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쓰는 아침
/전윤호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처럼 화창한 아침
사직코자 하오니
그간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 먹히기 싫은 심정으로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법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 하오니
평소처럼
돌대가리 놈이라 생각하시고
뒤통수를 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임
<머니 투데이>의 김진형 기자의 질문을 읽은 것이 기억나서 인용해본다.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BC)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AC)로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코비드(COVID) 19가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플랫폼’의 영향력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욱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가 매순간 ‘숨 쉬듯이’ 소비하며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자, 창업가, 스타트업이 앞다퉈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플랫폼들이 거대 플랫폼 공룡 사이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는 콘텐츠가 없으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플랫폼과 콘텐츠 중에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나도 불교포교에 있어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전혀 모르는 지금이다. 우왕좌왕하고 있다.
세상에 영합하여 방편이라는 이름아래 법을 낮추어야 하는가?
아님, 진실한 정법 그대로, 고지식한 나를 비난하는 이들만 있는 이대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가야 하는가?
이때 나를 구제하러 나타난 도올 김용옥의 문장이다.
“유가儒家가 더러움에 대하여 결벽한 태도를 고집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노자적 인생관에 젖은 사람은 결벽보다는, 진흙 속에서 오욕투성이의 삶의 방식을 아랑곳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유가가, 음탕한 곳에 가지도 않고 고결한 자세를 취하는 데 반해.
노장老壯은,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가기를 좋아하며,
유가가 남성적인 강함을 미덕으로 삼는 것에 반해,
노장은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찬미하고 어린이와도 같은 연약함을 동경하는 것이다.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윤리적 규범으로 철갑을 두른 인생을 사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유가적 사람들과는 달리,
노장은 인의仁義를 대도大道가 사라진 말엽의 촌스러운 가치라 보고,
인仁을 끊어 버리고, 의義를 내다 버리고, 오직 자연의 도를 따라 살라고 권유한다.”
나도 원래의 대승불교에서 주장하는 ‘연꽃의 사상’에 따라, 유마거사의 호방한 삶의 방식을 흉내내고 싶어지는 지금이다. 그래서 사직서를 제출한다. 잠시 에너지충전을 하고 싶어서.
-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