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있는 근력운동 프로그램인 하이하이 수강생 중 두명이 을왕리 해수욕장을 주말마다 찾는다고 하기에,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고, 올해 한 번쯤 바다 구경을 하고 싶기도 해서, 함께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을왕리를 가려면, 선정릉에서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 급행을 탑니다. 30분 만에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정말 빠릅니다. 김포공항에서 내려서, 바로 맞은편에서 인천공항제1터미널 행을 타고, 내립니다. 이것도 제법 빨라, 20분 정도 걸립니다. 인천공항제1터미널에서 내려, 3층 출국장 7번 게이트로 나가 버스 111번이나 306번(10분 정도 돌아감)을 타고 을왕리 해수욕장이나 한 정거장 더 가서 더 위크 앤드 리조트역에서 하차한 후 건널목을 건넙니다. 쭉 내려오면, 라인모텔이 보이고, 그걸 지나쳐 2분 정도 직진하면 바다가 보이는데, 바로 을왕리해수욕장입니다.
한여름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다는데, 가을로 접어들어서인지, 그다지 붑비지 않아 좋았습니다.
파란 하늘에 배도 보이고, 해변가엔 음식점과 공공화장실이 3개나 갖춰져 있었습니다.
갈매기들이 떼지어 있습니다. 썰물 때가 되어 갯벌이 드러나 보입니다. 조개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306번 버스를 탔는데, 뒤에 탄 남자가 한 섬을 가르키며, "저기 저 게 실미도야. 물이 빠져서 가는 길이 보이지? 저 섬의 해변으로 가서 조개와 굴을 캤었어." 하고 옆에 있는 여자한테 설명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자주 다니는 사람은 뭔가 채취하기도 하는 모양이에요. 한 곳에, 직접 잡은 건어물을 판매한다고 써붙였기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생선이나 건어물은 더 이상 팔지 않고, 음식만 파는데, 매운탕, 칼국수, 계절 회 등이 메뉴에 있습니다. 계절 회는 4인 분에 10만원이고 칼국수는 1만~만2000원 정도 하나 봐요. 매운탕을 먹을 겨우, 6만원이라고 합니다.
심하지 않은 파도가 철썩입니다. 바람도 불지 않고, 물은 그다지 차지 않았어요. 어떤 젊은이들은 무릎까지 차도록 물 속으로 들어가 있었어요. 제 일행 중 한 분은 한여름엔 허리까지 들어가 물놀이를 했고, 해변에서 햇볕을 쬐며, 한 잠씩 자면, 편안했데요. 옷은 화장실에서 갈아 입을 수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방역이 한창 일 때, 지병을 앓던 남편이 코로나 주사를 맞고 병이 더 심해져서 돌아가셨답니다. 그나마 이 바닷가에서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짠했어요. 그녀에게 이곳이 특별한 장소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갯벌이 드러나 보이죠? 모래 위를 걸을 때와는 달리, 질척질척 발이 빠지고, 미끄럽습니다. 황토길을 걸으면 좋다는데, 요즘 무좀 걸린 사람들이 몰려들어 '무좀 주의보'까지 있다고 하이하이 강사님이 조심하래요. 이곳은 바닷물이라 소금끼가 있고, 파도에 계속 쓸려 나가니,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깉지요? ㅎㅎ
가자마자 맨발로 해변을 걷고, 준비해간 점심을 먹고, 다시 해변을 걸었습니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대충 15분 거리인데, 자주 간다는 여자분은 아침 8시 경에 와서 오후 3~4시까지 머무는데, 대충 대 여섯 번을 왕복한다고 하네요. 다리의 피부가 구릿빛으로 보기 좋게 탔습니다. 저는 2시10분에 그곳을 떠나왔습니다. 올 때는 306번 버스를 타고, 거꾸로 인천제1터미널로 돌아와, 서울역행 일반 공항철도(역마다 서서 매우 느리고, 짐을 가진 외국인 등 이용객이 무척 많음)를 이용해 김포공항까지 와서, 김포공항역에서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 급행을 탔습니다. 을왕리 갈 때보다 집으로 올 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집에 오니, 5시 15분 전이었어요. 결국 을왕리 왕복하는데, 최소한 5시간은 걸린 것 같군요. 바다를 봐서 좋긴 했지만, 집에 거의 다 와서, 입에서 신음소리가 조그맣게 흘러 나왔어요. 저는 피곤하거나 힘이 들면, 혼자 있을 때 약간 신음소리를 내곤 합니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지거든요. 다른 분들은 다음 주에 또 갈 마음이 있는 것 같지만, 저는 하루로 충분했고, 얼마 동안은 바다 생각이 날 것 같지 않아요.
첫댓글 을왕리해수욕장은 제가 대학신입생일때 고교동창들하고 여름방학이라서 2박3일갔어요. 그곳에서 고대생 늙다리생들하고 헌팅당해 잘 놀고 왔죠. 바닷가 사랑으로 결혼한친구.그신랑은 지금 86세 고령이죠. 그시절 생각나요. 풋풋한 학생이었죠.감사해요. 잠간 옛날의 시간을 끄집어낸 추억의 한장입니다.
저는 가끔은 차를 몰고 실미도 해수욕장엘 가지요. 공항고속도로가 막히지도 않고 좋아요. 거기서 조금만 더가면 소무의도가 있는데 경치도 좋고 작은 산을 오르는 기분이 아주 좋아요. 손주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었는데 야생고양이를 가지고 온다고 하여 애를 먹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