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계절이라 흔히들 이야기하는 가을이라
그런지몰라도 가을과 책 읽기는
썩 잘어울리는 계절이다.
하지만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총 천연빛으로
물들인 대지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 할것 같아 누구나 할 것없이
산으로 들로 가을나들이를 떠나 곤한다.
쓸쓸한 듯 화려함을 자랑하던 가을도 떠나고
난 자리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겨울이 찾아온다.
어찌 생각하면 도심의 겨울이라는 것이
다른 여늬 계절에 비해 상막할수 밖에 없다.
상막한 도심에 풍경은 어디 한군데
맘 붙일 곳 조차없어
겨울은 언제나 시련의 계절이다.
시련을 이길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것은
뭐니뭐니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을 해 보는것.
개인적으로 병술년 겨울에는 조정래님의
'태백산맥'과 사랑에 빠졌다.
몇 년전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을 봤을때
그 감동의 물결은 아직도 가슴에 여울져있다.
박경리님의 '토지'와 함께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이라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태백산 눈꽃 축제모임 소식을 접하고부터
겨우네 푹 빠져있던 태백산맥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하고 겨우네 문득 문득 생각하곤했다.
태백산맥의 주 무대는 전라도 벌교이고
태백산은 예전에 연탄을 때던 시절 석탄탄광이
있던 곳으로 유명한데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듯
태백산맥과 태백산에 대한 전체적인 감은
전혀 잡히지 않고 뭔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거란 어렴풋한 추측만했었다.
태백에서 무료양노원을 하시는 원장님께서
주관하신 눈꽃 축제를 가기위해 약속장소인
잠실 롯데월드호텔 앞으로 갔다.
겨울의 꽃 눈꽃 축제를 보기위해
모임 식구들이 많이 모여 눈꽃 축제의 인기를
실감나게 만들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새하얀 구름이
눈밭을 만들며 눈꽃 축제가는 우리들을
미리 축하해주는 것같아 그들에게 자주 자주
눈길이 머물어지곤했다.
겨울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속내를 허엿게 들어내고 있는 강물 풍경을 따라
어린 단종의 유배지 강원도 영월땅을 지나
태백 무료 양노원에 임시 숙소에 도착했다.
양노원 바로 아래에서는 꽁꽁 얼어있는
얼음장을 깨고 빙어 낚시가 한창이다.
새끼 손가락만한 빙어는 튀김가루 살짝 묻혀
기름에 튀겨먹어도 맛있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어 겨울에 맛
볼수 있는 진수다.
가족단위로 몰려 와 빙어 낚시 즐기고 있어
모두가 무늬만 낚시꾼같다.
두툼한 얼을장을 둥그렇게 깨고 그속에
낚시 바늘을 넣어 생전 처음 해보는
빙어 낚시는 빙어가 잡히리라고는
감히 생각 못하고 단지 낚시꾼
분위기만 잡아보고 말었다.
날씨가 춥지 않아 빙어는 잡히지않고
제법 씨알이 굵은 산청어를 연신 잡아
올리는 바로 앞에 낚시터는 고기도 잘
잡히는 곳이 있다고 무늬만 낚시꾼들이 부러워했다.
기다려도 오지않는 연인같이
아무리 기다려도 올것 같지 않는 빙어와 산청어에
대한 미련을 접으며 낚시터에서 일어나
무료 양노원 임시숙소로 향했다.
노인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 보내기란
만만치 않는 체력손실도 가져온다.
작년 가을에 뵙고 다시 뵙는 양노원 어르신들
이제는 낯이 익은 어르신들도 많아져서
가족같은 느낌이 들기도한다.
멀리 떨어져있던 손녀딸이 가진것없이
빈손으로 그저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는것
만으로도 한가닥의 위안을 받아 가고 싶어
왔다는 것을 어르신들은 모르시리라.
끼 많은 모임 식구 중 한분이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어르신들께
정성껏 위문공연했다.
모임 식구들과 어르신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울어져 춤추고 노래하며 겨우네 움추렸던 마음에
행복의 꽃을 피웠다.
태백 눈꽃 축제장이 있는 당골광장은
운동장 크기의 빈 공터에 얼음공원을
조성하여 각국에서 온 얼음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얼음 조각공원이다.
특히나 얼음으로 만든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노오란색 비닐방석이나 비닐 부대자루를
타고 내려오는 눈 미끄럼타기는
아이들에게 단연코 인기가 많아 줄을
한참이나 서야 탈수 있었다.
개들이 끄는 눈썰매장은 마치 북극을
방문한 착각을 불러일키에 충분했다.
일본 삿포로 눈축제를 연상하게 만드는
태백 눈꽃 축제는 나라안에서 가장 춥기에
추운 겨울의 자연 환경을 이용하여 태백시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축제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등은 태백시 살림살이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주차장을 빼곡히 채운 관광버스에서 내린
구경꾼들로 얼음 조각공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갑자기 따뜻해진 기온탓에 얼음조각품들이
제 모습을 잃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아닌
걱정을 하면서 대형 얼음조각 작품들을 감상했다.
