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평정
그대는 어떤 희곡 작품에서
작가가 그대를 등장시켜서 연출하려고 하는
일정한 역할을 맡는 인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역할이 짧으면 짧은 역할을
그 역할이 길다면 긴 역할을 그대가 연기해야만 되는 것이다.
작가가 그대에게 가난한 자의 역할을 연기시키려고 한다면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야만 된다.
그 역할이 절름발이이건 관리이건
보통 시민이건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그대가 할 일은 그대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는 것이고
그 역할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대를 학대하는 것은
그대를 욕하고 구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을 굴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대의 관념이다.
누군가가 그대를 화나게 했다면
그것은 다만 그대 자신의 관념이 그대를 자극한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사건이 일어난 순간
그 관념 때문에 정신적 혼란을 가져오게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깊이 생각할 여유가 생겼을 때
그대는 반드시 자기 자신을 억누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병은 육체에 장애를 일으킨 것이지
의지에 장애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의지가 스스로 질병을 불러들이지 않는 한
절름발이는 다리가 병신이지
의지의 병신은 아니다.
어떤 일이 그대 신변에 일어날 때는 반드시 그렇게 타일러 주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대에게 장애를 가져오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에픽테투스
스토아학파의 철인 에픽테토스의 ’제요(提要)‘의 한 구절이다.
스토아학파의 사상은 자칫 운명론에 빠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사상적 지주 없이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영혼의 평정을 찾기 위해서라도
가슴에 새겨야 할 경구라 하겠다.
아파테이아(apatheia),
영혼의 평정은 그리 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러나 육신을 관념이나 의지로부터
떼어내는 연습을 부단히 함으로써
우리는 육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영혼의 평정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게다.
칭송이나 인기는 타인의 평가에 터 잡는다.
그런고로 자신의 관념과는 무관한 것이요
그런고로 자신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가도
하루아침에 허물어지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러기에 인기는 덧없는 것이라고도 하고
허망한 것이라고도 하는 것 일게다.
저주나 학대도 타인의 평가에 터 잡는 것이어서
자신의 관념과는 상관없는 것이요
고로 이로 인해 괴로워하거나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을 게다.
모쪼록 평온을 유지할 일이리라.
육신에 탈이 났다하여
영혼에 탈이 난 것은 아니다.
다만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아파할 뿐이요
의지의 장애를 일으킬 이유는 없을 게다.
모쪼록 평온을 유지할 일이리라.
아파테이아(apatheia)
영혼의 평정..
글은 이렇게 써봤지만
육신이 괴로우면 만사가 귀찮게 마련이다.
허나 육신이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마음으로라도 위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남성 휴게실에 드나드는 신사숙녀 여러분!
마음의 평정을 꾀합시다.
첫댓글 이 좋은 가을날
우리 모두
몸과 맘 건강하게
나도록 하십시다!
그게 제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