 세부 협상(細部鋏狀)을 하던 중, 엉뚱한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선회(旋回)하게 되었습니다.
바잔이 이왕이면 LPD 대신 비슷한 가격(價格)에 항모(航母)를 사지 않겠냐며 생각지도 못한 제안(提案)을 한 것이었습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