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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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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필. 고전 스크랩 샘물 같은 내리사랑 / 이시은
풀꽃 추천 0 조회 101 19.01.26 11:5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샘물 같은 내리사랑

                                                                                         이시은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한참 말을 배우는 손자녀석이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어가는 것이 기특하다. 녀석이 궁금해 영상통화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며느리가 보내 온 사진을 들여다보는 횟수가 늘어난다.

 

두 달 전 두 돌을 지냈다. 강보에 쌓여 눈 뜨기도 힘겹던 어린 것이 어느새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자식은 예쁜 마음보다 키우는데 쏟는 마음이 앞서서 였던 지, 아이들을 키울 때보다 손자가 크는 모습을 보는 마음이 사랑스럽고 예쁘기가 이를 데 없다.

 

언제 부터인가 “손자 자랑 하려면 만원 내고 하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이제는“손자 자랑하려면 만원 주어서 보낸다.”는 말이 나돈다. 얼마나 모두 손자 손녀 자랑을 하고 싶어 했으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그만큼 손자 손녀가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딩동딩동 영상통화 음이 울리고 손자 녀석이 베시시 웃으며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한다.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핸드폰 속에 비치는 할머니를 알아보고 하는 말이니 얼마나 반가운가. 그뿐인가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행복해요”라고 한다. 귀를 의심하고 들었다. 그 말을 듣던 며느리가 신기했던지 “행복해요?”하고 다시 묻는다. 과자를 입 속으로 밀어 넣는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의미를 제대로 알고 했는지 모를 일이나, 어미로부터 배운 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언어로 감사와 사랑을 심어주고 있는 며느리가 고맙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였다. 넉넉지 않은 신혼살림 살이지만, 아이를 키우겠다고 직장마저 그만두고 알뜰히 살림을 하며, 손자를 잘 키우고 사는 며느리가 사랑스럽다. 내가 지어준 손자 이름을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흔히들 하듯이 저희들끼리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고, 지어주길 바라던 아들 내외 덕분에 손자 이름을 지어 준 보람을 느낀다. 당연히 어른들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던 때와는 많은 변화가 있어 느껴지는 마음이다.

 

나와 통화를 할 때는 책을 들고 동물 이름을 들먹이며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을 한다. 할머니와 통화 할 때면 책을 집어 든단다. 손자를 보면서 아들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되도록 많은 그림책을 사주었다. 책은 아이들이 언제라도 가지고 놀 수 있는 곳에 꽂아두었으며,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머리 곁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장난감처럼 가져다니며 놀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집 밖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 때도 아이는 책을 실고 다녔다. 의도적으로 책을 접하게 하기보다, 부담 없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으로 인식하고 즐겁게 책과 친숙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이 책 속에 있으며, 살아가는 내내 책속에서 지혜와 양식을 얻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였을까. 아들은 책 읽기를 무척 즐겼고 또래에 비하면 속독이었다. 내 손자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 이었는데, 그렇게 하고 있어 흐뭇하다.

 

책을 한 권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식과 철학을 담아 놓은 책이야 말로 읽는 이에게 값진 보물이며 귀한 선물이다. 그런 보물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 행운을 가까이하여 값진 양식을 얻어, 지혜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살갑게 손자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연년생을 키우던 나를 돌아본다.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와 말을 주고받으며 놀이를 한다.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서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하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저토록 아이들과 눈 맞춤하고, 옹알이나 말 물음을 들어주며 함께 놀아주지 못했다. 둘 다 귀저기를 차고 우유 먹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점심 식사마저 놓칠 때가 많았다. 뒤늦게 허기가 져서야 때를 거르고 있음을 알았다. 밤새 두 아이 거두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일쑤였다. 잠 한 번 실컷 자보는 것이 바람이었다. 어디 자식 키우는 사람이 그저 키웠을까. 누구나 살이 내리는 노력으로 자식을 키운다.

 

아들이 친구들을 만나면 딸을 낳아야 한다고 한단다. 딸이 아들보다 잔정이 많음을 의미하겠지만, 예전과는 달리 여자들의 입지가 높아졌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손자를 안으며“손자 사랑은 짝사랑”이라고 한다더라고 하였더니, 며느리가 “어머니! 아들 사랑도 짝사랑이래요.”하고 찡긋 웃는다. 그 말은 아들 키우는 어미임을 생각하고 하는 말인 듯하다. 세태가 많이도 변했다지만, 그러나 아들이 있어 든든함을 알 것이다.

 

내가 아들에게 쏟은 정성을 아들은 손자에게 아낌없이 주고, 자식을 키울 때 보다 손자가 더 사랑스럽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였다. 사랑에 무슨 바람이 있으랴만, 내리사랑이야 말로 한없이 채워주는 샘물 같은 것이다. 이러한 내리사랑이 있어 대가 이어져 가는 것이리라.

 

‘할머니 병’은 모두가 자기 손자 손녀가 가장 잘나고 예쁘다는 것이다. 나도 할머니 병에는 예외가 아니다. 오늘도 핸드폰 속에 손자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비록 짝사랑 일지라도 한없이 하고 싶다. 손자의 방긋이 웃는 모습이 행복으로 돋아 내 얼굴에도 벙긋이 웃음꽃이 핀다.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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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9.01.30 11:39

    첫댓글 "이게 나라냐"며, 탄핵을 했드랬는데, 이젠,"이건 나라냐"입니다.ㅎㅎㅎ
    독신을 주장하는 사람들, 결혼을 하고도, 아이 하나 낳기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갑니다. 친손주도 외손주도
    없는 저로서는 부럽기가 한량 없습니다. 모임에서, 손주 본다고
    못나오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ㅎㅎㅎ
    늘~건강하시구요!

  • 작성자 19.02.03 09:02

    안녕하시지요?

    저도 할미병에 예외가 아닌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복된 한 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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