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26 오전 7:16:36 [스포홀릭]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를 통해 열린 단장회의는 이러한 위기감에 대한 발빠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쟁점사항은 해외파의 한시적인 복귀와 도시 연고제, 그리고 전면 드래프트 실시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중 야구팬들 사이에 가장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부분은 바로 전면 드래프트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현재 프로야구의 시스템 상에서는 연고지 내의 자원을 통해 1차 지명 선수를 선정하게 된다. 이 선수들은 2차 지명인 드래프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1차 지명 선수가 2005년까지는 한 명이었으나 지난해 두 명으로 확대되었다. 내년인 2008년에는 세 명으로 더욱 확대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차 지명의 확대는 상당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단장회의를 통해 KIA, SK를 제외한 5개 구단이 전면 드래프트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전면 드래프트는 과연 프로야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전면 드래프트는 독(毒) - 지역색 옅어지고 관중 감소 우려
전면 드래프트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연고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비중을 무시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 동안 프로야구를 유지해 온 근간은 상당부분 지역구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이 응원하는 연고 지역의 선수가 뛰어난 성적을 올릴 경우 그것은 흥행에 막대한 도움이 되어왔다. 절대 흘려들을 수 없는 목소리다.
최근에 이러한 점들이 많이 희석된 경향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과거의 철저한 지역구도를 표방하던 프로야구에 향수가 남아있는 팬들은 많다. 그들도 엄연히 야구팬으로서 포섭해야 할 대상임은 틀림없다.
또한 섣불리 전면 드래프트의 전환을 감행할 경우 이어질 관중수의 감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면 드래프트 반대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한국야구를 대상으로 펼치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그에 따르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밖에 각 팀들의 연고지역 초중고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도 지원 불균형이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들과 함께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면 드래프트는 약(藥) - 새로운 구단 창단의 걸림돌 제거, 공정 경쟁
전면 드래프트의 반대입장에 서 있는 팬들 중 상당수는 궁극적으로 전면 드래프트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도 많다. 언젠가는 시도해야 하지만 시기는 좀 더 늦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전면 드래프트가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들은 제법 많다. 우선 제9, 제10 구단의 창단이 용이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대 사태에서 볼 수 있듯 현재 프로야구를 운영하고자 하는 기업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간 숱한 기업이 프로야구에 뛰어들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연고지 문제에 대한 해결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면 드래프트로 전환과 함께 도시 연고제가 정착될 경우는 창단의 큰 걸림돌이 제거되는 셈이므로 향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프로야구가 다시 인기를 되찾을 경우 창단을 희망하는 기업은 얼마든지 생길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연고지에 대한 잡음을 일거에 해소시킬 수 있는 전면 드래프트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선수들간의 공정 경쟁에도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1차 지명권이 3장으로 확대될 경우 지역별 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1장뿐이라도 지역별로 그 편차가 심한데 3장이라면 사뭇 심각한 역효과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70이라는 기량의 A선수가 「가」연고지에 소속되어 있는데, 100과 90, 80의 기량을 갖춘 3명의 선수가 이미 구비되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A는 「가」연고지를 두고 있는 팀의 1차 지명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나」연고지에서는 고작 80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한 명 있었다고 할 때, A는 「나」연고지 기반의 팀에 1차 지명의 대상으로 손꼽힐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별 편차는 바로 선수들에게는 불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다.
전면 드래프트를 진행할 경우 이러한 점의 문제는 일거에 해소된다. 드래프트를 통해 순서대로 뽑으면 되며, 기량대로 픽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교, 대학 시절 보인 기량이 프로에서 그대로 이어진다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분명 선수들간의 기량 차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하위 팀이 가져가는 전체 1번 픽은 엄청난 메리트가 될 것이다.
또한 전면 드래프트는 그 자체로 흥행카드가 될 수 있다. 유망주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야구팬들이 대다수이겠지만, 적어도 2차 지명에서 이루어지는 일부 매니아들의 관심사 속 드래프트보단 훨씬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 자명하다. 또한 이러한 것을 포장해 고교야구나 대학야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어낼 필요도 있다. 이는 지역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유망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 중 가장 큰 지역 연고 팀들에 대한 무관심과 지원중단에 관한 내용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대책으로 지역별 구단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착안한 일괄지원의 방법을 모색해 KBO측에서 철저한 지원대책을 세운다면 그리 큰 악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언젠가는 해야될 전면 드래프트라면 기회가 왔을 때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 마침 단장회의에서도 합의를 보았고, 31일 KBO이사회를 통해 확정될 사항인 만큼 긍정적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KBO를 비롯한 각 구단들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노라면, 프로야구가 위기는 위기인가 보다. 위기의 한국야구를 구원할 소방수로 기용된 전면 드래프트의 세이브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시간이 쥐고 있다.
이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