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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더운 여름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토마토가 뜨거운 열기에 익은 건지 그냥 익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출근해 뒷뜰에 심어놓은 토마토를 따서 돌아서는 데 달팽이가 보입니다.
너가 잘먹는 상추도 배추도 없는 데 무얼 먹고 이 여름을 견디고 있냐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잠시 움찔 하더니 더위쯤이야 밸 것도 아니라는 듯~~
의식적으로 느리게 기어 가는 겁니다.
등에는 시지포스가 진 돌덩이처럼 집을 한 채 지고 느릿느릿 땅을 밀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성큼성큼 걷는 동안 지나쳤던 작은 풀꽃이랑 개미 그리고 쥐며느리와 대화를 나누는 게지요.
그렇게 천천히 기어가며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보고 온몸으로 경험하는 거 봅니다.
한 뼘 한 치도 놓치지 않고 느리게 가는 달팽이는 어쩌면 미물중에 수행자에 속하는 지도 모릅니다.
한참 동안 달팽이를 바라보는데 늘 바쁘게 헐떡이는 삶이라 수 년전 읽은 이정록 시인의
달팽이 학교, 라는 그림책 내용이 떠오르는 겁니다.
이 책은 아마도 끄적끄적님이 읽으면 엄청 좋아할 것 같은......
올해는 가을이 달팽이처럼 걸음이 늦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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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학교는
선생님이 더 많이 지각한다.
느릿느릿 할아버지 교장 선생님이 가장 늦는다.
그래서 실외 조회도 운동회도 달밤에 한다.
이웃 보리밭으로
소풍 다녀오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뽕잎 김밥 싸는 데만 사흘이 걸렸다.
교장 선생님은 아직도 보리밭 두둑
미루나무 밑에서 보물찾기 중이다.
화장실이 코앞인데도
교실에다가 오줌 싸는 애들이 많다.
전속력으로 화장실로 뛰어가다가
복도에 똥을 싸기도 한다.
모두 모두 풀잎 기저귀를 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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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달팽이 학교-
첫댓글 달팽이 학교^^이름 귀엽네요. 집있는 달팽이는 귀여워서 좋아요(민달팽이는 좀...)! 아씨 님 글보며 상상해보니 웃음이 나네요. 아직 달팽이가 있군요. 못 본 지 수년째...수행자라. 어울리네요^^달팽이 학교, 끌리네요
도시에 사시는 분들은 달팽이를 보기 힘들 겁니다.
여긴 시골이니까요. 밭에서 상추를 뜯어 오면 기본 3-4마리씩 있답니다.
살려고 움직이는 걸 보면 안쓰러워 마당가 풀숲에 놓아준답니다.
달팽이 학교 _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가 푸짐하니 상찬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쥐며느리' 처음 듣는거라 궁금하네요.
달팽이나 무당벌레, 개똥벌레를 보면
순수 동심으로 돌아간듯 반갑지요.
집을 늘 등에 지고 사는 달팽이는 살짝만 스쳐도 안으로 쏙 들어가는게 재미있어서 장난을 걸었는데....
사진을 잘 찍어 오시네요.
가을 김장 배추를 심어 놨는데 달팽이가 가장 먼저 갉아먹어
잡아서 멀리 풀숲에 던졌답니다.
야채가 무농약으로 키운건가 봐요.
다듬어서 씻을려고 하니 낯선집인가를 알고 많이 놀랐지는지~^^
달팽이와 관련한 사자성어 중....
와각지쟁(蝸角之爭)이 있습니다.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을 의미하며,
하찮은 일로 일어나는 소용없는 다툼이나
사소한 분쟁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올 가을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오고 있지요.
역시 달팽이처럼 느긋하게 기다리면 또 옵니다.
이렇게 시간은 조용히 조용히 흘러 갑니다.
蝸角之爭 대암벗님 덕분에 처음 배운 글입니다.
억수로 감사합니다. 깊이 새겨 두고 이렇게 배웠으니 행하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