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06 15:33
최근 주류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과일소주'가 주식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일소주 제조사는 물론 주류 후방산업 업체들까지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소주 제조사의 경우 과일소주를 출시했는지, 언제 출시했는지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질 정도입니다.
먼저 열풍을 이끈 롯데주류(대표 이재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롯데주류의 주가는 '순하리'를 출시한 3월 말부터 급등했습니다. 순하리는 '주류업계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출시 두 달 만에 판매 1000만 병을 돌파한 롯데주류의 히트상품입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빗발치는 요청에 따라 판매 지역을 부산·경남에서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 주가도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3월31일 172만3000원이었던 주가(종가 기준)는 6월3일 239만6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저도주의 원조'격인 무학(대표 최재호)도 과일소주 출시를 기점으로 주가 희비가 갈렸습니다. 무학은 원래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줄곧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 4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탔습니다. 저도주 시장에 침공한 '순하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무학은 발빠르게 '좋은데이' 블루·레드·옐로우 3가지 제품을 출시, 과일소주 열풍에 발을 맞췄습니다. 이들 제품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무학의 주가도 반등했습니다. 지난 4월30일 3만6200원까지 떨어졌다가 6월3일엔 5만3600원까지 올랐습니다.
- 사진=롯데주류
주류 후방산업 업체들의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정업체들의 주가 오름세가 두드러집니다. 저도주 추세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상승세였던 주정업체들의 주가는 과일소주 열풍이 시작된 3월 말부터 오름세가 가팔라졌습니다. 주정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두 달간 진로발효(대표 김종식)의 주가는 3만100원에서 4만2900원으로, MH에탄올(대표 최동호·조원호)은 8110원에서 1만2550원으로 뛰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소주병을 만들어 납품하는 삼광글라스(대표 이도행)도 같은 기간 주가가 8만6100원에서 11만 원까지 치솟는 등 '과일소주'가 이곳 저곳에 단비를 뿌려줬습니다.
반면, 소주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절대 강자'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는 이런 분위기와 동떨어진 모습입니다.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과일소주를 출시하지 않은 채 '소주는 소주다워야 한다'는 취지 하에 도수가 높은 '참이슬 클래식', '일품진로' 등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쳐왔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주가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하락세는 4월 오르나 했더니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특히 5월 중순부터 급락, 지난 3일엔 2만105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침내 하이트진로도 과일소주 출시에 대한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CEO스코어데일리/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