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선별하며 제경험을 기록해 봅니다.
제경험이니 방법이 다를수도 있음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누구의 말을 빌자면 하우스에 콩을 왜 심어? 무농약콩잎 팔려고 그래? 라시던데...
고추 재배하려고 하우스를 지었습니다. 시기가 안맞아
고추 심기엔 늦었다기에.., 내년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1.종자구입
봄에 종자용 토종콩 구매글을 올렸으나 카페에서 못구하고 어쩌나 고민하던 차에 동네언니가 계속 심어오던 콩이라며 13kg을 선뜻 내주니
냉큼 받아왔습니다.
내년에 고추 심을 하우스에 비료를 주지 않기 위해 뿌리 질소박테리아 고정되길 바라며
메주콩과 서리태를 심었습니다.
농업기술센터 직원은 경제성이 떨어지니
타작물 재배를 권했지만
아직까지 저희부부는 동네분들 표현으론 배가 덜 고팠나 봅니다.
센터직원은 저희가 제초제도 안쓰고 풀메는걸
꾸준히 봐 왔고 작물들 재배시 두더지와 고라니에 골탕 먹는걸 들어와선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저희가 정착 못하고 떠날까 마을분들보다 더 자주 상황을 묻는 ...
업무를 임하는 자세를 보고 지난날의 내모습을
반성하며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센터 직원들 이었습니다.
이런분들이니 여성농민회에서 "콩닥콩닥 토종씨앗 잔치"가 이곳 부여농업기술센터에서 가능했구나 싶기도~~ 센터분들에게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2.콩 직파하기
550평 하우스에 메주콩 한동, 서리태 두동을
6월 초순에 직파하니 싹이 뽁뽁! 올라옵니다. 물을 관수해 주며 지켜봅니다.
3.멀칭 없이 재배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직파했기에 이랑의 흙 상태의 관찰이 바로바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볏짚멀칭 하려 계획했으나 논에서 걷어낸 볏짚은 노지밭에 조금더 조금더 덮다보니 부족해
하우스는 그냥재배키로 합니다.
4.풀매기와 관수
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인근 언니들
운동가는길에, 논에 가는길에 한번씩 들러
"농약방 가서 얼른 약 사다 쳐~~ 아유 풀은
초장에 잡아야지~ 나중가면 콩도 힘들어"
그날부터 저는 일방석에 앉아 풀을 메기 시작했고
낭군은 흙긁는 연장을 만들어 옵니다.
두둑은 제가 김매고 고랑은 낭군이 긁고...
한번 풀메는데 3-4일 걸리네요.
이렇게 풀메기 3회 실시 했습니다.
점적호스를 깔아주고 처음엔 일주일 단위
조금 지난후엔 열흘단위등 흙상태를 보아가며
관수 했지요.
한꺼번에 물을 주면 흙이 다져진다며 낭군은
30분 관수, 한시간 휴식후 관수...
5.순치기
메주콩은 딴딴하니 작달막 하게 자리를 잘 잡아갔어요.
문제는 서리태!
온도상승 하고 물공급 만족스러운지 키가 너무 자랍니다.
손으로 똑똑 따주는 순치기를 제가 2회 실시하니
시간소요가 많고 동네분들이 예초기로 해도
수확에 지장없다는 말을 합니다.
어느날 교육 받고 오니 낭군이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하우스봐봐 내가 순치기 했어!"
네~~예초기로 아~~주 션하게 해놨더라구요.
결과적으로 3회 순치기 했다죠.
떨어진 콩잎을 추스려 고향이 경상도인 지인분께 보내드렸습니다.
인터넷에 100매에 만원이란글을 보고...
너무 아깝더라구요. 콩 판매보다 콩잎 판매가
수익성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2kg상자에 차곡차곡 꽉꽉 눌러 담으니 그것도 일이라고
반나절이 소요되대요. 받으신분 너무나 감격스러워
하셔서 보람도 느끼고~~
생전처음 콩잎장아찌 담갔봤습니다. 더운여름날 밥에 물말아
얹어 먹으니 개운하고 고소한것이 좋더라구요.
이때쯤 콩줄기가 너무 무성하여 70cm간격으로 심은 서리태들이 쓰러지는 상황에 빛을 받으라고 지주를 박아 묶어주는
작업도 합니다.
지금 되돌아 보니 직파한곳에 세알이 올라왔는데
솎아주지 않은게 원인 같습니다.
동네분들은 노지였으니 비바람에 버티려면 세알도 좋았겠으나 저희상황은 그게 아니었는데... case by case
이런게 바로 경험 부족이려니...
낭군은 모종 키워 노지 심는게 최상 같다고 합니다.
6.벌레와의 전쟁
하우스 양옆에 방충망이 설치돼 있어 큰벌레들은 눈에 띄지 않으나
메뚜기와 노린재, 거미가 주로 보입니다.
아침에 해뜰무렵 하우스 파이프로 몸 말리러
앉는 노린재를 잡습니다.
낭군과 서로 몇마리 잡았다 경쟁도 하며~~ㅎㅎ
한마리 한마리 잡을수록 녀석들이 파이프 뒷면으로 숨습니다.
막대기로 통통 파이프 쳐주면 또 앞으로 나오고!
이렇게 잘 잡히는데 시간많은 우리라서 다행이라며 웃기도 하고 ~~
그러던 어느날 이상합니다.