특별하게 감동적으로 와 닿는 작품이 있었던건
아니고 가볍게 주말을 가족과함께 새하얀 눈을
벗 삼는 경험은 충분히 느끼실수 있으리라.
겨우네 눈이 녹지않는 태백산은 아이젠이
없이는 산행이란 감히 생각조차 못해 볼일이다.
새하얀 눈이 자갈과 섞이고 흙과 섞이어
마치 새하얀 눈김치라도 만들어 놓은 것같은
산행은 언제나 그렇지만 처음이 힘들다.
더구나 찬바람까지 불어 입김이 나오는데로
긴머리카락에 엉겨붙어 머리 끝이 꽁꽁 얼어붙었다.
아이젠이 눈길을 밝을 때마다 포드득거리며
따라 붙는 발자욱소리는 게르만 민족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같은 느낌이들어 욕심이 화를 잉태한
그들을 보는 것같아 섬뜩하기조차 했다.
나무잎 하나 걸치지 못한 빈 나무가지들은
마치 가시마냥 촘촘히 사방팔방으로 뻣어
가시밭을 보는 것같은 산마루 풍경이다.
가쁜숨 몰아쉬며 산행은 계속 되었고
살아천년 죽어천년 산다는 주목을 만났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생명을 지속할수있는
그 끈기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감히
영혼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영혼이 살아서 숨쉬는 나무 주목.
어떠한 힘이 그를 살아 천년 죽어 천년까지
살아 갈수 있게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을
헐 벗고 빈몸이지만 당당해 보이는 주목을
보면서 했다.
나무가 살기에 척박한 환경이라 그런지
산 정상에 오를수록 커다란 나무보다는
자잘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는 바람소리가 귀전을 울린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태백산의 울림이
세찬 강풍속에 실려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람과 함께 천제단에 올랐다.
돌이 사방으로 둘려 쌓여있고 중앙에 있는
돌로 만든 제단에서 제사를 지내며
민족의 안녕을 빌었던 천제단은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숙연해졌다.
천제단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민초인
나의 희망사항은 뭔가하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친다.
천제단 바로 아래에는 태백산이라는 비석이
있었다.
우리나라 척추를 이루고 있는 태백산맥은
태백산에서 유래했다고한다.
조정래님의 쓰신 '태백산맥'의 배경 장소인
벌교는 태백산맥 맨 아랫동네에 있고
태백산맥 윗동네에 있는 태백은 한줄로
길게 연결되어 있는 인연의 실 같아
묘한 친밀감에 싱긋이 미소가 지어졌다.
지구촌이라는 커다란 대지를 놓고 볼때
동북아 대륙 끝에 붙어 있는 한국은
약소국가 임에는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강대국 이데올로기의 실험장이라도 되는양
한 민족이 피튀기는 전쟁도 하고 말었다.
5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허지만 경험이 천재보다 우월하다고
50년 전 그때는 몰랐을 뿐인것이다.
절들이 해바라기 하듯 일차로 쭉 서있는
망경사에 들러 안타까운 상념들로 가득차
있는 마음에 물 한모금 내려보냈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유배 되었던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사사 되었다.
그 영혼이 태백산에 있어 산신령에게
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다는
단종비가는 17살의 어린나이에 단종의 애처로움이
처절하게 녹아 있는 것같아
아무리 갈길이 바뻐도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산은 크고 웅장했지만 산새가 험하지않아
초보자 산행꾼에게는 더 없이 즐거웠던
태백산 겨울산행.
추위가 고문인 사람에게는 겨울산행은 모험이다.
흐르듯 꽁꽁 얼어 있는 계곡물의 자태와
새하얀 눈길 산행은 겨울에만 볼수 있는
진 풍경이기에 모험도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는 있는것 같았다.
- 태백산 산행 -
한민족의 영이 살아 숨 쉬고있는 태백산.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살아가는 주목처럼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의연하게 살아남아
강인한 생명력지닌 순결한 영혼이고자 한다.
06.1.23
NaMu
첫댓글 겨울은 언제나 시련의 연속이란 말씀에 동감 ~~~한아름 놓고 갑니다. 민족의 영산에서 얻은 깨달음과 자연친화적이고 강인하고 순결한 영혼이 아름답습니다.
범산님 오랫만에 오셨어요 잘지내고 계시죠.... 산행은 하시나요... 언제가는 범산님의 소설도 볼거예요... 사실은 무쟈게 궁긍하기도 하거든요.... 조정래님의 태백산맥 이후의 이야기 같으니까요...
추위가 고문인 사람에게는 겨울산행은 모험이다.-- 명언입니다 ㅎㅎ 지난 주말에는 충북 영동을 거쳐 경상도 전라도를 잇는 삼도봉,민주지산을 다녀왔지요 역시나 칼바람은 곤혹스럽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