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스티븐 커리의 말마따나,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자장 자장'(Night Night)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네 차례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금메달리스트 미국 대표팀 감독이었던 스티브 커(58)가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거행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연단에 등장,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을 도왔던 스티븐 커리가 경기를 승리로 이끌 때마다 했던 세리머니를 따라 했다고 허핑턴 포스트가 다음날 전했다. 두 손을 모아 뺨에 갖다 대고 고개를 그 쪽으로 기울이는 동작인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푹 자라고 자장가를 들려준 셈이었다.
커리는 파리올림픽 남자 농구 금메달 결정전 막판, 3점슛 네 방을 연달아 꽂아 넣어 프랑스를 물리치고 2022년 NBA 플레이오프 이후 자신이 줄곧 해왔던 이 세리머니를 재연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커리가 경기를 끝낸 뒤 유니폼을 벗었는데 땀복에는 프랑스어로 같은 캐치프레이즈 'NUIT NUIT'가 새겨져 있었다.
커 전 감독은 이날 단상에 올라 조용히 있기엔 2024년 대선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당대회 연설에 동의했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일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쯤 알고 있다. 난 지금 당장 ‘입 닥치고 휘슬이나 불어’ 트윗이 쏟아질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찬조 연설)요청을 받자마자 너무 중요해서 미국 시민으로서 이렇게 묵직한 선거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는 이어 “난 지도자들은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는다. 난 지도자들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난 지도자들은 스스로에게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난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이끄는 사람을 돌보고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난 지도자들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 중 누구도 모두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하면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서 이 모든 자질들을 본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런 말도 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발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최고의 답은 종종 팀의 구성원들로부터 나온다. 3억 3000만 미국인이 한 팀에서 뛰며 우리가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상상하자."
나아가 월즈의 고교 시절 농구 코치 이력을 언급하며 "코치에서 코치로. 이 친구 대단"이라고 말한 뒤 월즈의 코칭 이력을 나름 분석한 농담을 던졌다. "미안한데. 난 NBA 시즌의 매일을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당신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시카고 출신인 커 전 감독은 또 시카고 불스의 일원으로 세 차례 우승에 힘을 보탠 일을 떠올리며 “여기 유나이티드 센터에 돌아오게 돼 너무 즐겁다. 이 건물에서 아주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 특히 90년대에 그랬다. 여러분 젊은이들, 구글에 ‘마이클 조던’을 입력하면 여러분은 이 모든 일을 읽을 수 있다. 이 건물에서 일어났던 대단한 흥이 요즘 돌아왔다. 그리고 난 오늘밤 여기에서 똑같은 승리의 혼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사실 커 전 감독이 DNC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정치에 대해 터놓고 얘기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특히 총기 폭력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왔다. 2022년 텍사스 유발디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참극이 빚어졌을 때 상원의원들도 지켜보는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이제 (참극은) 충분히 겪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던 일로 유명하다. 그의 부친 말콤 커가 1984년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 총장으로 재직하다 테러리스트들의 총탄에 살해된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