노린재가 분명 어제와는 다른양상입니다.
급격히 많아졌어요.
하우스 살펴보니 세동중 한동의 뒷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저희부부는 의아했지요. 뒷문 열은적이 없는데?
동네분들 하우스 궁금해 구경왔다 문닫는걸
잊었나 보다로 결론짓고 다시 노린재 잡기에
열중합니다.
잎뒤로 숨는 녀석들도 많고 개체수가 줄지를
않습니다.
결국 저희가 졌어요. 살충제2회 살포했습니다.
노린재중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는 살충제 살포에도 죽지를 않고...
낭군은 농약사에 볼멘 소리를 해봐도
"그게 한두번 해서 죽나요 그럼 우린 굶어 죽게요"
헐~~;;;
더이상 살충제는 않하기로 합니다.
그녀석들 콩고르는 이추운 겨울날에도 콩깍지 사이에서 기어다니는 세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생명력이 대단합니다.
7.꽃피고 열매 맺기
7월 중순까지 순치기를 마치고 말쯤되니
꽃이 하나둘씩 보입니다.
제비꽃처럼 보라색꽃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꽃을 보고 있는데 행복하더라구요.
꼬투리가 생기는데
여리디 여린 색상도 이쁘고 빈깍지가 조금씩
통통해 지며 속이 차는게 나날이 눈에 보입니다.
잎이 조금씩 노란색을 띠어가고 꼬투리를
흔들면 다각다각 소리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로 변해갑니다.
8.콩줄기 베기
10월하순쯤에 콩꼬투리에서 청량한 달그락 소리가 들리고 잎이 하루가 다르게 누~~우래 집니다.
수확할 시기로 잡고 한손으로 줄기를 잡고
낫을 뒤에 대고 낫을 지지대 삼아 줄기를 낫쪽으로 제끼면 쉽게 베어지네요~
바닥이 흙이라 포장을 깔고 그위에 꺽어둔 콩줄기를 걷어다 펼쳐 널어요.
가끔 앞뒤 뒤집어 주어 골고루 건조되게 해줘요.
9.수확하기
도리깨질을 합니다.
막대기로 톡톡 두드려도 보고~~
동네분께 콩탈곡기를 가져와 탈곡을 합니다.
제가 일주일 두드린 양을 기계는 20분도 안걸리는...
체로 가는 검불이나 흙 제거하고 키질로 검불이나
줄기 제거해 줍니다.
풍구로 검불 제거 시도도 해보나 만족스럽지
않아 하며 낭군은 팬달린 도구를 만들어
제거합니다.
10.선별하기
거치른 검불들 제거된 콩을
농기계임대사업소에 가져가면 3종류로 선별해 준답니다.
낭군과 함께 기계 이용하려는데 동네 나이드신
아주머님한테 혼나고..ㅡㅜ
"그거 얼마나 된다고 돈주고 가리냐? 작년에
누구네 선별해 온것 샀는데 섞였더라.그냥 집에서 가려"라시고
또다른 젊은언니는 "가서 선별 해. 집에서 먹을만 해. 선별 해 와서 팔건 다시 한번 내가 가려야 돼. 아직까지 사람손만큼은 못따라가. 그리고 손실도 조금 생각하고 가."
이런 상황이니 낭군이 그냥 집에서 고르잡니다. 하~~
쌀자루에 담긴것이 15푸대인데....
이기나긴 겨울밤. 그리하여 저는 콩선별하고 있습니다.
11.결론
목적의식으로 재배했으니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습니다.
누군가 내게 콩재배 어때라고 묻는다면
노지재배는 추천하나 하우스재배는 말리고
싶습니다.
자연이 기르는 기후조건을 인간이 조성한 하우스에서 따라하기엔
경제성에서 의미가 없는듯 합니다.
센터팀장님이 8월쯤에
"콩농사 한 백만원 나올것 같아?" 할때
"백만원은 넘 적은거 아녀요?"이랬는데
지금은 백만원이나 나올까?... 의문이 듭니다.
논두렁에 콩 심어오던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한번 생각케 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배우고 갑니다.
여러가지 예쁜 콩들 보니 매우 반갑습니다. 😊
토종씨앗 축제에 진열된 콩이에요. 저는 능럽이 안되어 네가지 심어 세가지만 수확했어요.ㅎㅎ
핑기부님 농사정리를 잘 하셨네요.
수익을 위한 농사는 친환경이든 자연농이든 한계가 있을것입니다.
소규모로부터 시작해도 되겠지요.
부디 배가고파도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배고파 쓰러질 지경입니다. ㅋㅋㅋ
이번 대전모임은 꼭 가고 싶었는데... 선약이 있어 못간게 못내 아쉽습니다. 회비 현물가능이란 문구가 어찌나 반가운지요~^^;; 보충설명 듣고 싶고 함께 하고픈 맘인데... 연락한번 드리겠습니다.
@핑키부 네~ 2월1일 씨드림 행사에 오셔도 좋지요~^^
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셔서 저의 콩농사와 비교하면서 잘 봤습니다.
저도 콩탈곡기를 갖고 싶은 1인입니다.^^
하우스 농사는 충해가 심하더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우스에서 콩 재배는 쉽지가 않군요!
콩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2.02 16:12