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선도하며 성장하려면 남들이 생각 못한 것 해내야… 기초과학 주도로 판 바꿀 것
경제 불황으로 OECD국 중 한국·佛만 R&D 투자 늘려… 이제 우리가 과학에 기여할때
기초과학硏 1년예산 6500억… 단장 후보 절반 가량 외국인, 해외 인재 500명 유치할 것
"조선이나 자동차, 심지어 우리가 잘한다는 반도체까지 한국이 이룬 성과는 하나같이 남이 한 일을 빠르게 쫓아간 것입니다. 세계를 선도하려면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과학계 판을 새로 짜서 그 일을 이끌어야 합니다."경제 불황으로 OECD국 중 한국·佛만 R&D 투자 늘려… 이제 우리가 과학에 기여할때
정부는 2017년까지 5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개발 중이다. 그 본산은 기초과학연구원으로, 2017년쯤엔 한 해 연구개발(R&D) 예산이 6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대 연구기관이다. 그 아래 매년 100억원의 연구비를 10년간 받는 50개 연구단이 들어선다. 이 '한국을 먹여 살릴 과학자들'을 이끄는 수장이 오세정(吳世正·59) 기초과학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남들과 다른 도전과 실패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기초과학이야말로 가장 쉽게 추격형 발전 전략을 선도형으로 바꿀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 ▲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이 지난달 27일 대전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자신의 전공인 응집물리학 실험실을 찾았다. 오 원장은 “연구를 그만둔 것은 아쉽지만 다른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게 도와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전=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원동력은 연구비.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선진국 역시 연구개발비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 34개국 중 올해 R&D 투자가 증가한 나라는 한국·프랑스밖에 없다.
오 원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보다 더 많은 돈으로 과학자를 유치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을 택한 것은 자신을 받쳐줄 과학자 풀(pool)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이 주한(駐韓) 영국대사 주선으로 영국에서 만난 과학자들도 하나같이 "굉장히 의욕적인 플랜인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면서도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은 걸 보니 한국이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연구단장의 30%는 외국인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연구단장 심사를 전적으로 해당 분야의 석학들에게만 맡겼다. 심사위원의 절반 이상은 해외 과학자로 채웠다. 심사에서는 영어만 썼다. 오 원장은 "'예산 몰아주기' 논란을 없애려고 한국연구재단의 기존 기초과학 연구비는 절대 손대지 않고 순수하게 늘어난 예산만 받겠다고 했다"며 "최고가 아닌데도 지역 배려 차원에서 연구단장을 뽑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은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안배만 기대하던 지방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먼저 연구단장을 할 만한 과학자들을 해외에서 초빙하기 시작한 것. 오 원장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상위 1%의 해외 과학 인재 500명을 유치하는 '브레인 리턴(brain return) 500 프로젝트'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서울대 물리학과 71학번의 이름난 수재다. 경기고 수석 졸업, 그해 대입 예비고사와 서울대 본고사 수석, 미 스탠퍼드대 대학원 박사과정 자격시험 1등까지 공부에서 1등이란 1등은 다 했다. 1984년 모교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하고 나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인 모트(Mott)의 절연체 이론에 한계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 한국과학상도 수상했다.
연구에서 잘나가던 그가 과학행정에 들어선 계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의 이름을 세계 과학계에 알린 바로 그 논문이었다. "미국 물리학회에 논문을 냈는데 원로 과학자가 장문의 거절 편지를 보내왔어요. 이미 미국에서 다 섭렵한 이런저런 기초 논문을 다 읽어보라더군요. 그때 '아, 한국이라고 무시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오 원장은 당장 편집자에게 "심사위원이 나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반박 편지를 썼다. 결국 다른 심사위원이 심사한 끝에 논문이 통과됐다. 오 원장은 "한국 과학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승진 심사를 해외 석학에게 맡기는 제도 도입에 앞장섰다. 외국 학회에 한국 대표로 나가 우리나라를 알렸으며, 정부의 각종 자문기구에서 과학 정책을 바로잡는 일에 나섰다.
최근에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으로 과학자 주도의 연구비 심사제도를 도입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을 맡으면서부터 연구를 그만뒀는데 아쉽기는 합니다. 그래도 그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는 현재 서울대 교수를 휴직 중이다.
오 원장이 물리학과로 진학한 것은 "문과는 있는 걸 나누고, 이과는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만큼 실용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스탠퍼드대 유학 시절 물리학과에 있으면서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도교수로 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오 원장은 "뇌과학이나 나노기술을 보면 기업이 당장 할 수 없는 걸 우리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이나 정치계가 당장의 성과만 재촉하지 않고 과학자들에게 판을 벌여주면 순수 기초연구에서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엄청난 성과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의 대표적인 기초과학연구소는 모두 1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는 1887년,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는 1917년 설립됐다. 1948년 설립된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회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과학연구회는 1911년 발족했다. 우리가 100년은 늦은 셈이다. 오 원장은 "우리가 이룬 경제발전이 모두 19~20세기 서구 과학에서 빌려온 것"이라며 "이제 대한민국이 인류의 지적 재산에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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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매일경제 2013년 03월 08일 17:02:48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1971년 경기고 수석 졸업, 그해 대입 예비고사와 서울대 본고사 수석. `전국 수석=법대`가 공식이었던 당시에 그는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법학은 이미 존재하는 재화나 권리를 나눠주는 것이지만 이과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미국 유학을 가서도 공부에서는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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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서 온 논문 퇴짜 편지... "과학엔 국경있다" 일깨워줘 2013. 6. 12 (수)
- '유감스럽게도 귀하의 논문은 심사위원이 평가한 결과, 우리 학술지에 게재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음을 통보해 드립니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동봉합니다.'1990년 8월 날아온 이 편지는 나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새로운 학설을 제시한 획기적인 논문이라고 자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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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잊을 수 없는 편지'
1990년 새 학설 제시한 논문, 서울대서 美 학술지에 냈지만
한 수 아래로 취급하며 거절… 미국선 한번도 당한적 없는 모욕
반박 편지… 재심사 후 실려
내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돼 과학 행정·정책 관심 갖는 계기 - ▲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이 1990년 8월 받았던 논문 게재 거절 편지의 마지막 부분. “ 결론적으로 이론이 치밀하지 못함을 발견했다”며“나중에 흥미를 가질 만한 논문 목록을 첨부한다”고 적혀 있다. /오세정 원장 제공
- ▲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은“과학자가 국제학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과학자가 속한 대학과 국가의 학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종 기자
기사입력 헤럴드경제 2016-03-23 15:20
각각 9명으로 구성됐다. 상위 번호에는 과학ㆍ기술인들이 전면 포진했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2번,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